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마오리족의 조상 파이키아는 카누를 타고 새로운 땅을 찾아 바다 위를 떠돌았다. 카누가 뒤집히자 그는 신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고래가 그를 태우고 새로운 (뉴질랜드) 도착했다. 그리고 언젠가 고래를 지도자가 다시 나타나 마오리족을 빛으로 이끌 것이라는 전설이 내려온다.

 

영화는 죽음과 탄생으로 시작한다. 엄마와 쌍둥이 오빠의 죽음으로 태어난 여자 아이.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이에게 파이키아라는 이름을 준다. 그리고 씩씩한 소녀로 자란 파이.

 

전통을 보존하고 새로운 지도자를 찾으려고 평생 애써온 파이 할아버지와 자신들에게 지워진 짐을 벗어 던지고 새로운 삶을 찾으려는 파이 아버지 세대들, 족장이 되기 위한 수업에 억지로 참여해야 하는 장남 아이들, 배우고 싶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할아버지에 의해 거부당하는 파이. 영화 안에는 다양한 갈등이 있지만, 역시 주된 것은 할아버지와 파이의 갈등이다.

 

파이키아 직계 후손으로서 의무를 다하려는 의지와 손녀에 대한 사랑이 할아버지의 내면에서 충돌하지만 언제나 이기는 쪽은 의무이다. 반면 파이는 지도자가 훌륭한 자질을 갖추었고 배우고 싶지만 할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이 훨씬 크다. 이들은 어쩔 없이 대립하고 상처 입는다.

 

결론은? 물론 감동적이다. 애초에 영화의 목적은 대립이 아니라 갈등의 해소와 새로운 출발을 보여주려는 것이니까.

 

영화 자체는 조금 지루한 편이다. 같이 친구는, 시작은 다큐멘터리요 중간은 드라마, 결론은 나디아 식의 애니 같다고 평했다. 마오리 족의 전투 의식을 표현하는 장면에서는, 역시 이해 부족 탓인지 여기저기서 과할 정도의 웃음이 터져 나왔고, ‘Whale Rider’라는 제목답게 고래에 의해 문제가 해결되는 결말은 다소 맥빠진다. 그렇지만 예쁜 영화다. 토론토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했다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영화를 보면서 씁쓸하더라. 전통이라는 이름 하에 여자는 무조건 배제한다는 파이 할아버지의 무서운 고집을, 우리도 똑같이 보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제를 폐지하면 가족 제도 자체가 붕괴하고 나라가 망한다는 극단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 우리의 어른들에게 영화를 단체 관람시켜야 하는 아닐까.

 

다수의 사람들을 배제하거나 상처를 주면서 지켜나가야 하는 전통이라는 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건지, , 한숨만 나온다.

 

 

사족. 요즘은 영화를 제대로 보기가 힘들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휴대폰의 불빛이 신경을 몹시 거스른다. 어제도, 옆자리의 지지배가 계속 문자질을 하고 결국 통화까지 하는 바람에 짜증 왕창이었다. 2시간도 휴대폰을 꺼놓지 못할 상황이라면, 이것들아, 제발 집에서 비디오나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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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 2004-10-11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른 이들이 부시럭거리며 그러는 게 짜증나서 집에서 비디오 봅니다. 흑흑.

urblue 2004-10-11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긴, 성질 더러운 제가 집에서 비디오 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람구두 2004-10-11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말씀은 꼭 제 성질 드러분 거 아신다는 야그처럼 들리네여. 흐흐.

urblue 2004-10-11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생각하신다면야 뭐..흐흐..

숨은아이 2004-10-12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줄에 동감입니다. ^^

마냐 2004-10-13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리뷰가 드물군요...궁금했는데...고맙슴다. 안볼거 같아요. ^^;;;

urblue 2004-10-13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로 권하고 싶지 않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