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빌딩 앞에서 버스를 타고 환기미술관이 자리잡은 부암동까지 올라가는 길은, 가을의 정취를 흠뻑 느끼게 한다. 서울에 10년을 살면서도 길은 처음이었다. 경복고에서 청운중으로 이어지는 고갯마루에 늘어선 알록달록한 은행나무와 단풍나무 사이로 그루 소나무의 푸르름이 돋보인다.

부암동사무소 정류장에서 내려서 한바퀴 둘러보니 바로 환기미술관을 알리는 표지가 보인다. 전날과 달리 쨍한 햇볕에 목이 말라 오렌지주스를 사들고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홈페이지에서 것처럼, 이상한 구조의 건물이 있다. 해가 드는 계단에 앉아 주스를 마시고 앉았으니 사진찍느라 분주한 사람들의 발이 이리저리 구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대로 잠이 들어도 좋을 싶었다.


 

1층과 2층에는 항아리를 소재로 그림들이, 3층에는 산월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느낌은 다양한 푸른 색감에서 뿜어져 나오는 청량함이다. <매화와 정물> <매화와 항아리> 밝고 따스한 기운이 느껴진다. 푸른 색을 바탕으로 노란 과일과 분홍빛의 매화가 산뜻하다. <항아리> 차분한데, 차갑지 않은 은은함을 풍기는 것이, 바라보고 있으려니 푸른 강물이 몸으로 스며드는 같은 느낌을 주었다. 항아리 속에 들어있는 달과 산이 정겹다.

 


매화와 정물 (1956~57)

 


매화와 항아리(1957)

 


항아리 (1958)

작업실의 사진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뒷편 진열대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다양한 모양의 항아리와, 앞쪽 책상에 놓여있는 꽃이 담긴 작은 항아리이다. 화가는 항아리를 정원에 내어 놓고 바라보기를 즐겨했다고 한다. 전시장의 중간 중간에 백자 항아리들이 놓여있다. 그림을 보면서 항아리가 저렇게 생겼었나 조금 의아했는데, 전시된 백자를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여태, 도자기라면 거의 완벽한 좌우대칭만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떤 항아리는 한편에서 보면 둥글둥글한 것이 푸짐한 여인네 같고, 다른 쪽에서 바라보면 제법 홀쭉해서 다른 항아리를 보는 같았다. 화가가 항아리들을 요모조모 뜯어보고 성격을 그림마다 다르게 표현했구나 싶다. 화가의 애정을 조금이나마 느낀듯하여 흐뭇하다.

1층에 전시된 그림들 구아슈로 그린 소품이 있는데, 약간 거친 터치감을 유화와는 달리 담백하다. <여인과 매화와 항아리> 구상한 같은, 연습장에 냅킨에 볼펜으로 쭉쭉 그은 그림들도 있다. 재미있다. <여인과 매화와 항아리>에서는 항아리를 커다란 손이 인상적이다. 얼굴이 아니라 손이 말을 건네고 마음을 드러내는 하다.

 


여인과 매화와 항아리(1956)

산월 그림들 마음에 그림들은 아무리 검색을 봐도 찾을 없어서 아쉽다. < > 무척 재미있는 그림이다. 붙어 있는 개의 안에 산이 있고 강물이 흐르는데, 개구진 아이의 웃는 얼굴같다. 마주보며 같이 웃어준다. 산월 그림들은 바탕에서부터 여러 겹으로 색을 덧칠한게 보인다. 푸른 밑으로 초록과 검정과 붉은 색이 언뜻언뜻 비쳐서 그런지 훨씬 깊이감이 있고 다정하다. 우거진 초목아래 붉은 흙더미가 점점이 놓인 하다.

 


달 두 개 (1961)

 


산 (1958)

화가는 서울이 품위가 있고 일취가 있는 산들이 있어 좋고 맑게 흐르는 한강이 아름답다.’라고 했단다. 확실히 힘차고 거친 바다보다는 맑고 소박한 강의 정취가 어울린다. 이 가을에 느끼기 좋은 작품들이다.

70년대에 뉴욕에서 작업한 추상화들은 전시에서 빠져있다. 이달 말에 있을 2부에서는 볼 수 있을까. 2부가 기대된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balmas 2004-11-09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좋은 데 갔다오셨네요.

두 분 데이트하셨다면서요?? 배아프게 ...

urblue 2004-11-09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웨이브님, 아직도 알라딘이 정상이 아니라 이거 올리는 것도 애 먹었습니다. 수정도 안했는데 그림이 두번씩 올라가고, 게다가 아예 수정이 안되는군요. -_-



발마스님, 네, 좋은데 다녀왔지요. 배아프시면, 님도 데이트? ^^

로드무비 2004-11-09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층의 푸른 방은 그대로 잘 있던가요?

(방 하나가 온통 푸른빛!)

urblue 2004-11-09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벽 색깔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음, 그런 방은 없었는데...

로드무비 2004-11-09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층에 방이 하나 있었어요. 이름하여 푸른 방.

김환기의 푸른빛(울트라마린) 그림으로 천장과 벽을 도배한......

내가 마지막으로 갔던 것이 6년 전인가 7년 전인데.

urblue 2004-11-09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기억을 못하는건가...노웨이브님께 확인 부탁드려야겠네요.

水巖 2004-11-15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못 본것 같군요. 저는 디카가 없어 사진을 못 올리는데 이글 퍼 가도 되겠죠? 그런데 2층에 들어가는 입구를 막어 논데는 한군데 있던것 같은데요. 같은방 입구인지는 모르겠구요.

urblue 2004-11-15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암님, 반갑습니다. 로드무비님 서재에서 자주 뵈었는데 먼저 인사는 못 드렸습니다. (__)

2층에 입구 막아 놓은 곳은 사무실이었던 것 같기도 하구요.

가져가시면 저야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