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과 다의 환상 - 하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12월
절판


어째서 남자는 담배를 피울까. 그것은 구실을 만들기 위해서다. 입을 다물고 있을 구실, 이야기를 중간에서 끊을 구실. 세상 남자들은 모름지기 무슨 구실을 찾고 있게 마련이다.-9쪽

이해할 수 없다. 노래를 못하면 가수가 될 수 있을 리가 없고, 성적이 나쁘면 갈 수 있는 대학의 범위가 좁아지는 것은 누구나 당연한 일이라고 이해한다. 일을 하기 시작하면, 자기가 어느 정도 출세 할 수 있을지 자기 기량을 알게 된다. 그런데 어째서 사랑에 관해서만은 자기에게도 언젠가 근사한 사랑이 찾아올 것이라고 천진하게 믿어 의심치 않는가.-14쪽

사랑받는 사람은 언제나 오만하다. 사랑하는 쪽이 자기를 깎아서 사랑을 쏟는 것을 모른다. 사람은 호의에는 민감하지만 사랑받고 있는 건 눈치채지 못한다.그 사랑이 깊으면 깊을수록 상대방에게 도달하지 않게끔 되어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고독하다. 사랑하는 행위만으로 벅차서 그 외에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149~150쪽

친구. 우리는 이 말에 얼마나 큰 공포를 느끼고 살아왔을까. 이 악의 없고 진부한 말을 중얼거릴 때, 누구나 가슴속에 복잡하고 씁쓸한 감정을 품을 것이다. 그러나 어린아이는 친구가 있어야 한다. 친구가 많은 아이는 좋은 아이라는 '상식'을 어른들은 계속해서 각인시킨다. 고독은 패배라고 협박한다.-164쪽

행복이 계속되면 어쩐지 불안해진다. 이런 행복이 계속될 리 없다. 어쩐지 너무 행복해서 무섭다.
누구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상실을 예감하고 있다. 그 예감이 실현되면 '역시 그런 행복이 계속될 리가 없었다.'라며 멋대로 수긍한다. 그렇게 때문에 옛날이야기는 늘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말로 끝나는 것이다.-2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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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8-03-24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가슴에 팍 새겨지는 줄긋기 덕에 책을 읽고 싶어지네요~~
친구에 대한 부분땜에 울 둘째를 늘 닥달하고 있는데...그러지 말아야되겠다,싶어요~~
근대..이상하게 별이 없어요..왜 그런거에요????ㅎㅎㅎ

토트 2008-03-24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밑줄긋기는 별을 안 다는 거 같아요.ㅎㅎ
잘 지내셨어요?
이 책 볼만해요. 온다 리쿠 책이 기본적으로 재미는 있는거 같아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