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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 한껏 게으르게, 온전히 쉬고 싶은 이들을 위한 체류 여행
김남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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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의 김남희 작가는 직업이 여행가이니 당연히 언제고 그 어떤 이유를 달지 않고도 그냥 떠나도 좋을 일이다. 그러나 역시 작가에게 매번 이유 없는 여행은 없는 듯 하다. 이번 여행기에서는 또 재미난 이유가 붙여져 웃어버렸다.

다름 아닌 견딜 수 없는 추위 탓이라는 것. 물론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마음의 한기는 더 깊어졌고, 녹녹치 않은 서울 살이 체류비를 계산해볼 때 떠나는 쪽이 더 경제적이라는 이유가 더 붙긴 한다. 어쨌든 이 책은 셀 수 없이 다녀본 여행지 가운데서도 따뜻하고 살기 좋은 나라로 엄선된 네 나라의 200일간의 생활 기록이다.

김남희 작가는 겨울을 두려워해 따뜻한 나라로 떠나지만, 내 경우는 여름이 두려운 계절이다자외선을 쬐면 피부가 너무 맥을 못 추게 되어 낮에는 건물 사이로 그늘만 찾아 종종 거리는 신세가 된다. 이게 여간 성가시고 불편한 게 아닌데 정말 딱 작가의 이유처럼 부디 여름만이라도 좀 서늘한 나라에서 보내다 왔으면 하는 생각을 매년 하곤 한다. 평생을 같이 해도 도저히 적응하거나 그러려니 할 수 없는 일이란 있게 마련 아니겠는가. 떠남의 수많은 이유와 핑계 가운데서도 계절이 부르는 나라로 움직였다는 이유는 어쩐지 근사해 보이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여행지에서는 보고 먹고 노는 일 외에 달리 할 일이 없기 때문에 전문여행가가 할 일이라고는 종일 글을 쓰고 생각만 하는 것으로 많은 할애가 가능할 것이다. 하루의 소상한 일상을 소개하고 있고 그 내용과 질을 무척 견고하고 다부지게 구성한다는 것은 이런 나른한 계절과는 좀 상반된 인상을 주는데 그 점이 흥미롭다. 작가에게는 최적의 계절이라서 그럴 수도 있는데 그 일상은 게으르더라도 매우 촘촘해 보인다. 소개하는 내내 한껏 게으르게 생활했다는 말을 부지런히도 하며 독자의 게으름을 부축이지만 여유 속에서도 일일을 부지런히도 꽉 차 보이게 하는 작가의 생각이 내내 흐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해진다

몸은 가만히 두더라도 생각은 항시 모습을 바꾸고 때로 윤색되거나 테를 깎아낸 변모된 모습으로 진면모의 그 장소를 기억하게 할 것이다. 이러한 시간의 할애가 곧 여행의 게으름을 만끽하게 하고 더욱 빛나게 하는 이유가 아닐지.

 

 

 

 

 

작가는 본문에서 여행이 곧 책이라는 생각을 전한다. ‘여행과 책이 둘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하는 공통점이 있고, 우리가 사는 일상이 세계로 확장돼 균열을 일으키는 일을 가능하게 한다. 나아가 지금에 머물지 않고 더 넓은 지향을 꿈꿀 수 있는 자양분들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더 자세히 언급되지 않았지만 참 좋은 발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인물 보다는 어디로든 흐르는 편이 거대한 바다를 만나게 되는 지름길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항상 꿈꿔야 하는 이유는 필연적인 것이다

인생의 반을 반복하면서 겪게 되는 삶의 이해가 오늘 여행하면서 퍼뜩 깨달은 하루의 사건보다 낫지 않다면 어떨까. 여행은 삶이라는 그 오래고 퇴적된 연륜으로 얻어지는 회상보다, 어쩌면 더 나을 수도 있는 혁명과도 같은 일일 수 있다

여행자들이 그렇게 게으름떠남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이러한 기이한 체험에서 기인한 이유가 클지 모르겠다. 일상에서 누리지 못한 막연한 것들이 여행지에서는 전혀 다른 문제로 떠안겨 질 때의 당황, 이것은 기필코 내부의 여러 작용을 일으키곤 한다. 가령 마음껏 게을러지는 것에서 시간을 오롯이 나를 위해서만 쓴다는 자각의 일이 그것이고, 온통 낯선 것들로부터 오는 다름의 긴장이 내 삶과 잊고 살았던 주변을 더욱 밝히는 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프로 여행가답게 김남희 작가가 들려주는 모든 일상과 파편적 생각의 면에는 여행자에게 필요한 자세와 지혜의 몸가짐이 담겨 있다. 그것은 계산된 것이라기보다 거의 즉흥적인 것들이지만, 오랜 기간 누적해 쌓아온 노하우들이 그녀의 행동과 사고를 만들었기 때문에 보고 배우는게 유익해 보인다. 이러한 태도적 면모를 생각해 뒀다가 써먹을 날이 오면 좋겠다는 희망을 잠시 가져보기도 한다.

떠나 어딘가로 닿는 일은 자신의 주저된, 혹은 잃거나 버리지 못한 한덩어리의 짐을 발견하는 일이며 무엇보다 이것에서 벗어나는 용기를 주는 것 같다. 나아가라는 용기를 그 어딘가가 준다면 기꺼이 그곳에 가 닿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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