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가 있었다
샬롯 맥커너히 지음, 윤도일 옮김 / 잔(도서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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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북극제비갈매기의 마지막 여정을 따라서 펼쳐지는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교훈적인 소설이라고

추측하고는 별 기대 없이 <마이그레이션>을 읽다가 그 흡인력에 놀라고,

<마이그레이션>이 작가의 데뷔 소설이라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랐던지라

샬롯 맥커너히의 <늑대가 있었다> 역시 기대가 되었는데 역시나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다.

재야생화(Rewilding)를 모티브로 이렇게나 매력적인 소설이 탄생하다니 역시 작가는 작가인가보다.

뉴스위크 올해 최고의 책에 선정된 이유가 있다.

나뒹구는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보며 생태감수성 증진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감이 들때가 많은데,

이런 소설이 사람들 마음 깊이 들어오면 세상은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사냥은 우리가 필요한 만큼만 하고 나머지는 생태계에 돌려주고, 먹을 것도 필요한 만큼만 기르며

최대한 자급자족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교육하는 아빠 밑에서 자란 인티는

'거울 촉각 공감각'을 가졌다.

인티의 뇌는 살아 있는 존재의 감각적 경험을 재현해서, 사람은 물론 눈에 보이는 대상의 감각을

그대로 느낄 수 있고 잠깐이지만 그 대상과 하나가 된다.

촉각에 한해 아주 독특한 이해 방식으로 상대의 고통과 즐거움을 고스란히 느끼는

공감 능력 때문에 그녀는 대다수의 사람과 다른 삶을 살아가게 만든다.

끊임없이 들어오는 감각 정보로 녹초가 될 지경인

인티는 살아가기 위해 상대와 감정적 거리를 두고 생활한다.

인티는 스코틀랜드 생태복원을 위한 케인곰스 늑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팀원이다.

케언곰스 국립공원 안 세 개의 우리에 총 14 마리의 늑대가 나뉘어 있는데

겨울이 지나면 고산지대에서 자유롭게 살도록 방생하는 프로젝트는

생물다양성을 증가시키고 생태 복원을 하는 재야생화의 일환이다.

스코틀랜드 최상위 포식자였던 늑대를 멸종 직전까지 사냥을 한 결과

먹이사슬에 파장이 생겼고 영양단계 연쇄 반응 결과 스코틀랜드 생태계는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늑대들이 돌아온다면 야생동물을 위한 서식지가 늘어날 것이고 토양이 비옥해지고

홍수가 줄고, 탄소 배출이 통제되어 다양한 종의 동물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며

재야생화를 통해 기후변화 또한 늦출 수 있다고 지역 주민들을 설득해보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자연에는 다 좋겠지만, 자신들이 양을 방목하는 땅이 위협받아 자신들의 삶의 방식이 파괴된다며

이 땅의 주인은 늑대가 아니라 자신들이라며 늑대가 아니라 사슴이나 양과 함께 사람들이

평화롭게 사는 공동체의 번영을 원한다고 말이다.

야생동물이 없고 사람과 농경지만 넘쳐나는 장소는 죽은 세상임을 잘 아는 인티와 동료들이

과연 프로젝트에 성공할 수 있을지 너무 흥미진진하였다.

모든 생명체에 대한 사랑과 재야생화에 대해 깊이 성찰할 수 있는 너무나 재미있고 진지한 소설이다.

#재야생화 #샬롯맥커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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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행복 -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정원을 걷다 열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모명숙 옮김 / 열림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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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버지니아 울프 특유의 감각적 글쓰기가 물씬 풍겨오는 책이었다.

영국 출장을 가서 공항 근처에서 잠만 자고, 런던에 런자도 구경도 못 하고

영국인들의 최애 휴양지라는 콘월 지방으로 이동했지만

휴양과는 전혀 다른 일정만 소화해 내느라 정신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영화 속 장면 같았던 콘월 지방의 풍광에 왜 최애 휴양지라 일컫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던 콘월의 세인트아이브스가 버지니아 울프가

기억하는 첫 번째 기억이라니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가지고 있는 어릴 적 첫 번째 기억이 아름다운 곳에서의

엄마와의 추억이라면 멋질 것 같다.

너무나 평화로웠던 세인트아이브스가 어렴풋한 기억 속에서

미화되어 더 아름답고도 희미한 듯하면서 생생하게 떠오르는 기분이

묘하게 좋을 것 같다.

세인트아이브스에서 보낸 여름이 상상으로만 가능한

인생의 가장 좋은 시작이 되었다는 걸 보면,

유년 시절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버지니아 울프처럼 감성적인 사람이 느꼈을 전쟁의 공포가

그녀의 일기에 고스란히 드러나서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녀의 책을 접할 때마다 전쟁이 없었더라면 그녀의 마지막은

달랐을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전쟁이 다시 금방이라도 닥칠 것처럼 보이는 유럽의 상황 속에서도

더 튼튼해진 장미 꽃봉오리들을 따며 정원에서 그녀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생각해 보니 마음이 아려왔다.

종이와 설탕과 버터를 인색하게 굴 정도로 아끼고,

자잘한 비축품인 성냥을 구입하고, 쓰러진 느릅나무를 톱질하며

겨울을 버텨내기를 몇 해를 반복하는 동안에도

정원에는 꽃이 피고, 정원이 노란색과 빨간색 꽃으로 물들어 가도

폭탄이 떨어지고, 공습경보가 해제되고, 또다시 사이렌이 울리고,

또 공습경보가 울리는 상황은 상상만으로도 무시무시하다.

꽃들과 심지어 땅에 있는 조약돌마저 독자적인 삶과 고유한 운명이 있고

그것들이 어린 시절 잣니의 친구였던 감성의 소유자가

전쟁을 온몸으로 견뎌내기는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숲을 거닐면 무척 온화하고 기분이 좋다.

그녀의 표현에 따르면 숲이 우리가 바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지만,

자신을 넘어 먼 곳을 가리키지는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정원을 거닐며

자신과 주변을 천천히 들여다보게 되어 마음이 평안해지게 만드는 책이었다.

#모두의행복 #버지니아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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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고전 필사와 섀도잉을 콜라보하라 - 운명을 바꾸는 인문 고전 필사와 섀도잉
조희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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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영어에서 최고가 되고 싶어 이것저것 국내에서 해볼 수 있는 웬만한 것은

다 섭렵한 11년 차 초등학교 교사가 독서의 최고는 인문 고전 필사에 있고,

영어 공부의 끝판왕은 섀도잉임을 몸소 깨닫고 소개하는 책이다.

인생을 180도 바꾸고 싶어서 인문 고전 필사와 섀도잉에

제대로 미친 사람의 기록이라 큰 자극이 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최고로 만들 거라는 확신이 있다면,

고통 속에서도 독서와 영어 공부를 지속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끈기 있게

한 우물을 넓고 깊게 물이 나올 때까지 파라고 격려하고 있다.

실력은 계단식으로 성장하는 법이라 노력해도 정체되는 시기가 반드시 오게 마련이다.

정체기가 길수록 그만큼 실력도 크게 오르므로 절대 포기하지 말고

잠깐 쉬면서 내실을 다져가다 보면 누구나 더 높게 오를 수 있음을 알려준다.

<라푼젤>, <쿵푸팬더>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고

어린이들을 위한 영어라 표현이나 단어가 쉬워서 기초를 잡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하니 100번 섀도잉을 목표로 시작해야겠다는

의지가 불끈 솟게 만들었다.

인간은 시속 4km 정도로 걷는 대신 오래 걸을 수 있다.

사냥감이 지칠 때까지 끝까지 추적했기 때문에 사냥감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노루의 걸음은 잘다. 잔걸음으로 가는 것은 느리지만, 쉼 없이 전진하면

치타보다도 많이 갈 수 있어 쉽게 잡혀먹히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인문 고전 필사는 쓰는 행위가 아니라 사실 완벽하게 책을 몰입해서 읽는

지독한 슬로우 리딩이다. 사람은 사람을 통해 성장하는데 위대한 사람의 인생이

온전히 담겨 있는 것이 책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공통으로 부여되는 24시간을 어떻게 쓰냐에 따라

사람들의 인생은 전혀 달라진다.

실천하면 꿈을 꾸는 것이고 실천하지 않고 바라기만 하면 욕심이라는 말이

비수처럼 꽂혔다. 욕심을 버리고 꿈을 꾸면 행복해지고, 꿈은 이루어진다.

꿈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미치게 몰입하는 시간들이 그 사람을 최고로 만들어준다.

열정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끌어 오르는 것이다.

열정을 가지고 미치게 집중하고 몰입해서 성취감을 맛보며 행복해질

짜릿한 시간을 기대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인문고전필사 #섀도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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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푸른 벚나무
시메노 나기 지음, 김지연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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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요시모토 바나나, 오가와 이토를 잇는 힐링소설 스타 작가 시메노 나기가

카페 체리 블라썸을 운영하는 히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작가가 실제로 운영하는 도쿄의 작은 카페도

카페 체리 블라썸처럼 자신들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나누며

힐링하는 공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프니까 사장이다."라는 웃픈 말처럼 진상 손님들로 속앓이를 하는

사장님도 많겠지만, 카페 체리 블라썸처럼 서로에게 위안을 받고

서로 응원할 수 있는 사람들의 만남이 되는 공간의 사장님은 행복할 것 같다.

히오의 외할머니 때 운영하던 체리 블라썸이라는 예쁜 이름의 서양식 숙박업소는

히오의 엄마 사쿠라코가 서른 살이 되어 물려받은 후 양식 레스토랑이 되었고

히오가 서른이 되어 물려받은 후 카페가 되었다.

100 여년 동안 체리 블라썸 마당 한 켠에서 히오 3대의 삶을 지켜본

벚나무가 정령같이 신비롭기도 하고 든든했다.

흔히 벚꽃을 보며 끝이 정해져 있는 인생을 돌아보며

자기 힘으로는 어찌하지 못하는 유한한 삶에 아쉬워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꽃은 피면 지기 마련이고 꽃이 져야 다음 계절이 찾아온다.

또한 매년 똑같은 꽃을 피우지 않으며, 100년 전에 폈던 꽃과

올봄에 피는 꽃은 다르다. 과거가 있었기에 미래도 있는 법이고

오늘은 면면히 이어지는 시간의 한 조각이다.

꽃이 지고 나면 벚나무는 존재마저 잊히기 십상이다.

벚꽃놀이를 즐기던 이들이 전혀 알아보지 않아도 벚나무는 차분하게

내년에 필 꽃눈을 키우고 있다. 작은 꽃눈을 알아봐주는 사람이 없어도

조바심이나 화를 내지 않고 주어진 일을 망설임 없이 묵묵히 행한다.

꽃을 피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잎이 떨어진 벗나무는 말라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음 해에

필 꽃을 준비한다.

100년된 벚나무가 수호신처럼 집을 감싸고 있다면

얼마나 포근하고 좋을까, 배울 수 있는 점이 많을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힐링 소설이었다.

#힐링소설 #시메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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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유전자를 춤추게 한다 - 호모 사피엔스의 눈부신 번영을 이끈 유전자·문화 공진화의 비밀
장수철 지음 / 바틀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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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K팝이 세계적으로 사랑받게 된 이유를

진화론의 최전선 가운데 하나인 유전자 문화 공진화론을 통해 풀어내며

실제 유전학 연구를 바탕으로 문화와 생물학의 교차점을 알려주는

아주 유익하고 흥미로운 책이었다.

K팝이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친숙한 멜로디와 리듬에 결합한

춤이다. 여럿이 같은 동작의 안무를 보여주는 칼군무는 K팝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개다리춤부터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까지 팝 음악에도

춤은 존재했지만, K팝 아이돌그룹의 칼군무는 조금 다르다.

칼군무는 수많은 관객이 따라 하면서 강한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함께 칼군무를 추면서 우리는 옛 조상들이 집단적으로 사냥을 할 때나

다른 부족과 목숨을 건 전투를 벌일 때처럼 아드레날린과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흥분과 감정의 고조를 느끼게 된다. 수렵채집 시절의 동시적 집단행동은

자신이 좋아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관람하며 응원 구호를 외칠 때도 나타난다.

인류가 수렵채집 시절에 집단을 이루어 사냥할 때부터 진화한 일체감이

같은 문화적 선호를 지닌 이들과 집단을 이루는 일체감 속에서

사람들이 얻는 안도감과 든든함의 연대 의식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요리를 만들고 즐기는 동물인 인간은 음식을 익혀서 먹는다.

불을 사용한 조리는 먹거리 성분의 구조를 변화시켜 소화와 영양 섭취를

용이하게 만들었고 이에 맞춰 몸의 구조도 많이 바뀌었다.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물들은 음식을 조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섭취한다.

자연 상태와 달리 조리 과정에서 영양소가 파되되니

자연적인 것이 더 좋다며 자연 그대로 섭취하자며 생식을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음식을 불로 익히면서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많은 병원체를 제거하고

식물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만든 여러 독소 화학 분자를 변형시키며,

열량의 밀도가 커져서 날음식보다 적은 양으로도 충분한 칼로리를 얻게 된다.

생물학적 특징에 의해 특정 문화가 출현하고 이 문화가

인간의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게 작용하게 하여 유전자가 변한다.

유럽 왕족들이 고귀하고 순수한 혈통을 지키기 위한 근친혼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근친교배의 실험 기록을 후대 과학자들에게 남겨 주었다.

입을 똑바로 다물기 힘들 정도의 주걱턱을 가진 합스부르크 왕가,

혈우병을 물려준 빅토리아 왕조 등의 사례를 통해 근친혼 문화는 사라졌다.

과학과 의학의 영향으로 여성 할례의 부정적 영향이 널리 알려졌음에도

여전히 할례가 여성성을 증가시키고 결혼 전 성적 방종 억제를 위해

필요하다며 지켜나가고 있는 문화권이 있다.

건강과 성생활 모든 측면에서 백해무익할 뿐 아니라 출산 때 과다 출혈과

사산의 위험성도 크다. 2024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30개 국가에서

2억 3000만 명 이상의 여성이 할례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로 인해 유발된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만 매해 2조 원에 육박하는

경비가 필요하다니 놀라웠다. 과학이 일상이 된 세상에서 아직도

남성 중심의 지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여성의 성적 자유를 억압하기 위한

부적절한 문화가 이어지고 있다니 말이다.

근친혼처럼 생물학적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 문화가

하루 빨리 없어지길 바란다.

할리우드가 지고 K드라마가 뜨는 진화적 이유, 뒷담화의 진화적 이유,

농업 혁명이 바꾼 유전자, 인종 차별에 악용된 우유 등

유전자 문화 공진화론으로 인류의 과거를 해부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아주 유익한 이야기가 명쾌하게 펼쳐져서 흥미로웠다.


#문화는유전자를춤추게한다 #유전자문화공진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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