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스피치 스피치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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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어른, 최고의 지성 이어령 선생님의 3주기 추모  특별 기획 명강의록이다.

위기의 사회를 창조의 사회로 재편하기 위한 1단계는 말에서 시작한다.

말의 힘, 워드 파워로 상대방을 스스로 무릎 꿇게 하는 법이 펼쳐진다.


<금도끼 은도끼>에서 산신령에게 나무꾼이

자기 건 쇠도끼라고 답한 건 정직해서가 아니라, 

금도끼면 굶어 죽기 때문이라는 관점은 흥미로웠다.

금은으로는 나무를 못 베니까 나무꾼에게는 가치가 없다.

도시인에게나 금은에 대한 교환가치가 기능한다.

나무만 베서 자급자족하는 산골  나무꾼은 금도끼가 아니라

교환가치보다 사용가치가 큰 쓸모 있는 것을 요구한 것이다.

시장 원리는 교환가치를 따지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금은을 화폐로 바꾸면 부자가 된다는 교환가치를 알게 되면

나무꾼은 장사꾼이 되고 만다. 금은이 없을 때는 자급자족했지만

금은도끼를 갖게 된 이상 시장으로 가져가 팔고 그 잉여로

무언가를 하는  나무하다 말고 도시로 간 나무꾼 이야기라니 재미있었다.


산업자본 계산법인 GDP는 아무리 늘어도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다.

생명자본 GPI(Global Peace Index)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행복하다.

돈이 돈을 낳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기쁨 속에서 생식하는

순환 가능한 경제 체제가 되어야 한다.

생명의 끌어당기는 힘이 자본이 되는 생명자본주의가 필요하다.

산불이 나면 약육강식으로 유지되던 정글의 법칙이 깨어진다.

모두 살길을 찾아 한마음으로 한 방향을 향해 뛰게 되는 것이다.

산불의 위기가 역설적으로 한 방향의 길을 찾아주는 평화를 가져오듯이

우리도 수많은 국난을 슬기롭게 힘을 합쳐 이겨냈다.


세이코사에서 스위스제 시계의 기록을 깨뜨린 최고의 명품,

크레도르를 내놓았는데 그 시계를 만든 사람이

나전칠기 옻칠 공 전용복 씨라는 사실이 정말 안타까웠다.

시계에 정교한 옻칠과 나전 세공으로 다이아몬드나 다른 보석이 할 수 없는

아름답고 견고하고 만 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세계 최고액의 부가가치가 높은 시계를 창조하는 걸

우리나라에서 하지 못하고 일본에서 가능했으니 말이다.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갖고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성공보다는 물거품이 되는

현실의 아쉬움이 너무나 많아 안타까움이 컸다.

전용복 씨처럼 창조적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실현시킬 수 있는 제도가 뒤따라주지 않아서 낭패를 보는 일이 

더 이상 없어졌으면 좋겠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서는 돈과 칼로는 안 된다.

돈과 칼로 억지로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말로 

상대방을 스스로 무릎 꿇게 하는 워드 파워가 중요하다.  

시대의 어른이 들려주는 말의 힘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니

진짜 비용이 싸고 오래 가는 말 장사가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시스, 노모스, 세미오시스. 

자연, 법, 상징의 세상에서 말의 가치를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명강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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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in 한국 - 영어와 한국어로 읽는 외국인 육아 웹툰 에세이
매튜 브로드허스트 지음, 박진희 옮김 / 북극곰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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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출신 매튜는 평생 영국에서만 살다 2009년 1월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

영국과 모든 것이 다른 낯선 곳이었지만, 

영국의 어두운 겨울에 비해 밝고 화창한 한국의 겨울이 정말 좋았고

맛있는 음식과 케이팝, 빠르게 변화되는 문화를 즐기며 금방 한국에 적응해나갔다.

영국과 다른 점을 발견하면서 종이에 그림을 그리다 4컷 만화가 탄생했고

네이버 웹툰에 '외국 in 한국'을 연재하게 되었다.


2017년 아내 진희가 수지를 임신하며 세 명이 된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초보 아빠의 육아 일기로 빙그레 웃으며 읽을 수 있다.

귀여운 아이의 성장 과정은 언제나 기분을 좋게 하니까 말이다.

4컷 만화이다 보니 상황이 명확하게 전해지고

아주 쉬운 영어와 친절한 해석까지 같이 있어서 

영어 만화에 대한 거부감 전혀 없이 술술 넘어간다. 

에너지 만땅에 한 번 꽂히면 무한 반복해 부모들을 지치게 하는

아이 특유의 천진난만함이 제 3자의  눈에는 너무 귀엽게 느껴졌다.


고사리손으로 아빠에게 해피 파덜스데이! 사랑을 담은 카드를 건네서

아빠를 감동시켜 행복의 눈물을 흘리게 해놓고는

카드는 아빠 거 아니고, 자기 꺼라고 카드를 보여만 주고,

엄마랑 신나게 놀고 있는데 아빠가 함께 놀자고 하자

노 대디 노! 저리 가!라고 밀어내는 딸래미의 행동이라니...

함께 플레이타임을 하지 못해 상처받는 초보 아빠의 모습이 안스럽기도했다.


생일축하곡을 무한반복하고, 케익 촛불 불기를 반복하는 걸 

아이들은 왜 좋아할까, 아이들은 어떻게 지치지도 않고 저럼게 체력이 좋을까

그냥 봐도 피곤한데 부모님들은 정말 고단할 것 같다.

세상이 궁금한 만큼 질문도 많이 하고, 아이만 할 수 있는 놀라운 대답으로

귀여움을 초과하는 수지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수지가 태어나기 전에는 아내를 비롯해 다른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도 많았지만

수지가 태어난 후에는 대부분 수지랑 노는 내용이 대부분인 것은 

수지랑 함께 하는 게 매튜의 인생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매튜의 뮤즈이자 매튜의 모든 것이 되어버린 수지가 모기에 물리자

감히 내 딸을 물었다며 분노의 살충제를 뿌리며 모기를 처단하는 

아빠의 모습도 귀여웠다.

초코푸딩이 맛있겠다고 그냥 해본 말인데도 초코푸딩을 사수하려고

고사리같은 손으로 막아보는 뾰로통한 수지의 모습도 귀여웠다.

뭐 배운 것도 많이 없을텐데 뭘 졸업하는지

유치원 졸업식이 왜 필요하냐 의아해 했으나, 

아이의 성장을 확인하며 오열하는 초보 엄빠의 육아 일기

행복한 세 식구의 모습이 에피소드마다 넘쳐나서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부담없는 영어와 한국어로 읽는 육아웹툰이었다. 

#매튜육아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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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와 반 고흐 영혼의 시화전 - 윤동주 전 시집과 반 고흐 그림 138점
윤동주 글,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스타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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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윤동주 시인의 전 시집과 반 고흐 그림 138점의 만남,

그야말로 좋은 거에 좋은 거를 더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시는 그림이 되고, 그림은 시가 된다."는 표현이 그대로 느껴지는

시화전이라서 감동이 배가 되어 다가와서 가까이 두고 계속 펼치게 되는 책이다.


서른일곱 해의 짧은 생을 살면서 가난하고 고독했던 예술가 빈센트 반 고흐는

노동자와 농민의 고달픈 삶과 자연의 풍경을 화폭에 담았는데,

식민지 시절 고뇌하는 시인의 마음과 너무 잘 어우러져서

시인의 고뇌가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시인과 화가의 만남이라 감동이 배가 되어

책을 읽는 내내 행복해졌다. 특히 고스의 그림이 138점이나 수록되어 있어

작은 미술관을 소장한 것 같아 좋았다.


마치 두 사람이 동시대를 살던 벗처럼 느껴질 정도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더욱 감동스러웠다. 눈빛만 봐도 통하는 죽마고우가 콜라보를 한 것처럼

윤동주의 시와 고흐의 그림 결이 너무나 잘 맞아 놀라울 정도였다.


'장

이른 아침 아낙네들은 시들은 생활을 

바구니 하나 가득 담아 이고......

업고 지고......안고 들고......

모여드오 자꾸 장에 모여드오.


가난한 생활을 골골이 버려놓고

밀려가고 밀려오고......

제마다 생활을 외치오......싸우오.


온 하루 올망졸망한 생활을

되질하고 저울질하고 자질하다가

날이 저물어 아낙네들이

쓴 생활과 바꾸어 또 이고 돌아가오.(1937. 봄)'

를 읊으며 <석탄 자루를 나루는 광부의 아내들> 그림을 보니

아낙네들의 고달픈 삶이, 광부 아내들의 굽은 등이 생생하게 느껴져 짠했다.


지난밤에 동생이 오줌 싸 그린 지도가

꿈에 가본 엄마 계신 별나라 지돈가, 돈 벌러간 아빠 계신 만주땅 지돈가

궁금해하는 시인의 섬세하고 여린 마음이 짧은 시를 통해서도 너무나 잘 느껴졌다.

종점이 시점이 되고, 다시 시점이 종점이 된다는 시인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

고향으로 향한 차도 아닌 기차에 공연히 가슴이 설레이는 시인이

짐보따리를 들고 주룽주룽 서 있는 여자들을 보며, 

복선 공사에 분주한 노동자들을 보며,

세계일주행이라고 달고 싶고, 고향행을 달고 싶고,

도착하여야 할 시대의 정거장이 있다면 더 좋겠다는 말에  가슴이 찡했다.

고흐의 그림과 윤동주의 시가 이렇게나 잘 어울린다니,

마치 서로의 속마음을 들여다본 듯, 서로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토대로 

작품 활동을 한 것 같을 정도로 결이 맞아 감동의 시너지 효과가 엄청난 책이었다.

#윤동주X반고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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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새싹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66
브리타 테큰트럽 지음, 김서정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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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씨앗들이 모두 깨어나 땅 위로 싹을 올려 보내는 봄의 풍경은 파릇파릇 경이롭다.

앙증맞게 올라온 새싹이 사랑표 같아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새싹들이 햇빛을 향해 자라나고 있는데,

자그만 씨앗 하나가 여전히 땅 속에서 자고 있다.

다른 씨앗들은 무럭무럭 자라는데, 왜 이러고 있는지 무당벌레가 궁금해하자

개미가 시간이 좀 더 필요한 모양이라고, 곁에 앉아서 조금 기다려주자고 말한다.

무당벌레와 개미가 곁에서 기다려 준 덕분인지 조금 지나자 씨앗에서 싹이 텄다. 

조그맣고 연약한 새싹에 마음을 빼앗긴 무당벌레와 개미는 

새싹을 지켜보는데, 싹이 튼 자리가 너무 어두웠다.

햇빛 한 줄기도 들어올 수 없는 자리를 벗어나 햇빛을 찾아 

새싹이 쑥쑥 뻗어 나가자 풀숲의 다른 동물들도 새싹의 힘겨운 여행을 응원했다.

조그맣고 연약한 새싹의 용기 있는 도전이 무당벌레와 개미는 자랑스러웠다.


풀숲 친구들의 응원에 부응하듯 조그맣고 연약했던 새싹은 쑥쑥 자라

이파리는 더 커지고 더 넓어지고 튼튼해졌다.

쭉쭉 뻗어나가다 마침내 어느 날, 빽빽한 풀숲 사이로 햇살이 

조그만 새싹에게 내려앉았다. 드디어 자리를 잡은 새싹은 쑥쑥 자라

훌쩍 키가 커지고 작은 가지들을 사방으로 뻗어 커다랗고 특별한 식물로 자라났다.

수많은 동물 친구들이 찾아왔고 조그만 새싹은 여름 내내 생기와 사랑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식물로 지냈다.

그리고 가을이 되자 바람이 씨앗을 흔들어 멀리 멀리 세상 속으로 날아갔다.

겨울이 다가와 사방이 회색으로 차갑게 변하자 생쥐가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게."라고 작별 인사를 했다.

눈이 온 땅을 덮고 영영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돌아오자 씨앗들은 흙을 밀어 올리고 새싹을 내보냈다.

다시 사랑표 새싹을 만난 풀숲 친구들은 조그만 새싹을 다시 만나서 다시 행복해졌다.


볼로냐 라가치상 2회 수상 작가의 환상적인 일러스트가

풀숲 친구들과 새싹의 우정을, 작은 생명들의 다정함을 돋보이게 하여서

읽는 내내 마음이 평화로워져서 행복해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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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만, 오직 좋은 것만
최대호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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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오늘도 무탈하고 양치질하는 시간만큼의 평온이 있었음에 감사하는 

습관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오늘 하루 내 모습이 맘에 들지 않아도 살면서 빛났던 순간이 분명 존재했으니,

만족스러운 하루가 아니었다고 해도 괜찮다고 나를 긍정해 주는 게 

중요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충분히 노력해온 과거의 나에게 

미안해질 마음으로 살아가지 말고, 대견한 오늘의 나를 많이 사랑해 주라는 말에

뭔가 뭉클함이 느껴졌다. 때가 타고 흠이 생긴 여행 캐리어를 보며

여행을 되게 많이 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좌절과 부담 없는 깨끗한 삶보다

제각각의 힘듦을 지니고 있는 게 더 멋진 거라고, 

나아지기 위해 노력한 거니까, 단순한 흠집이 아니라 더 단단해지는 법을 

배우게 만들어 준 가치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하라는 말이 맘에 와닿았다.

그때 포기하지 말 걸, 내가 더 참을 걸 하고 후회하지 말고

그저 경험이었다고 여기고, 경험을 통해 성장했음을 인정하면 된다.

어차피 후회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아무리 힘을 줘서 화려하게 포장해도 중요한 건 안에 든 물건이다.

편한 마음으로 해도 이루어지는 일은 분명히 이루어지고,

힘을 준다고 안 될 게 되지는 않다. 운동도 힘을 빼야지 잘 되는 것처럼

힘을 빼는 게 무조건 이득이다. 빨리 해내고 싶어서 과하게 속도 내고,

잘 하고 싶어서 잔뜩 긴장하면 오히려 일을 망치게 되는 일이 허다하다.

잘하려고 애쓸수록 더 안 풀리니 힘을 빼야 힘이 실린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길도 험하고 날씨도 안 좋은 날, 달리기 시합에서 이기는 사람은

건강한 사람이 아니라 더 긍정적인 사람이라는 말을 곱씹어 보게 되었다.

더 긍정적인 사람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도 크게 타격받지 않고

웃으며 달릴 수 있어 결국은 행복해진다. 

자존감은 자기 효능감, 자기 조절감, 자기 안정감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스로 만족감이 충만하도록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다 보면

자기 효능감이 채워지고 자연스레 자기 안정감이 찾아온다.

자기 효능감은 오늘의 기둥이 되고 안정감은 미래의 기둥이 되고

그 오늘과 미래의 사이는 자기 조절감으로 채운다.

적당히 살면서 적당히 즐기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내가 원하는 걸 마음껏 펼치는 삶을 살아가면 자존감이 완성된다.

내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되어 한 번뿐인 나의 인생을

내 의지로 하루하루 매일 행복하게 살아가자.

좋은 생각은 좋은 말로 이어지고, 좋은 말을 하면 내 기분도 좋고

듣는 사람 기분도 좋아진다. 내가 친절을 베풀었다고 해서

상대방이 만족할지까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나는 기쁘고 행복해지면 그걸로 충분하다.


행복의 조각을 함부로 차곡히 모아가는 방법,

하루 하루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는 행복 안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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