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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향해 쏴라
마이클 길모어 지음, 이빈 옮김 / 박하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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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미국 역사상 사형 제도를 부활시킨 장본인이며 가장 유명한 사형수 이야기라는 걸 들었을 때, 곧 끔찍하고 극악한 한 인간의 죄와 벌에 대한 생각으로 미쳤다. 말하자면 사이코패스와 같은 유형을 만나게 될 것이고 그 죄목은 불분명한 동기로 벌어진 무차별적인 살인행위일 것이며, 가책이라는 걸 모르는 무감한 인간을 보게 되겠구나 싶었다. 이 두꺼운 책을 이루는 개인사가 사실상 어떤 옹호와 질책들로 가득 차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였고, 다소 겁났다.




책을 덮고 난 후 <내 심장을 향해 쏴라>의 제목은 애초의 허세와 위시적 목소리란 예감을 지나 전혀 다른 심장의 구멍으로 그 공허함을 메웠다. 살인자 게리 길모어는 사이코패스처럼 감정이 메마른 인간은 아니었고 적어도 그가 저지른 범행의 위험과 수위를 알았으며 여러 살인의 유형 중에서는 평범한 쪽에 가까웠지만, 사형 당했다.

무고한 사람의 목숨을 두 명이나 앗아갔다는 면에서 결과적으로 잔인한 만행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지만, 이 책의 이슈는 그가 본인 입으로 사형을 집행해 달라 주장했기 때문에 증폭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결국 그것은 그의 바람대로 이루어졌고 게리 길모어라는 이름은 유명해졌다. 그와 그를 둘러싼 삶으로 시대의 어떤 거울을 보게 된 것, 이 점이 책의 핵심이었다 .




책은 게리 길모어의 동생 마이클 길모어가 죽은 형의 그림자에서 서서히 벗어난 15년 후, 2년간의 자료수집과 집필기간을 거쳐 완성된 길모어 가문의 일대기이다. 그들의 부모와, 조부모, 증조부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이는 거의 1830년대부터 내려온 200여 년간의 자취를 흐릿하게나마 담고 있는 역사이다. 유명인이나 왕족이 아닌 다음에야 평범한 사람의 기록이 이렇게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는데, 구술에 의존하지 않고 정확한 고증과 증거자료로서 파악하는 자세가 책의 전반에 걸쳐 무척 중요한 객관적 유지로 다뤄진다

이렇게까지 가문의 역사를 파헤치는 이유는 곧 피와 폭력의 역사가 어디에서부터 오게 되었는가를 알기 위한 오랜 탐색이었다고 저자는 밝힌다. 게리뿐 아니라 본인을 포함한 형제 네 명의 피에는 분노와 폭력성이 흐른다는 걸 부인하지 않으며, 깊게 뿌리박힌 가문의 성향이라는 확신이다. 넓게는 그들이 산 터전의 피의 역사 때문이기도 한 기원적 측면에서 오랜 역사적 탐구를 실행하고 있다. 인간은 어떤 방식으로 다음 세대에 답습하여 이어가게 되는가, 그것을 알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일단 그 혈통의 역사가 처음으로 어머니의 고향인 유타로부터 시작되는 것은 의아하면서도 의미심장한 데가 있다. 게리의 폭력성은 아버지의 숱한 매질과 거의 매일 반복되던 부모의 싸움에서 기인한 원인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 폭력의 주도자로서 아버지 가문의 역사부터 나와야 자연스럽고 더 많은 비중으로 다뤄야져 할 것 같다. 그러나 모르몬교의 본고장에서 어떤 식으로든 피의 역사라 불릴만한 일들이 자행되었는지, 마이클은 상당히 오래전의 자료를 찾아 축약적이지만 구체적인 사건으로 독자에게 소개한다. 폭력의 본질적인 토대가 어떻게 형성됐는가에 초점을 맞춘 면으로 해석된다. 즉 어머니 가문이 살아낸 미국 역사의 한 단면으로 유타라는 지역 안의 기적과 박해의 현장이 어떻게 주조되어 갔는지를 응시하게 하는 것이다.

 

 

어머니 베시는 자비와 용서를 모르는 모르몬 교도 가문의 자손이고 그곳을 탈출하고 싶어 했다. 사실상 그녀는 결혼이라는 탈출구로 그 바람이 성공한 듯 했지만 평생 모르몬의 그림자에서 머무는 아이러니한 삶을 산다. 이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평생 발설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큰형 프랭크에 대한 출생의 비밀이 밝혀졌을 때 곧 보이지 않던 실마리의 비밀이 풀리는 듯 했다.

이들 형제의 형질 중 프랭크를 제외해버리고 났을 때 이내 어머니라는 공통분모만을 공유하게 돼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비약일까? 하지만 결국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라는 토대 위에서 그 시작을 보는 점은 의미심장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에 반해 아버지 가문의 역사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어머니 가문의 어떤 지역적이고 집단적 특수성에서 축적된 역사가 있다면, 아버지 일가에서는 유추해낼 만한 일이라고는 부풀려지고 은폐된 면을 배제하고 나면 사실상 사기와 배신으로 점철된 부랑자에 지나지 않을 가련한 인간상이 전부이다.

친할머니인 페이를 비롯하여 유령환영이라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이 이 책의 무척 흥미로운 지점이기도 한데, 마이클은 그 존재를 믿거나 추종하지 않지만 책의 처음과 마지막에서 상당 부분 그의 형태로서 반복되어 상기하고 있는 것은 벗어나기 힘든 전이의 부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두 가문의 역사에서 미국이 외면한 그러나 마주할 수밖에 없는 어두운 면모를 단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책의 핵심이기도 하다. 한 쪽에서 엄격하고 폐쇄적이었던 이민자들이 이룩해 낸 피의 역사를 볼 수 있었다면, 자본을 쫓아 끊임없이 절도와 사기를 일삼으며 부랑하는 아주 얕고 저열한 모습의 인간상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광기와 피의 역사는 혈통으로서 전달되었고, 유령과 환영 그리고 꿈이라는 형태로 전이되는 보이지 않는 정신적 유산이 이러한 식으로 세뇌되어 내려져 온 것이다. 길모어 집안의 집약체는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된 산물이며, 게리라는 인물의 죽음으로서 육신과 영혼이 산산이 무너지고 파괴되었다. 단 한명의 죽음으로 그 저주의 핏줄의 역사를 탐색하는 과정이 저자 마이클이 진정 세상과 마주하게 된 시간이 됐을 것 같다.

 

 

 

게리는 그 누구보다 사랑을 갈구한 마음 약한 사람이었고 언제나 재기를 꿈꾸었다는 데 의심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끊임없는 세상으로부터의 배신과 속박으로 정신과 육신은 되돌리지 못할 만큼 스스로를 내몰았다. 결국 죽음의 선택으로 삶에서 탈출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세상에 복수하고 굴복하지 않은 속죄의 방식을 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죽음이 어떤 출구일 수 있었듯이, 나머지 가족의 죽음 역시 결국에는 산 자에게 어떤 해방을 안겨 주었다. 격렬한 사랑과 폭력에 대한 안녕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죽음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일가의 삶과 죽음으로 인간의 가장 얕고 저열한 면, 희생과 폭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염없이 애처로운 무한한 사랑과 절망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었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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