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를 쓴지 2개월이 넘었다.
팩스턴의 파시즘 이후로, 최근에 읽은 서너권을 제외하면 기억에 남는 것도 없어 이제와서는 뭐라 한마디 남기기도 무안스러울 지경이다. 서평단으로 받은 책이 두 권인데 리뷰도 못 썼다. 하여간, 읽은 책들만 올려둔다.
센티멘털
처음으로 현대 일본을 다룬, 달랑 네 편 실린 히라노 게이치로의 단편집.
1. 이제 철학자가 되셨나? 철학자연하는 소설가라니.
2. 서른 갓 넘은 작가가 자기자신과 분간조차 안 되는 화자를 내세워서 포르노를 방불케하는 섹스 이야기를 한다고? 이쯤되면 앞날이 의심스러운걸.
3. 마야꼬프스끼의 흉내라도 내고 싶었나?
( * 휴우~ 네가 날 실망시키는구나.)
4. 아아... 앞에서 한 말 취소. 다음 책도 꼭 사서 읽어주마!
침묵의 봄
사회과학 서적의 문제점. 고전이 되고 난 이후 읽으면 대개 아는 얘기. 그렇다고 그 가치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읽는 재미는 덜할 수 밖에.
실상 <즐거운 불편>이나 <희망의 밥상>도 별다른 감동을 느낀 건 아니었다. 이 책도 마찬가지. 그럼에도 유기농 식품을 먹겠다든가 친환경 세제를 사용한다든가 분리수거를 신경쓴다든가 하는 이유는, 그저 이 정도는 내가 할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 때문.
브뢰겔
먼저 읽은 애인이 번역의 문제를 말했는데, 확실히 그렇다. 그러니까, 외국 사람이 쓴 글이라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것. 부침개 같은 토속적인 단어를 고른 것도 그렇고, 짧게 툭툭 끊어지는 문장도 그렇고, 마치 노성두의 글 같다. 이건 좋은 번역일까 나쁜 번역일까.
몇 시간 만에 후루룩 다 읽어버리다. 짧아서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