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영화가 감독인지 시나리오 작가인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는 글을 읽었다. 그럴 법도 하다.

 

외삼촌과 이모 분과 고모 분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셨다. 이모 분과 고모 분은 미국인과 결혼을 했으니, 이민이라고 하기는 그렇다. 분의 아이들은, 혼혈이긴 하지만 완벽한 미국인이다. 커서 만난 사촌에게 나는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낄 없었다. 다른 분의 자식들은 모두, 20 년을 미국에서 살았으면서도, 한국인과 결혼했다. 외삼촌네 언니의 경우에는, 혼기가 차도록 남자가 없자, 외삼촌이 신랑감 찾으러 한국에 보낸다는 말도 나왔었다. 어찌어찌 그곳에서 한국 남자를 만나는 바람에 한국에 들어올 일은 없어져버렸지만. 그런 얘기들을 전해 들으면서 나는, 사촌들이 미국인과 연애를 하지 않았을까, 어떻게 하나같이 한국인과 결혼을 수가 있을까 궁금해 했더랬다.

 

미국으로 이민 그리스 가족. 수많은 삼촌과 고모와 이모와 삼십 명의 사촌들 속에서 자라고, 그리스 학교를 다니고,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을 하고, 일가 친척의 바람대로 성실한 그리스 남자를 만나 그리스 아이들을 잔뜩 낳고, 끊임없이 애들을 먹이는 , 이것이 그리스 여자 툴라에게 주어진 삶의 모습이다. 관객의 예상대로, 툴라는 이런 삶에 만족할 없다. 아버지를 설득해서 대학의 강의를 듣고, 이모의 여행사로 직장을 옮기고, 드디어 남자를 만난다. 그런데 남자가 그리스인이 아니라네. 당연히 아버지와의 갈등 시작.

 

툴라와 미국인 애인 이안이 아버지와 일가 친척들을 만나고, 관계를 다지고, 마음의 문을 열고, 드디어 결혼에 성공한다- 영화의 줄거리다. 외아들에 친척도 없는 이안은 툴라의 대가족을 좋아하고, 더군다나 툴라와 결혼하기 위해서라면 못할 없으니 갈등이 해결되지 않을 만무다. 대가족이란 것이 으레 그렇듯 여기저기서 말썽이 생기고, 서로의 일에 참견하고, 그러면서 서로간의 애정과 신뢰를 확인한다. 툴라도 자신에게 가족이란 든든한 버팀목이 있음을 깨닫는다. 확실한 해피엔딩.

 

그런데 말이지, 행복은 오로지 이안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툴라를 포함한 그리스 가족은, 그리스인이 아닌 사람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모험을 감행했다고는 하지만, 실상은 아무것도 없다. 이안은 그리스 정교회에서 세례를 받았고, 교회에서 결혼식을 했고, 툴라 부모님의 옆집에 살면서, 아이를 그리스 학교에 보낸다. 달라진 아무것도 없다. 30 넘게 살아온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꿀 있는, 이안 같은 남자가 아니라면, 이런 행복이 가능할까?

 

생각해 보니, 사촌들이 한국인과 결혼할 수밖에 없었던 , 이안 같은 남자 혹은 여자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외삼촌도, 이모도, 고모도 한국인으로서의 삶을 바꾸지는 못했고, 자식들에게도 그것을 어느 정도 강요했을 테니까. 게다가 사촌들조차 한국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살다 건너간 이주민들이니까.

 

영화가 재미없었던 아니다. 시종일관 시끌벅적하고, 유쾌하고 경쾌하다. 다만, 낯설지 않은 풍경, 예상 가능한 사건, 익숙한 결말, 씁쓸한 뒷맛, 이라는 문제가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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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08-18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저 남자배우 무지 좋아해요. 그래서 보는 동안 참 즐거웠는데.. 윈덱스만 보면 이 영화 생각 나더군요. ^^

mira95 2004-08-18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 결혼해도 맞추면서 살기 힘들다고 하잖아요.. 에고~~ 그러고 보면 전 결혼하신 분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답니다...

urblue 2004-08-18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맞아요, 윈덱스..ㅋㅋ 남자배우 이름은 모르겠는데, 참 깔끔한 느낌이에요.

미라님, 제 생각에도 결혼하신 분들 대단하다니까요. 그치만 이런 남자만 만난다면 당장이라도 결혼할 수 있어요. ^^ 아, 그런데 이런 남자가 저 좋다고 해 줄라나...--a

IshaGreen 2004-08-19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보고 싶었는데... 시기를 놓쳤죠...^^;

urblue 2004-08-19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극장에서 보려다 놓쳐서, 며칠 전에 케이블 방송으로 봤답니다. ^^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