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고향에서 돌아와 푹 자고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시장엘 갔다.
오랜만에 보는 장이라 이것저것 한보따리를 들고서 돌아오다, 뭐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나이 서른 넘어 아직도 넘어지다니, 한심해하면서, 찢어진 비닐 봉지를 그러모으며, 그래도 깨질만한 건 사지 않았다고 흐뭇해했더니, 이런, 무릎이 깨졌다. 원피스 아래 두 다리는 시멘트 바닥에서 묻어난 먼지로 뿌옇고, 오른쪽 무릎에 오백원짜리 동전보다 크게, 왼쪽 발목에는 1원짜리 동전만하게 피가 맺혀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물로 씻어내렸는데, 따갑기가 말로 다 못할 정도다. 흑. 그래놓고는 약도 바르지 않은 채 밥을 해서 먹고, 커피 마시며 TV의 영화 프로그램을 보았다. 이제 쳐다보니 아직도 피가 맺혀있길래 지금 막 빨간약을 발랐다. 아까 씻었을 때보다 갑절은 더 따갑다. 아우.
두 다리에 빨간약 바르고 앉았는 꼴이라니. 에휴... 당분간 치마 입기는 글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