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病院)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病院)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女子)가 흰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 놓고 일광욕(日光浴)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女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病)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病)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試鍊), 이 지나친 피로(疲勞), 나는 성내서는 안된다.
여자(女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花壇)에서 금잔화(金盞花) 한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病室)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女子)의 건강(健康)이―아니 내 건강(健康)도 속(速)히 회복(回復)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본다.
─ 윤 동 주
잠을 못 자 피곤한 상태에서 샤갈전을 보고, <나쁜 교육>을 보고, 1시간 동안 만원 버스에 시달리며 집에 돌아와 자고 일어났다. 전혀 개운해지지 않았다. 머리와 가슴 속에 납덩이라도 들어 있는 모양이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는 구절이 내내 입가에 맴돈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