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예술광장인지 하는 프로그램에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하이라이트를 보고, 조승우에게 반해버렸다. 그의 영화를 단 한 편도 보지 않았지만, 배우니까 연기는 그렇다 치고, 지킬과 하이드를 넘나드는 노래 솜씨가 가히 일품이라 꼭 현장에서 공연을 보고 싶었다.

아, 하지만 언제나 게으름이 문제라, 예매를 하려고 보니 매진이다. 아쉬움을 달랠 길 없었는데, 이럴 땐 인터넷이 꽤 고마운 존재다. EBS에서 공연 실황을 중계했고, 인터넷에 그 파일이 떠돌아 다니는 거다. 집에 오자마자 다운받아서, 지금 다 봤다.

정신병에 걸린 아버지를 구원하기 위해 인간의 선과 악을 분리하는 실험을 자신에게 직접 해 버린 무식하고도 순진한 지킬과 악의 화신인 하이드를, 조승우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상당히 노련하게 소화해낸다. 그의 눈빛, 표정, 목소리, 손짓이 지킬의 온화함과 하이드의 무자비함 사이를 오갈 때, 나는 그의 마력에 완전히 빠져든다. 이 배우는, 도대체, 어쩌자고 이리 멋진 것이냐.

직접 실험 대상이 되기로 결심하면서 자신에 찬 밝은 목소리로 부르는 This is the moment, 막 하이드가 되어 몸 안에서 느껴지는 야생의 생명력을 쏟아내는 Alive, 지킬과 하이드가 그의 육체를 놓고 싸움을 벌이는 Confrontation,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이 훌륭한 곡들이다.

KBS의 방송에서 루시 역은 소냐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다운받은 파일에서는 최정원이다. 최정원은 연기가 좋지만 목소리는 다소 약한 듯 하다. 엠마의 곱고 섬세한 목소리와 함께 하는 In his eyes나 하이드와의 이중창 It's a dangerous game에서 좀 더 흐벅지고 농염한 목소리였다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무래도 이 CD를 사야겠다. 조승우의 노래를, 두고두고 가슴에 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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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4-08-18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게으름이 문제라..후후후. 왜 제 이야기가 여기 있지요?

urblue 2004-08-18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님은 게으름과 별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주시는데... 아닌가..보네요..

비로그인 2005-01-16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 귀여운 목소리입니다. 실례는 아니라 믿으며... good night. 참, 얼굴도 동글동글하니 귀엽습니다. ㅋㅋ

urblue 2005-01-16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에서 듣고 있던 친구가 그럽디다. 전혀 귀여운 목소리 아니라구. 질투겠지? ㅎㅎ
뭐 하여간 고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