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앤 징크스
마거릿 와일드 지음, 이지원 옮김 / 올리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렇게 간결한 산문시로 젠을 둘러싼 가족들, 친구들의 삶이

한 눈에 그려지다니 두려움과 상실, 불안과 같은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간결하고 울림 있는 이야기로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수상한 작가의

필력이 강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젠은 어떻게 장애가 있는 아이를 낳을 생각을 하냐며 사라진 아빠를 시궁쥐라 부르며,

다운증후군인 동생 그레이스와 엄마와 셋이 추레한 테라스가 있는 집에서 산다.

무자비하게 항상 똑같은 일상이 지루해 살아 있는 기분을 느끼려고

무슨 일이든 일어났으면 좋겠어서 엄마에게 동생에게 가끔 빽 소리를 지르긴 하지만

학교를 땡땡이 치지도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고 술도 안 마시고,

동생을 돌보며 엄마를 돕는 분별있고 믿음직하고 책임감이 강한 아이이다.

좋은 아이라고 생활 기록부에 써있지만 자신은 너무 조용하고

멍청하고 안전을 추구하는 지루한 사람이라며

열아홉 살 생일이 되면 일탈을 할 거라고 단단히 벼르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소녀였다.

10학년 댄스파티에서 가장 잘 생긴 찰리를 만나,

찰리나 사랑하는 건 자신과 찰리와 아빠가 1년 넘게 손본 로터리 엔진이 달린

마쯔다 RX2 카펠라 2가지라 생각했다.

찰리와 함꼐 있을 때면 몸 전체가 빛으로 차 있는 것만 같았는데

찰리는 흑백으로 꿈을 꾸는 아이였다.

머리카락이 너무 길다고 학교에서 정학당하자 찰리는 머리를 밀었다.

머리를 밀어서 또 정학을 당하고 2mm 자란 머리를 초록색으로 염색하자

퇴학 얘기가 나왔지만 젠은 이국적인 동물 같은 초록빛 머리카락까지 사랑했다.

찰리가 웃고 있는 익숙한 자신의 마스크를 찍어 버리고 싶어하지만

그 아래에 무엇이 있을지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주머니에 돌을 가득 채운 채 호수로 들어간 여자가 용감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걸

젠은 전혀 눈치채지 못 했다.

서로 팔을 감고 해안가를 걸을 때, 찰리는 이상하게도 심각하게

"내가 배라면, 젠, 나는 너에게 평생 정박할 거야."라고 말했다.

그런데 찰리가 어느날 연습한 매듭으로 제대로 난간에 목을 매었다.

항상 웃고 있고 정말 행복했는데 우리가 모르는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그들은 젠을 탓하지 않지만 젠이 말해주길 바란다.

젠이 찰리의 여자 친구였으니까.

젠에게는 분명 무언가 말했을 것이라고 무엇이라도 말해주길 바라지만

젠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젠은 찰리의 여자 친구였지만, 찰리가 아직도 자신을 배제하고 있음이 괴롭다.

절친 루스리스는 찰리가 제정신이었다면 동생들이 다 보도록

자기 집에서 목을 매지는 않았을 거라며

찰리는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굉장히 아팠을 거라며 위로하지만

젠은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다.

그레이스가 찰리는 외로웠다고 말한다.

그레이스가 찰리를 검은 그림으로 그렸을 때 알아차렸어야 하는데,

그레이스는 다른 사람들이 못 보는 것을 보니까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찰리가 자신에게 말하도록 했어야 하는데

자기 잘못이라는 괴로움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그래서 학교도 가지 않고 밤에 공원에서 남자애들과 되는 대로

술을 마시고 토하고 쓰러진다.

너무 피곤하고 그냥 잠들고 싶을 때 친절한 벤이 젠을 잡아줬다.

착하고 키가 작은 벤은 사람들이 땅꼬마나 멸치 같은 별명으로

부를 때 머리가 터질 것 같이 분노하는 걸 젠에게 들키기 싫다.

벤은 젠에게 완전 반해 있지만 젠보다

루스리스가 벤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루스리스는 벤을 빼앗을 생각을 절대로 하지 않을 절친이고

벤은 젠의 남자친구가 된다.

그런데 벤이 어처구니 없게도 죽었다.

그래서 젠은 유명해졌다.

젠은 징크스이다. 남자 친구들이 죽는 여자애.

사랑하기에 재수가 없는.

엄마는 젠은 징크스가 아니라며 이 모든 일들은

젠과 전혀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니 젠 잘못이 아니라고 했지만

젠은 스스로를 징크스로 선언했다.

벤이 죽은 이유는 길 가다가 할과 부딪혔기 때문이다.

할이 친구들과 걸어가다 어떤 애와 부딪쳐 화가 나서

"땅꼬마, 조심해!" 딱 두 마디를 했을 뿐이다.

그 남자애가 확 화를 내더니 발을 헛디뎌 쓰러졌다.

부검 결과 벤의 두개골은 얇았고, 도로 경계석에 머리를 부딪치지마자 즉사했다.

그것은 사고였고 벤은 그냥 운이 없었던 것이다.

아무도 할을 탓하지 않지만, 단 두 마디에 한 남자애가 죽었다.

징크스는 할을 용서할 수 없어 할의 집에 살인자라는 낙서를 하고 전화를 했다.

그리고 할의 카페로 찾아가는데... 결말은 스포가 될 수 있어 생략한다.

죽음 앞에 죄책감을 털어버리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데 많은 용기가 필요한

10대들의 심정이 잘 포착된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러브앤징크스 #마거릿와일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다의 천재들 - 물리학의 한계에 도전하는 바다 생물의 놀라운 생존 기술
빌 프랑수아 지음, 발랑틴 플레시 그림,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넷플릭스에서 <마이옥토퍼스티처> 다큐를 감명깊게 본 사람이라면

완전 반할 수 밖에 없는 매혹적인 바다 생물들의 이야기이다.

바다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또 다른 행성을 방문하는 것과 같다는 말을

새삼 깨달으며,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바다 생물의 실체에 대해 10% 도 채 알아내지 못 했지만,

그 10%의 1%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은 너무 큰 손실이라

이런 흥미로운 바닷속 이야기를 알려준 저자에게 너무나 감사했다.

로봇공학자, 생명과학자,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는

바다 생물의 특별한 생존 기술은 실로 놀랍고 신비로웠다.

별다른 과학 장비가 없이 맨눈으로도 애벌레가 변태를 해서 나비가 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받아들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으니

바닷 속 생물들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 투성인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봄철에 해안으로 몰려오는 버드나무 잎 모양의 반투명한 댓잎장어가

뱀장어 치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도 20세기 초의 일이다.

치어와 어른 물고기의 다른 모습으로 인해 오랫동안 일부 종의 생식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치어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특정 종의 산란지를 찬고 그 성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할 뿐만 아니라,

양식장과 수족관에서도 중요하다.

치어가 바다의 소용돌이에 이리저리 휩쓸리지만, 적절한 순간

지느러미를 약간 퍼덕임으로써 자신의 고향을 찾아가는 여정은

많이 남아 있는 수수께끼이다.

육지에서는 산과 강 같은 장애물 때문에 서식지가 특정 장소에 국한된

토착종이 많이 존재하지만 바다에서는 전 세계의 바다를 크게

대성양과 인도-태평양의 두 지역으로 나누는 대륙만이 장애물이다.

그래서 전체 바다는 연안 서실지들이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

물물교환이 일어나는 일종의 거대한 네트워크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도 신기하다.

다랑어의 근육이 나무 줄기 단면의 나이테처럼 동심원 층들로 이루어진 이유는

모든 근육이 기다란 관들로 이루어져 있고, 이 모든 관 모양의 근육들이

힘줄을 통해 꼬리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다랑어의 몸에서 발생하는 모든 힘은 꼬리자루로 모이고,

접히면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부분이 오직 이곳뿐이다.

나버지 부분은 뻣뻣하고 단단하며, 가슴지느러미만 이리저리 움직이며 방향타 역할을 한다.

핵잠수함처럼 원자로에서 나오는 모든 에너지가 꼬리에 붙어 있는

스크루를 돌리는 데 쓰이고 스크루가 추진력을 제공한다.

이런 효율적인 엔진 덕분에 다랑어는 물 속에서 날 수 있다.

헤엄을 칠 때 움직임에 도움을 주는 힘은 항력과 양력 2가지이다.

항력은 물의 저항이 우리 움직임을 방해하는 힘으로

오리발을 까닥이거나 두 발과 양팔을 오므렸다 펴거나 노를 저으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 물이 우리의 움직임에 저항한다는 사실을 이용해 앞으로

나아가는 추진력을 엊는 반면, 원양 어류인 다랑어는 양력을 이용한다.

물이 지느러미 위쪽으로 아주 빨리 지나갈 때 위쪽의 압력이 낮아지면서

몸을 위쪽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한다.

다랑어의 지느러미는 비행기 날개처럼 위쪽으로 불록하게 구부러져 있고

몸은 뻣뻣하고 단단하다. 이 영법을 사용하려면 아주 빨리 나아가야 해서

다랑어의 이두박근이 대단한 것이다.

다랑어뿐만 아니라 가까운 친척인 가다랑어와 꼬치삼치, 고등어도

먼 친척인 돛새치와 청새치, 황새치도 똑같은 방식으로 헤엄친다.

또 다랑어와 아무 관계 없는 청상아리도 동일한 방식으로 헤엄을 치기 때문에

근육 구조가 똑같다. 그래서 청상아리 토막과 황새치 토막을 구분하기가 어려워

고기를 속여서 파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돌고래도 양력을 이용해 헤엄을 치는데 지느러미 방향이 다르다.

다랑어는 꼬리를 좌우로 흔드는 반면, 돌고래는 꼬리를 위아래로 흔들면서 헤엄친다.

유체역학적 관점으로 보면 돌고래는 옆으로 드러누워 헤엄치는 다랑어인 셈이다.

크릴이 자신의 아주 작은 똥으로 지구 온난화에 맞서 어떻게 싸우고 있는지,

향유고래가 7kg이나 나가는 뇌로 수심 2000m의 칠흑같은 바닷속에서

어떻게 대왕오징어를 사냥하는지,

날개폭이 3.7m를 넘어 걷는 것을 방해하는 앨버트로스가 파도의 골에서

어떻게 솟아오르는지, 물리학의 한계에 도전하는 바다 생물의 생존 기술에

감탄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재미있는 책이다.



#바다의천재들 #바다생물생존기술 #바다생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얼 오사카 - 교토·고베·나라, 2025~2026년 최신판 리얼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
황성민.정현미 지음 / 한빛라이프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최근에 너무 변화가 많아서 최신 정보를 업데이트 하기가 벅찰 정도로

오사카 여행에 변수가 많이 생겨서 걱정이었는데, 2024년 10월까지 수집한

따끈따끈한 최신 여행가이드 북이라 믿음이 갔다.

아날로그를 고수하던 일본도 이제는 테이블에 있는 QR 코드를 스캔해 메뉴판을 보고

주문하고 계산한 후 LINE으로 알림을 받아 음식을 픽업하는 곳이 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과 장기 경기 침체로 인해 물가의 변화가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최근 1~2년간 깜짝 놀랄 정도로 물가가 많이 상승했다는 슬픈 소식,

다행인 건 아직까진 엔저로 일본 여행의 부담이 그나마 적다는 것이다.

최근 오사카의 백화점과 쇼핑 상가마다 푸드홀 경쟁이 뜨거워

유명 맛집들을 즐기기 좋아졌다는 건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었다.

원래도 먹을거리가 너무 많았는데, 더 엄선해서 먹어야 한다니

행복한 고민과 함께 물가가 더 상승하기 전에

시끌벅적 활기찬 오사카 여행을 계획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아는 맛이 무섭다고 미식여행의 대명사인 오사카 여행답게

오사카에서도 꼭 맛봐야 할 음식과 디저트를 보니

너무 설레이고 기대가 되었다.



일본 여행때마다 패스 때문에 엄청 고민하고 이용방법 점검하느라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는데 내 일정과 계획에 맞는 패스를 선택하는 법,

패스별 핵심 포인트를 정확하게 알려주니 속이 시원하다.

오사카 시내 여행 중 가고 싶은 명소가 3곳 이상이고

입장료가 비싼 레고랜드 디스커버리, 산타마이라 유람선, 덴포잔 대관람차,

공중정원, 톤보리 리버 크루즈가 포함되어 있다면 오사카 주유 패스가 좋다.

어린이라도 성인용으로 구매해서 가는 것이 유리한데,

우메다 스카이빌딩 공중정원은 주유 패스 이용시 15시 이전에만 무료 입장이다.

오사카 포함 간사이 전역을 여행하려면 오사카 E패스,

교토 당일 여행은 E티켓 한큐 1일 패스,

한큐 전철로 갈 수 없고 케이한 전철로만 갈 수 있는 후시미이나리, 토후쿠지, 우지를

가려면 교토-오사카 관광 승차권이 필수다.

이코카 유효 기간이 발급일로부터 10년이라는데,

유효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오사카 여행을 가야 할 당위성을 부여하며

여행 계획을 세워보는데 구글 맵스 QR코드를 스캔해서

바로 저장할 수 있으니 정말 간편하게 여행 루트까지 금방 완성할 수 있어

스케줄만 조절하면 되어서 금방 여행갈 수 있을 것 같아 보는 내내

설레이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핵심 스톳만 추려 만든 특별 부록만으로도 부담없이 여행을 떠날 수 있을 정도로

알짜 정보가 엄선되어 있으니, 다른 검색 없이 그냥 책 한 권으로

리얼 오사카 여행 계획을 신속하게 100% 완성할 수 있어 좋았다.

#리얼오사카 #오사카여행가이드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술가의 여정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박재연 옮김 / Pensel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따라서 간접 경험을 했으니, 직접 여정을 떠나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예술가의 여정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술가의 여정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박재연 옮김 / Pensel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스위스의 예술가 파울 클레는 자신의 시야를 넓히기 위해

기차, 보트, 자동차 등을 이용해 개인적인 성장과 발견의 여행인

빌둥슈라이제(Bildungsreise)를 시작했고 그의 예술세계는 획기적으로 변했다.

클레뿐만 아니라 많은 예술가들에게 여행은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온 기폭제가 되었다.

낯선 사람들과 문화, 새로운 풍경에 직면하면 새로운 창작욕이 샘 솟고,

여행 자체가 예술적으로 다른 곳으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화가들은 캔버스에 담을 새로운 소재를 찾아 헤매거나

작업의 대가를 받거나 작품을 판매하기 위해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경향이 있다.

귀족의 후원이나 기관의 지원을 위한 예술적 모험의 기록을 비롯해

다채로운 시대, 다양한 배경의 예술가들이 찾았던 장소와 여행을 담은 책이라

각 나라를 여행하기 전 이 도시에 어떤 예술가의 발자취가 남아있었나

알고 가면 여행이 더 풍부해질 것 같은 특별한 여행가이드북 같아 신선했다.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가 살인 후 도망다닌 일화는 유명하다.

다혈질이었던 카라바조가 평소에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칼을 뽑는 경향이 있었다는 설도 있고,

미리 약속된 결투였지만 당시 로마 교황령 내에서 결투는 사형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였기에 더 이상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테니스 경기에서 패배 후 분노했다고

꾸며낸 이야기라는 설도 있다. 어쨌든 살인죄를 저질러서 도망간 건 확실하나데,

운 좋게도 영향력 있는 추종자들의 도움으로 은신처를 마련했고

교황에게 청원하면 결국 사면을 허락 받을지 모른다는 희망으로

작품 활동을 계속 해나갔다. 구약성서의 작은 살인자 다윗과 희생자인 골리앗의 머리를

그린 그림은 사실상 자신의 사면을 요청하는 암호화된 탄원서였다.

카라바조의 기대와 달리 로마에서 불리한 여론이 높아지자

교황의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더 먼 곳으로 도피했다.

도주 중인 살인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나폴리의 여러 궁전 중에 머물며

주문받은 작품 활동을 할 만큼, 카라바조의 작품에 대한 수요가 계속 이어졌다니

능력과 도덕성은 별개로 분리하여 생각하는 서구적 방식이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암살자에게 돈을 주고 로마의 라이벌을 제거했다는 새로운 살인 혐의 추가로

나폴리에서 몰타로 도피하게 되는데, 예술가로 봉사하는 대가로

순종 기사 계급을 획득하여 교황청의 사법 처리 대상에서 면제될 수 있었다니

수단이 좋은 것인지, 실력이 너무 대단한 것인지 참 신기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으나 권력자들과의 갈등으로 투옥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탈출하여 또 다른 도시를 떠돌다

서른여덟살에 말라리아로 악명 높은 항로를 따라 이동하던 중 열병에 걸려

죽음을 맞이했다. 끊임없이 처형의 위협을 받으며 도망자 신분이었음에도

걸작을 계속 만들어나갔던 카라바조의 삶은 다시 봐도 참 미스테리했다.

폴 세잔은 생애 마지막 몇 년을 파리와 프로방스를 왕복하는 여정을 계속 했는데,

파리와 마르세유 사이를 운행하는 고속 열차 덕분이었다.

예전에는 육지나 해안을 빙 돌아가야 해서 엄청 고된 여정이었는데,

단 20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어 평소 안절부절못하고 불안해마여

집착과 병적인 두려움에 시달리던 세잔이

거의 즉흥적으로 어디로든 떠날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프랑스에서 진행된 철도의 급속한 발전과 확장이 세잔의 예술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니 신기했다.

프로방스에 가면 정착하지 않고 떠도는 삶을 선택했던 세잔의 명작 안에

담긴 풍경과 건물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아 기대가 되었다.

7살 때 나폴레옹이 되겠다는 꿈을 품었던 자만심 가득한 예술가는

스스로를 고대와 현대를 막론한 모든 악덕으로부터 예술을 구하는 구세주

엘 살바도르라 선포하며, 살바도르 달리 자체로서 충분하다고 느꼈고

뉴욕으로 가서 재정적 성공을 경험한다.

40년 가까이 뉴욕에서 겨울을 보내며 세인트 레지스 호텔의 개인 스위트에

머물었는데 달리 자신이 로비 문을 열고 들어서며

"달리가 .... 여기 있다!"라고 스스로 외쳤다니 작품만 초현실주의가 아니라

일상이 기이한 것 같다. 미국에서의 인기를 설명해달라는 요청에

섹스와 죽음에 대한 그의 집착, 시계라는 소재가 열쇠라고 답했다.

미국 영화를 보면 영웅들이 가장 가학적인 방식으로 구타당하며

진정한 피의 난교를 목격하는 장면이 항상 있고

미국인들은 끊임ㅇ벗이 시계를 확인하고

언제나 끔찍할 정도로 서두는 그들의 시계는

끔찍하게 뻣뻣하고 거칠고 기계적이어서

흘러내리는 시계를 그려 성공을 거두었다니

예술가의 정신 세계는 참 오묘한 것 같다.

이 외에도 장 미셸 바스키아, 메리 카사트, 마르셀 뒤샹, 알브레히트 뒤러,

헬렌 프랭켄탈러, 카스파르 데이비드 프리드리히, 데이비드 호크니,

가쓰시카 호쿠사이, 토베 얀손,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

바실리 칸딘스키, 알렉산더 케이링스, 파울 클레,

구스타프 클림트, 오스카 코코슈카, 앙리 마티스, 클로드 모네,

베르트 모리조, 에드바르드 뭉크, 이사무 노구치, 마리안 노스,

조지아 오키프, 파블로 피카소, 존 싱어 사전트, 호아킨 소욜라 이 바스티다,

J.M.W. 터너, 반 고흐가 사랑한 도시와 그들의 여정과 삶을 축약해서 보니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며 여행을 한 기분이 들었다.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따라서 간접 경험을 했으니,

직접 여정을 떠나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예술가의 여정이었다.



#예술 #예술가의삶 #예술가의발자취 #예술가의여정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