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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시공 -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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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책 한권을 읽는 다는 것은 정신의 무게 몇 그램 정도를 덜거나 더는 일이다. 책이 주는 경중의 개념이 더 좋거나 나쁘거나를 의미한다기 보다는 계속해서 밸런스를 유지해 나가는 마음의 윤활유 같은 것에 가까우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더하면 더해지는 대로 좋은 일이고 덜어지게 되더라도 그만큼 값진 일일 것이다.

 

 

고백하자면 아직은 더 많이 읽어야 알 수 있는 것이겠지만, 책 한 권으로 마음에 이는 잔물결이나 혹은 폭풍우 치는 나날이 반복된대도 그게 나로 하여금 더 나은 값진 인생으로 미치게 되었는가를 자신 있게 자문하고 답한 일은 없는 것 같다. 좋은 책을 옆에 두고도 웬 실없는 소린가 싶지만 여러모로 부족한 기질 탓이다. 그러나 용기 내어 말하자면 내 형편없는 경우라도 이 책에 나오는 권리 장전에 의하면 분명히 합당한 범주안의 것인 모양이어 안심이다. 다행히 그 어떤 시간을 누리게 된 때보다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이 가장 마음의 고요를 주고 지금 이대로면 어떤가 싶은 만족감을 주는 것은 내가 바라는 책의 가장 이상적인(아직까지는) 면모이기에 그런대로 괜찮다. 책을 만나는 시간은 대게 이런 식으로 얼토당토않게 쌓이기도 하는 일이니까. 

 

 

진지하게 책이라는 물성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은 별로 없지만 <책인시공>을 읽게 되면서 자연스레 책과 아우른 상황과 시간들에 대한 주변부를 생각해보게 된다. 권하는 말에 소설가 김영하가 말하는 것처럼 조만간 책이 물성까지 잃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이 몰락 덕분에 새삼 책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옛날 보다는 훨씬 더 다양하고 많은 판매 부수로 서점을 메우는 양적인 현실에 이르렀지만, 사실상 사람들이 다양한 매체 속에 굳이 책일 필요가 없게 된 것, 더불어 전자책의 시대 도래로 물적인 책의 판매는 더욱 줄게 된 것이 지금의 실정이다.

아닌 게 아니라, 지난 세기의 풍요로움의 상징물들이 더 이상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게 된 걸 보면 지나친 말도 아닐 것이다. 계산기, 전축, 카메라, 컴퓨터, 지도 등 거의 모든 아날로그 적인 것이 핸드폰 하나에 모든 것을 담게 될 세상이 이렇게 빨리 찾아 올 줄 예측하기란 힘든 일이었다. 책이 주는 질감, 서가에 꽂힌 단순한 물욕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전자책이 주는 간편함과 가속성의 유혹에 빠져들지 못하리란 예감은 변함이 없지만 어쨌든 시대는 변하고 있다. 우리는 책의 위기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맥없이 지켜볼 노릇이지만 그것대로의 장단점을 각자 판단하면서 영위하게 될 일이다. 

이 책은 작가가 책의 위기 때문에 구상하기 시작한 진단서도 아니고, 책이 주는 여러 이로움이라야 어느 시대 어떤 특정한 시점에 나와도 이상한 일이 전혀 없는 것이어서 자칫 평범한 책같기도 하다. 다만 책과 둘러싼 여러 현상들과 속성들에 대한 생각만을 줄창 해본적은 없어서 책 자체로서의 어떤점을 주목하게 되었는가를 꾸준히 보게 되면 책의 다른 면이 이렇게도 많았는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그런 책이다.

 

 

 

정수복의 <책인시공>은 책이 주는 삶의 여러 이로운 태도들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당연한 소리지만 책은 현실과 세상으로부터 잠시 도피되어 ‘나’와 마주한 고유한 시간을 주는 매개체다. 이 안에 여러 역설이 숨겨져 있다는 건 새삼 흥미롭다. 말하자면 ‘나’를 마주하지만 나를 잊게 되는 시간을 주고,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장소에 놓이게 되지만 책은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역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국 또 다른 ‘나’와 ‘세상’을 보고 싶어 하는 본능을 가진 것이다.

 

 

작가는 책에 대한 여러 고찰을 하면서도 나열하고 정리하는 선별자의 태도가 아니라, 마음껏 책 위에서 노닐고 독자에게도 과감히 이 안에서 뛰어 놀라고 말하는 독려자처럼 다가온다. 그것은 마치 아주 오랫동안 책의 습성과 관성들을 견디고 터득한 사람이 내보이는 버릇 같다. 섬세한 시선의 누적이 구체적인 버릇들의 발현으로 하나의 규칙이어도 좋을 그만의 책세상이 펼쳐지는 것이다. 어디에서든 그 나름의 의미들이 있고 내가 해보지 않은 시간과 장소에서 책을 펼쳐 읽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일이기에 하나하나 눈여겨보게 되는 매력이 있다. 나만의 책버릇을 자신있게 영위하고 싶은, 용기가 북돋아지는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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