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영화제에서 상영중인 <커피와 담배>를 보다.

평일 8 상영이지만, 매진이 거라고 예상했었다. 자무쉬는, 적어도 그만큼의 지명도는 있으니까. 또다시 게으름을 피운 탓에 예매를 했고, 외근 나갔던 친구가 아트시네마에 들러 마지막 남아 있던 좌석 개를 잡았다. 비록 오른쪽 끝자리라 화면을 비스듬히 밖에 없었지만.

 


Strange to meet you


Twins


Renee


Somewhere in California


Delirium

 

작품 <Strange to meet you> 등장한 사람은 낯익은 로베르토 베니니와 모르는 스티븐 라이트다. 허름한 까페의 작은 테이블 위에 다섯 잔의 커피와 재떨이를 놓고 앉은 이들의 대화는 한마디로 썰렁하고 황당하다. 손을 부들부들 떨며 커피를 마시는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커피도 담배도 끊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식은 보이는 검은 액체는 마치 타르같다.

 

<Twins>의 웨이터 스티븐 부세미는 생긴 만큼이나 엉뚱하게 엘비스 프레슬리의 쌍둥이 형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떠들고, <Somewhere in California>에서 이기 팝과 웨이츠는 담배를 끊은 사람의 장점은 정도 피울 있다는 거라며 슬그머니 말로보를 물고는 맛있게 빨아들인다. 어색하고 초점없는 대화.

 

<Cousins>에서는 유명한 배우로 케이트 블란쳇이 등장한다. 별볼일 없는 사촌 역할의 배우를 어디서 하여 누굴까 궁금해 했는데, 케이트 블란쳇이란다. 새침하고 내숭떠는 배우와 험하게 살은 듯한 사촌의 1 2역이 너무나 훌륭하다.

 

<Delirium>에서 주전자 채로 커피를 마시는 머레이와 랩그룹 우탱클랜 멤버들간의 대화는 귀엽다.

 

<Champagne>마지막이 것이, 정말 좋다. 커피 브레이크에 맛없는 커피를 마시면서 1920년대의 파리와 1970년대의 뉴욕을 얘기하는 할아버지들은 마음을 따뜻하게 풀어주, 죽음이라도 맞이하는 잠에 빠지는 모습이 알싸하게 다가와, 어느덧 커피를 마시고 싶어진다. 더불어 담배도.

 

커피와 담배가 놓인 조그만 체크무늬 탁자를 두고 앉은 다양한 사람들의 시시껄렁하고 무의미한 대화들은 한편 코믹하고 한편 정겹. 누군가와 마주 앉아 시덥잖은 얘기를 나누며 마시는 커피가 정말 맛있는 커피 아닐까.

 

영화가 끝난 당연히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웠다. 친구와의 대화도 즐거웠다. 이런 사는 즐거움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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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2-04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정말 부럽군요, 커피와 담배.

로드무비 2005-02-04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기팝 몰골 다시 봐도 죽여주는군요.ㅎㅎ
아아, 다른 에피소드들도 보고싶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친구와 얘기 나눠본 게 어언 몇 해던가!
부럽기 한량없습니다.
거기다 영화표까지 예매해주는 친구라니!

urblue 2005-02-04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과 끝님, 부러우시죠? ㅎㅎ 그렇지만 님은 아니되어요.

로드무비님, 옴니버스 영화제가 일요일까지로 연장되었습니다. 전 내일 <원피스 프로젝트> 보러 갈거에요. <커피와 담배>도 매일 한 번씩은 있던데, 가기 힘드실라나?

바람구두 2005-02-04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네요. 난... 마감인지라...

urblue 2005-02-04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른 마감 끝내셔야 할 텐데요.
일 잘 되시라고 제가 빌어드리죠.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