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신문, 옥외 광고 등 <댄싱 섀도우>의 광고가 많이 눈에 띈다. 수년에 걸쳐 야심차게 준비한 창작 뮤지컬이라고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붓는 모양이다.
창작 뮤지컬이라고는 하지만, 차범석의 희곡 <산불>을 원작으로 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사실상 ‘국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아리엘 도르프만에게 각본을, 에릭 울프슨에게 작곡을 맡긴데다 연출도 외국인이니 말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다. 이왕 뮤지컬 하나를 새로 만드는 거, 당연히 외국에서의 공연을 염두에 두었을 테고, 그러자면 보다 일반적인 정서를 표현하면서 공감을 이끌어 내야 할 테니까. 거기다 작가와 작곡가의 지명도를 활용할 수 있으면 더 좋고.
원작이 있는 공연을 볼 때면 대개 사전에 원작을 읽는데, 이번엔 미처 챙기지 못했다. <산불>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었으니 오히려 순수하게 뮤지컬 <댄싱 섀도우>만 볼 수 있었다고 할까. 먼저 본 누군가는 엄청 지루했다고 불평했지만, 그렇게 혹평할 정도는 아니다. 깊은 무대에 여러 그루의 굵은 나무로 이루어진 배경은 꽤 멋졌고, 음악도 상당히 훌륭했다. 두어 곡 정도는 금방 흥얼거릴 수 있을 만큼 친밀하고 흥겨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다만 몇 가지 문제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먼저, 남과 북의 군대가 ‘태양군’과 ‘달군’으로 바뀌었다. 이념 대립을 일반적인 우화적 설정으로 바꾼 셈인데, 이게 썩 와 닿지 않는다. 그저 이유를 알 수 없는 오래된 전쟁이라는 배경을 제공할 뿐이다. 여기에 ‘신성한 숲’, ‘나무와 대화를 하는 사람’ 등 인간과 뗄 수 없는 자연, 탈영병과의 삼각 사랑이야기가 삽입되는데, 연결 고리가 헐거워서 인물들의 감정을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불타버린 숲에서 새싹이 피어나듯 희망을 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결말도 다소 도식적.
일반적으로 어느 공연에서나 몇 곡에는 관객들의 박수가 터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공연에는 중간에 박수가 단 한 차례 밖에 없었다. 몰입이 어려운 각본 때문인 듯도 하고, 연출상의 문제인 듯도 하다. 박수를 쳐야 할 타이밍에 관객은 흠칫하고, 어느새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 있다. 주인공 나쉬탈라(김보경)와 솔로몬(신성록)의 카리스마가 부족한 것도 이유일 터. 신다(배해선)와 마마 아스터(김성녀)가 더 돋보였다. (박수가 나온 것도 신다의 솔로에서였다.)
이 작품이 두고두고 공연되는 ‘명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 기본은 되어 있다고 보는데, 각본과 연출을 좀 더 다듬는 노력은 필요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