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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열여섯 살을 지켜준 책들 - 모험하고 갈등하고 사랑하기 바쁜 청소년들에게
곽한영 지음 / 해냄 / 2023년 5월
평점 :
청소년 법 교육 전문가로 청소년들에게 생각의 씨앗을 심어주고 있는
#곽한영 부산대학교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는 캐나다의 헌책방에서 <키다리 아저씨> 초판본을 발견한 순간
어린 시절 책에서 얻은 위안을 떠렸렸다고 한다.
속살을 드러낸 채 돌아다니는 달팽이처럼 가장 다치기 쉬운 시기에,
연약함은 부드럽고 유연하여 더 크고 놀라운 성장에 필요한 조건이 되기도 하지만
쉽게 상처받고 피 흘리고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열에 말라비틀어지기도 하는 위험한 시기이기도 하기에
이야기가 가장 절실한 시점이 청소년기라고 저자는 말했다.
그 시절 자신을 지켜준 것이 이야기로 지은 집, 책이었기에 속살을 드러낸 청소년들에게
자신을 지키고 더 자라게 할 수 있는 갑옷이 될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어
청소년들에게는 좋은 지침서가 될 것 같고, 어른들에게는 나름 문학소년소녀였던 시절을 떠오르게 하였다.
단순히 자신에게 의미있었던 책의 줄거리를 나열한 것이 아니라,
그 책이 쓰여지던 시대적 배경과 함께 작가가 왜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지 작가의 생애까지
이야기가 펼쳐져서 너무 좋았고, 작가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되게 된 뒷이야기까지 있어 흥미로웠다.
<데미안, 어린 왕자, 갈매기의 꿈, 로빈슨 크루소, 두리틀 박사의 이야기, 정글북, 프랑켄슈타인,
메리 포핀스, 플랜더스의 개, 행복한 왕자, 키다리 아저씨, 해맞이 언덕의 소녀,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
15소년 표류기, 서유기, 오즈의 마법사> 서너 개의 작품을 제외하곤 너무나 유명한 고전이 되었지만
<데미안, 어린 왕자, 갈매기의 꿈>정도만 읽어서 대부분 영화나 만화로 접한 작품들은 다시 한번 꼭 읽고싶어졌다.
어린이 도서로 편집된 <로빈슨 크루소>는 무인도에 표류하는 불운과 역경을 이겨내는 모험기에 가깝지만,
완역본에서는 방종한 행동에 대한 필연적 징벌로 여겨진다니 궁금했다.
<갈매기의 꿈>이 출간된 1970년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마무리되고
미국이 최고 강대국의 반열에 오르고 안정된 삶을 되찾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가정을 꾸리면서
'베이비붐 세대'가 급증한 시대였다. 부모 세대는 1930년대 대공황기의 극심한 빈곤과 이후 전쟁의 참상에서
어렵게 안정된 삶을 쟁취한 세대인 반면, 베이붐 세대들은 경제적 어려움이나 생존에 대한 위협을
전혀 경험하지 않고 여유로운 삶을 누리게 되었다. 미소 냉전 체제에서 대리전처럼 치러진 베트남 전쟁에
동원된 젊은 병사들의 죽음에 베이붐 세대들은 기성세대들이 만들어놓은 세계 질서를 부정하고
새로운 세계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시작했다. 1968년 프랑스 파리에서 항의의 물결이 시작되어서
68세대라고 불리는 그들은 여성의 인권 신장, 흑인 민권 운동, 베트남 전쟁 반대, 환경 보호, 반핵, 나치 청산
등을 요구했다. 생존을 위한 먹이 활동보다 높이 날며 비상을 꿈꾸는 갈매기 조나단이
68세대를 상징하는 줄은 몰랐다. 남들이 무모하다고 만류해도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하던 조나단이
새로운 사회 질서를 만들기 위해 평화와 사랑을 강조하는 히피와 일맥상통하다니 새롭게 느껴졌다.
<로빈슨 크루소>, <정글북> 속 소재들이 서구 유럽 열강들의 식민지를 정당화하고,
인종 차별적이고 지극히 서구 중심적 사고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
디즈니의 영화 <메리 포핀스>가 원작을 비틀어놓은 최악의 사례 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 나니
어른이 된 지금 이 책들을 다시 읽어보면 더 새롭고 더 많은 것들이 보일 것 같다.
동물 사랑이 남달랐던 여성 작가 마리 루이스 드 라 라메가 위다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플랜더스의 개>가 개에게 힘든 일을 시키는 벨기에 풍습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녀의 사망 후 친구들이 위다를 위해 동상이나 비석이 아니라
말과 개들이 물을 마실 수 있고 쉬어갈 수 있는 작은 음수대를 만들어 그녀를 추모했다고 한다.
유명하지만 책으로 직접 접하지 못해 미처 알지 못했거나 잘못 알고 있었던 이야기들을
바로 잡고, 작가들의 파란만장한 생애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학창 시절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무심코 지나쳤던 이야기의 숨은 의도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어 여러모로 유익한 시간이었다.
#청소년문학 가이드북일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추억 여행 및 성찰 안내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이야기책이었다.
#나의열여섯살을지켜준책들
"리뷰어스 클럽의 도서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