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ndle DX, 볼펜 크기와 비교하면 실물 크기가 대충 감이 온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는 자기개발비(Self Development Assistant Program)이라는게 있다. 1년에 $1,000 한도 내에서 강의를 듣는다던가, 최신 IT 기기를 사서 써 보는 용도로 쓸 수 있도록 배정된 돈이다. 지난해 UMPC 를 이 프로그램으로 사서 들고 다니면서 써 봤고(결론은.. 음, UMPC 는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애매한 포지션에 위치한다.. 였지만), 올해는 Amazon 의 e-Book reader 인 Kindle을 써 보기로 결정했다. 구매한 기기는 Kindle 중 가장 큰 사이즈를 자랑하는 Kindle DX. 물량이 달리는지, 주문하고 나서 거의 3주가 지난 후에야 발송이 되더라. 배송 기간까지 고려하면 거의 한 달만에 내 손에 들어왔다.
e-Book reader 의 종류는 꽤 다양하지만, Kindle을 택한 이유는 모뎀을 내장해서 컴퓨터에 연결할 필요 없이 무선으로 컨텐츠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종이의 질감을 훨씬 더 선호하기 때문에 e-Book 에는 크게 매력은 못 느낀다. 하지만 무선 기능과 결합한 e-Book 은 "컨텐츠를 읽는 기계"에서 진화해 온라인상의 다양한 컨텐츠와 나를 언제 어디서나 연결해주는 Ubiquitous 장비로 변하게 된다. 회사에 Kindle 구매 신청을 하면서도 쓴 사유서(?)에도 비슷한 내용을 적었다. 모든 기능을 하나의 기계에 몰아넣는 방식이 더 유용할지, 아니면 각각의 기능에 특화된 기계가 통신 기능을 갖추는 것이 더 유용할지 알아보겠다.. 뭐 이런 취지. 굳이 비교하라면 현재 쓰고 있는 iPhone 이 전자에 속하고, Kindle 이 후자에 속하지 않을까.

Kindle Shop, 여기서 책을 구매하면 바로 볼 수 있다
무선망은 Sprint 의 망을 쓰는데, Kindle 컨텐츠에 대해서는 통신료를 따로 받지 않는다. 어차피 이 느린 기계에서 웹서핑을 하거나 email 을 받을 일은 없을테니, 통신료가 들어갈 일은 없어 보인다. 아마도 기계값의 몇 퍼센트는 바로 Sprint 쪽으로 들어가겠지. 문자 위주의 컨텐츠다보니 크기도 크지 않을테고, Amazon 이나 Sprint 모두에게 나쁘지 않은 딜로 보인다. 뭐 암튼, 네트웍 기능 덕에 가장 유용해진 점은 정기간행물(신문, 잡지 등)을 바로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해당 서비스에 가입해두면 때가 되면 알아서 컨텐츠가 내 Kindle 안으로 다운로드가 된다. 아침에 일어나서 기기를 키면 이미 오늘자 신문이 들어와 있는 것. Offline 신문과 같은 형태로 구독이 가능한 셈이다.
9.7인치 화면은 꽤 시원시원해서 일반적인 하드커버 판형과 비슷한 넓이를 제공한다. 글자 크기와 줄간격을 조절할 수 있으니, 읽는 사람의 기호에 맞게 세팅을 바꾸면 된다. 화면으로 사용되는 E-Ink 는 아직 종이에 비해 약간 이물감은 있지만, LCD 화면으로 글을 읽는 것에 비해 꽤 편안한 가독성을 제공해준다. 16단계 흑백 표시로도 왠만한 그림이나 사진은 그럭저럭 볼만하게 출력되서 처음 봤을 땐 꽤 놀랐다. 한 번 화면을 표시한 후로는 그 화면이 바뀌지 않는 이상 전력 소모가 없는 E-Ink 의 특성 상, 배터리도 한 번 충전하면 며칠은 거뜬히 쓸 수 있는 것도 장점. 사용하지 않을 때는 여러 작가들의 모습을 화면에 표시해주는 센스까지도 마음에 든다 ^^

Sleep 화면 중 하나. Random 하게 바뀐다.
일단 기본 용도는 잡지 구독 및 업무에 필요한 전공 서적 구입용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키워드로 검색이 가능하다는 장점 덕에 종이책보다 업무용으로는 훨씬 더 유용하다.(회사 쪽에는 업무용 책들을 e-Book 으로 구입해도 비용 정산해 주겠다는 약속을 미리 받았다. 흐흐) 한글 지원을 안 한다는게 단점인데(한글 PDF 는 읽을 수 있음), 조금 시간이 지나면 한글 컨텐츠 보는 법도 생겨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 기계가 내 생활에 얼마나 녹아들 수 있을지는 좀 더 써봐야 알겠지만, 일단 현재까지로는 상당히 만족하며 쓰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