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왕가위 영화를 무진장 좋아해서 <열혈남아>, <아비정전>, <동사서독>을 보고 또 보던 그 때, 그 영화들에서 내 시선을 사로 잡는 배우가 있었다. 장만옥, 유가령, 유덕화, 장국영, 양조위, 라는, 잘 생긴데다 매력이 철철 넘치는 배우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잃지 않고 눈길을 끌었던 조연 배우, 그는 장학우이다.
<열혈남아>에서는 유덕화의 동생으로 계속 폭력배들과 말썽을 일으켜 유덕화를 궁지에 몰아넣었고, <아비정전>에서는 장국영의 후배로 유가령에 대한 안타까운 사랑에 아파했으며, <동사서독>에서는 달걀을 들고 살인을 청탁하는 애처로운 모습으로 나타났던 그. 장학우가 4대 천왕 중 한 명이라는 것, 배우보다 가수로 훨씬 유명하다는 것을 그 때 알았다. 그러나 그 쪽 음악에야 관심도 없었고, 이후 다른 영화에서 볼 기회도 없었으므로 그는 그냥 내 기억에서 잊혀졌다.
오늘 그의 새로운 영화 소식을 들었다. 유덕화, 여문락, 진관희와 함께 출연한 <강호>가 10월 22일에 개봉한단다. 오랜만에 들은 반가운 이름이라 그에 대한 소식을 좀 찾아봤는데, 그 동안에도 계속 노래하고 영화 찍고 했던 모양이다. 꽤 근사하게 나이가 들었다.
같은 날 왕가위의 <2046>이 개봉하니 아무래도 순서에서 밀리기는 하겠지만, 어쨌든 이 영화를 보아야할 것 같다. 게다가 <무간도>에서 매력적인 모습을 선보였던 여문락과 진관희가 나온다니, 뭐 영화가 좋지 않다 하더라도 눈요기로는 전혀 문제가 없을 듯 하다. 멋진 남자들을 보는 건, 언제나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