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해
처음부터 그대를 알아본 것은 아니니다
처음부터 그대를 사랑한 것은 아닙니다
물 빠진 뻘밭에서 갯흙을 일으키며 헤매던 지난 여름 무언가가 기어간 흔적에 한나절 따라가다 가뭇없어 눈 들자 바다 너머 하늘에 가 닿아 있던 온몸으로 긴 흔적, 그 한 평생의 궤적
문신처럼 지워지지 않읍니다
그대여, 더 멀리 떠나가세요
아득할수록 깊게 꽃 핍니다
서른 해 이끌고 온 지친 몸 남루한 밤낮
그대를 다시 찾아갑니다
한 눈에 알아보았다는 사람들을 믿지 않읍니다
한 눈에 사랑하였다는 사람들을 믿지 않읍니다
─ 구광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