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모든 기록>은 저자 마르케스가 미겔 리틴라는 감독과의 인터뷰를 재구성한 책이다. 감독이 어떻게 칠레에 잠입하여 영화를 찍게 되고 마침내 탈출할 수 있었는지, 위험천만의 시간들을 엮어냈다. 칠레인의 새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을 통하여 무언가 오랜세월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삶의 오솔길을 제공하는 기록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이라면 '무조건'이란 말을 붙여도 좋지 않을까. 고문에서 죽음에 이르는 기적의 6주일에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간담이 서늘해지는 기운으로 책장을 넘기고 싶어진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숱하게 봐온 영화를 기억하는 방법에는 어떤게 있을까? 기억의 창고가 있다면 아마 이 책이 말하는 세가지 분류쯤으로 보관되어 있지 않을까. 좋은 영화와 그저 그랬던 영화, 나쁜 영화 이 세 분류라면 적당할 것이다. <좋은 시나리오의 법칙>은 흥행과 상관없이 좋은 시나리오로서 모범을 띄는 작품만을 상세히 다룬 독특한 작법책이다. 시나리오에 어떤 법칙들이 있고 이를 좋거나 나쁜 시나리오로 구분지을 수 있는 경계는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시나리오 작법에 관심을 둔 독자가 아니라도 충분히 내가 본 영화를 재점검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일 것 같다.

생각해보니 '의자'의 역사만을 다룬 책을 읽어도 그 시대의 미의 기준이나 신분 등 대강의 지식이 쌓일 수 있는 것이었다. 앉는다는 것은 휴식의 상징 '의자'를 바로 연상케 할만큼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존재하는 물건이다. 인간의 일상에 가장 가깝고 필수적 물건이기 때문에 시대마다 혹은 나라마다 어떤 역사와 의미를 갖고 이어져 온건지 유심히 의자의 '재발견'에 관심이 쏠리게 된다.
색채학자 미셸 파스투로의 <우리 기억 속의 색>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흑백의 아득한 기억들에 '색'을 입히고, 그 색과 연상되는 모든 기억을 불러 일으켜 춤을 추는 책이다. 색으로 상징되는 의미들은 어떤 게 있을지도 궁금하고 무엇보다 평생 색채만을 연구해온 미셸 파스투로 개인의 기억 회로에 잠식된 색의 이야기는 더욱 궁금하다. 그가 말하는 '색'다른 '색'에 대한 책을 읽게 되다니 정말 기대된다.
예술로써 업을 삼는 사람이든 예술을 단지 사랑할 뿐인 일반 독자이든 이 책을 읽는 것이 매우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은 틀림없을 것 같다. 예술가도 처음부터 위대하지는 않았다는 건, 그리 새로운 해석은 아닌데 그 실체들만을 폭로(?)하는 책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인지 오히려 신선한 책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범하게 태어나지 못한 천재형 예술가가 아니라도 에고트립을 통한 성공적 홀로서기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조목조목 따져가며 읽어 내려가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