샌드맨 The SandMan : 영원의 밤 시공그래픽노블
닐 게이먼 지음, 이수현 옮김, P. Craig Russell 외 그림 / 시공사(만화)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샌드맨」을 읽은 적이 없다. 그래픽 노블에도 DC코믹스의 히어로들에게도 익숙하지 않다. 그런 주제에 이 책에 관심을 가진 건 그저 '닐 게이먼'이라는 이름 때문이었다.그런데 책을 받고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의외로 '데이브 맥킨'이었다. 1章 '죽음'이 시작되기 전까지 나오는 차례며 서문의 이미지가 굉장히 데이브맥킨스러워서 갸웃갸웃 했는데 책을 읽어가니 이유를 알겠다. 이 시리즈의 표지디자인을 데이브 맥킨이 했다고 한다. 물론 외전 격인 이 책 「샌드맨: 영원의 밤」에도 참여를 했다. '절망' 편에 디자인 참여를 했다는데 아쉽게도 나는 그림과 디자인의 차이를 몰라서, art by 배런 스토리와 designed by 데이브 맥킨이 어떤 시스템으로 움직여 이 작품을 완성했는지 모르겠다. 눈치 채셨나? 딴 애기가 좀 길었다. 그건 아마 닐 게이먼보다 더 좋아하는 이름에 대한 반가움과 이 책이 내게 갖다 안긴 버거움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딴 얘기가 지나치게 길어지고 있다. 이제 그만 부족하나마 이 글의 목적으로 돌아가보자.

 

샌드맨 외전이라는 이 책은 샌드맨을 읽지 않은 독자가 봐도 문제없다는 소리에 넙죽 받아든 책인데, 글쎄다, 읽는데 문제는 없을지언정 받아들이는 데는 약간의 제약이 있는 게 아닐까. 영원 일족의 형제 일곱에게 한 챕터씩 맡기고 있는 이 책은 그들 형제를 모르고 봐도 큰 문제는 없을지 모른다. 그들, 죽음이니 절망이니 꿈이니 하는 영원 형제는 신도 아니고 다른 무엇도 아닌 바로 죽음 절망 꿈 그 자체라고 하니. 그렇다고 해도 샌드맨 시리즈를 통해 그들은 다른 존재와 관계를 가졌을 테고 나름의 성격을 형성했을 테고 뭐 그랬을 텐데 그걸 모르니 읽어가기가 영……. 뭐 제일 문제는 나의 이해부족일 테지만 말이다.

 

무튼 이런 상황의 책을 본편에 의지하지 않고 읽는 방법이란 앞에서도 투덜거렸듯 죽음을 영원 형제의 하나가 아닌 그저 죽음으로만 받아들이는 거다. 아무래도 재미가 떨어진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어쩜 이게 그들 형제를 혹은 이 책을 제대로 읽는 길일지도 모르고.

 

우리는 죽음으로 시작하여 욕망 꿈 절망 분열 파괴 그리고 운명에 이르기까지 섣불리 손대고 싶지 않은 묵직한 주제를 닐 게이먼의 신통방통한 이야기와 유명 화가들의 뻑적지근한 그림으로 만나게 된다. 그림이 달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이야기와 그림이 진행되는 방식(?)도 챕터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 7편은 완전히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듯 보였고 그게 나쁘지 않다. 일곱 권의 책을 읽는 거 같은 느낌을 준다.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절망'편이다. 그림은 난해했고 형식은 만화와도 보통(?)의 그래픽 노블과도 달랐으며 담고 있는 이야기는 웃지 않을 수 없는 잔혹한 유머였다. 이 챕터를 읽으면 두려움과 슬픔을 등에 지고 깔깔거릴 수 있다.

 

나름 악조건(?)에서 읽었지만 묘하게 매력이 있어 샌드맨 시리즈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리즈를 만난 적이 있거나 열렬한 독자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이 책의 매력을 찾아내시겠지. 괜스레 '인간은 뭔가,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잘 살았다고 소문날까, 그 소문 꼭 나야하는 걸까' 같은 답 없는 생각이 머리를 휘저을 때 일독을 권하고 싶다. 혹시 아는가, 답 같지 않은 답이 떠오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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