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라고 집에 가서 한 일이라곤 먹고 자고 먹고 자고 먹고 자고... 먹다 지치고 자다 지치면 책 보고.

놀라운 SF랄까. 소설에 등장하는 물리학이나 수학의 원리 같은 것들은 하나도 이해할 수 없지만, 읽다보면 그 원리들과 연관하여 소설이 제기하는 문제 의식을 파악할 수 있다. 누군가는 이 책 자체가 커다란 화두라고 했던데, 동의한다.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방식의 변화. 거기다 재미까지. 굉장하다,라고 생각했다. 조만간 다시 읽을 계획.

보네거트에 대해선 판단 유보. 특별한 재미는 느끼지 못했다. 전쟁도, 트랄파마도어인들의 시간에 대한 개념도, 파괴가 불가피한 것이니 좋은 시간에 집중하라는 그들의 충고도 별 감흥을 주지 않는다. 너무 늦게 읽은건지. <고양이 요람>이나 <타이탄의 미녀>를 읽어볼까.

가져간 두 권을 다 읽고 사촌 동생의 책장에서 뽑아왔다. 책이라고는 전혀 읽지도 않는 앤데 웬일로 이런 책을 봤나 했더니 레포트용이었단다. 그럼 그렇지.
한때 꽤나 주목을 받았던 책답게 재미있다. 베르메르의 그림 속 인물들과 그림이 그려지는 과정에 대한 작가의 상상이 그럴 듯하다. 공기의 울림에서, 코끝에 스미는 익숙한 향기에서 느껴지는 17세기식 사랑, 과묵한 예술가의 이기적인 사랑의 방식, 아내의 질투가 실감나게 살아난다.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한 영화도 봐야겠다.

어느 성의 영주와 떠돌이 악사에 얽힌 다양한 사랑 이야기. 요시나가 후미의 작품치곤 좀 평범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