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ntheon 은 그리스어로 '모든 신들의 사원'을 뜻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온 모든 신들의 전당을 뜻하는데, 제우스 신전이나 헤라 신전 등 각 신들을 위한 신전이 따로 있었던 마당에 왜 모든 신들을 위한 신전이 필요했는지는 의문이다. 초기 공화주의가 싹텄던 로마였던만큼, 신들에게도 모여서 토론할 수 있는 일종의 공회당 같은게 필요하다는 개념이 아니었을까도 싶다(개인적인 추측).
7세기 이후, 이 건물은 기독교 교회로 쓰이고 있다. 모든 신들을 기리다가 한 명의 신만을 기리는 곳으로 바뀐 셈인데, 다신교든 일신교든 종교라는 배타적 패러다임 내부의 전환에 따른 것이니 가타부타를 따질 일은 못된다. 오히려 이교도의 사원이라고 부수지 않고 잘 보존할 수 있었던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로마가 기독교를 받아들일 무렵은 여러 종교가 로마에 공존하고 있었으니, 아마도 종교적 관용이 통용되던 시절이 아니었을까도 싶다.
나는 가끔 우리 주변에도 '모든 신들을 위한 사원'이 있으면 어떨까 싶다. 다신교를 원하는게 아니라, 그냥 종교에 상관치 않고 누구나 들어와서 신과의 만남을 추구할 수 있는 공동의 성소(?) 같은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한 쪽에서는 기독교인들이 기도를 드리고, 다른 한 편에서는 불상 앞에서 절을 하고, 한 편에서는 메카를 향해 절을 올리는 무슬림들이 공존할 수 있는 공간. 서로의 신은 다르지만, 절대자에 대한 믿음이라는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서로의 간절함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종교인들이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뜬구름 잡는 소리다. 같은 신을 믿으면서도 이단이라는 딱지를 붙이며 서로 못 잡아먹어서 난리인 사람들에게 타 종교와의 공존이라니 언감생심. 성욕은 개인적이지만 포르노그라피가 '권력'의 문제이듯, 기실 믿음은 개인의 것일지언정 종교는 또한 '권력'의 문제일 뿐이다. 요즘 소망 교회에 사람이 그렇게 몰린다지 않는가...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