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행복
아마미야 마미.기시 마사히코 지음, 나희영 옮김 / 포도밭출판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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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1 
《보통의 행복》  아마미야 마미.기시 마사히코/ 나희영 옮김/ 포도밭출판사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을 읽고 너무 좋아서 이 저자의 책을 올해 다 읽어보겠다는 야무진 생각을 한 바 있다. 화성봉담도서관에서 《보통의 행복》과 《거리의 인생》을 대출했다. 코로나 19 3차 창궐이 있기 전에. 도서관은 다시 문을 닫았다. 꺼이. <<보통의 행복>>을 먼저 읽은 까닭은 짧아서.^^ 겨우 154페이지. 몰입해 읽지 않아도 두어 시간이면 다 읽는다.

이 책은 여성의 자의식을 주제로 글을 쓰는 작가 아마미야 마미와 사회학자 기사 마사히코의 대담집이다. 작가와 사회학자가 만나 무슨 거대
담론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현 일본 사회의 문제점들을 묵직하지 않게, 유쾌하게 이야기한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아마이야 마미는 자기 주장이 뚜렷한 발랄한 사람 같고, 기사 마사히코는 농담이란 걸 잘 할 것 같지 않은 유형의 인물 같다.

약간 반대 성향의 두 사람이 만나 짚고 가는 여러 주제는 일본도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는 사회라는 동질감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젠더 문제만큼은 우리나라 쪽이 여러 발 앞서 있는 듯하다. 가령 이런 대화,

요즘도 부인이 ˝일하고 싶어˝라고 하면 남편이 ˝일하는 건 좋은데 저녁밥은 해 둬˝라고 말하잖아요.(기시) / 그건 부드러운 편이죠. ˝가사를 등한시했다가는 용서 없어˝라고 하는 경우도 있어요.(아마미야 95) ​

만약 내 옆지기가 이런 말을 했다가는 ‘용서 없다.‘^^;;

이 책은 목차의 제목들이 마음에 든다. 소제목만 읽어도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짐작이 된다. 그렇지만 본문을 읽는 게 훨씬 유쾌하고 유익하다. 무게는 가벼우나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이다. 오히려 짧은 대담 안에 고개가 끄덕여지고, 덩달아 웃게 되고,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들이 적잖게 등장한다.

‘보통의 행복‘에 대하여
- 그런데 끝까지 파고들면 우리들의 욕망은 굉장히 뻔해요. 엄청난 집착을 가진 사람만 욕망이 있는 게 아니라 보통 사람도 욕망이 있는데, 사실 의외로 온건해요. 특별한 미인이 되지 않아도, 그렇게 부자가 되지 않아도 좋고요. 평범하고 아담한 곳에서 그럭저럭 살아나가기를 바라죠. 많은 사람이 타자의 욕망을 내면화하고 있기 때문에 욕망도 평균치에 가깝게 온건해지는 거죠. / 그래서 보통의 행복을 얻는다면, 거기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타자의 욕망의 모방이라 완전한 만족은 영원히 불가능하지만, 반대로 보면 타자의 모방이기에 그만큼 ‘개성적‘인 욕망이 아니어도 그럭저럭 만족할 수 있는 건지도 몰라요.(기시 22) ​

‘커뮤니케이션‘에 대하여 
- 사람에게 뭔가를 말하는 것으로 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생각지 못한 반응을 얻는다거나, 생각의 실마리를 얻는다거나, 이야기하던 중에 자기 생각이 정리된다거나, 단순히 격려를 받기도 하고 때로 용기를 얻는 일도 있다.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세계는 풍요로워진다. 자신의 세계도, 타인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이 책이 그러한 대화의 계기가 된다면 많이 기쁘겠다.(아마미야 152) ​

적어도 나에게는 이들의 대화를 듣는 재미와 유익함이 있었다. 아미미야 마미에게 알려줄 수 없어 아쉽다.^^ 일본에서는 이 작가의 책이 꽤 출간된 듯한데,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은 《보통의 행복》과 《방에서 느긋한 생활》(알에이치코리아) 뿐이다. 두 번째 책은 코로나 시대에 어울리는 제목으로 읽힌다. 독자평이 괜찮다. 예약을 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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