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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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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지진 뉴스를 접했을 때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이란 정말이지 믿을 수가 없다는 말의 그 자체였다. 그간 살아온 감정치 중 놀랄 수 있는 최대를 경험한 듯 했으니 말이다.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떠밀려 사라지는 모습을 봐야하는 마음은 참으로 무기력하고 복잡한 생각을 들게 했다. 이어 원전 사고로 이어진 후폭풍으로 일본사회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떠안고 있다. 정부의 석연찮은 대처를 갑갑한 마음으로 전해들을 때면 결코 우리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에 미치곤 한다. 경각심만 들 정도가 아닌 것이, 그나마 우리보다 나을 줄 알았던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다.

자연재해로 벌어진 사고라도 분명 후쿠시마의 원전 사태처럼 사회의 취약함이 있다면 분명 드러나게 마련이다. 위기가 닥칠 때 그 사회의 대처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보면 국가의 단면을 여실히 볼 수가 있는 것이다.




2014416일을 떠올리면 얼마 남지 않은 1주기를 어떤 마음으로 버틸지 걱정이 앞선다. 비극을 강도를 비교하자는 마음은 전혀 없지만 그 어떤 참사 중에서도 가장 가혹하고 혹독했다. 이번에 세월호로 겪은 마음은 큰 분노를 동반한 비극의 최대치였다. 시간이 더 많이 흐른다 하더라도 희미해질 만한 기억은 아니라서, 결코 회복 불가능한 국가적 장애를 얻은 일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는 왜 그렇게도 무능한가.




문인들이 펴 낸 <눈먼 자들의 국가>에서 박민규는 세월호를 두고 어떤 사건이라고 칭한다. 뜻밖에 벌어진 불행이었다면 사고가 되겠지만, 세월호는 어떤 잠재적 의도 하에 언제라도 발생할 수밖에 없던 자명한 참사였다는 것이다. 만약 법의 테두리 안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었고 그래서 세월호는 사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비극을 겪으며 아주 커다란 문제들을 발견한 듯이 말하고 자책했다. 그러나 그것은 전에 없던 일이라기 보다 한국 사회에서 자주 벌어지던 일의 확대에 가깝다. 법과 질서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결코 간과될 수 없던 일이었을텐데 쉽게 눈 감아주고 얼렁뚱땅 넘어간 잘못들이 엄연한 결과로 벌어졌다. 그리고 이런 잘못들과는 무관한 엄한 사람들만 희생됐다.  

사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고 어디서부터 손쓰고 바꿔 나가야할지 막막할 정도로 한심한 시간을 흘러 보냈다. 잘라 낼 힘이 없으니 곪은 채로 두는 답답함이란 무기력과는 다른 감정을 들게 했다만약 사고가 벌어졌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무능한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한심한 대처는 대관절 어떻게 한단 말인가. 

시간이 갈 수록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감추거나 은폐하기에 급급하고, 위로의 말은 못 건넬망정 묵살하고 조롱까지 하는 무지의 사람들이 늘어만 갔다. 이번 사건으로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실망이 가장 심하게 드러난 게 또 하나의 재앙같았다. 막말을 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타인에 대한 공감을 하지 못하는 병자같다. 이런 사람들이 늘어가는 것이 어쩌면 이 사회의 가장 무서운 병이다.  




시간이 흐르면 잊혀질 거란 말이 별 위로의 말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읽으며 더욱 확신했다가족들은 오히려 잊혀질 것을 두려워하고 떠난 이를 생각하는 시간이 오히려 더 낫다고 말한다. 섣불리 그들에게 시간이란 쉬운 위로를 던지지 않기로 한다

유가족들은 사회로부터 겪는 혹독한 오해와 무시로 죽음에 의한 고통 이외의 또 다른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자신들이 받는 멸시의 감정이 아이들에게 향하는 걸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절규하는 유가족들의 비명을 듣고 보니 미처 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려 많이 울었다




이 책이 만들어진 것에 대한 고마움도 꼭 말해야 할 것 중 하나이다. 가족들의 속마음을 듣는 일이 작가기록단 개개인에게도 얼마나 조심스럽고 힘든 일이었을지 단 몇 줄의 언급에도 전해진다. 이들의 용기 있는 설득과 진실 된 마음이 있었기에 유가족들이 알려졌으면 하는 말을 귀하게 담을 수 있었다




건강한 사회라면 누구나 언제든지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시정돼야 마땅한 문제였을때 국가는 당연하게도 그 목소리를 귀기울여 바로 잡아야 한다. 이 책이 그런 목소리의 큰 울림으로 다가가면 좋겠다. 우리가 제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로서 희생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로 존재할 수 있을 때, 그 때 비로소 용서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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