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구판절판


사실 이름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개는 이름을 가지고 다른 개를 인식하는 것도아니고, 다른 개들의 의름을 외우고 다니는 것도 아니잖아, 개는 냄새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또 상대방이 누군지도 확인하지, 여기 있는 우리도 색다른 종자의 개들과 같아,-85쪽

아가씨가 부모님을 만났을 때는 둘 다 눈도 멀고 감정도 멀었을 거야, 우리가 전에 지니고 살았던 감정, 과거에 우리가 사는 모습을 규정하는 감정은 우리가 눈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야, 눈이 없으면 감정도 다른 것이 되어버려, 어떻게 그렇게 될지는 모르고 다른 무엇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아가씨는 우리가 눈이 멀었기 때문에 죽은 것이라고 말했는데, 바로 그게 그 얘기야.-354쪽

불안한 밤이었다. 처음에는 모호했고, 또 부정확했지만, 꿈들은 분명히 잠자는 사람들 사이를 옮겨다녔다. 여기에 머물렀다가 다시 저기에 머물렀다. 꿈들은 그들에게 새로운 기억, 새로운 비밀, 새로운 욕망을 가져다주었다. 그래서 잠자는 사람들은 한숨을 쉬며 투덜거렸다. 이 꿈은 내 것이 아니야. 그러나 꿈은 대답했다. 너는 네 꿈이 뭔지 아직 몰라.-391쪽

말이란 것이 그렇다. 말이란 속이는 것이니까, 과장하는 것이니까. 사실 말은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 우리는 갑자기 튀어나온 두 마니나 세 마디나 네 마디말, 그 자체로는 단순한 말, 인칭대명사 하나, 부사 하나, 동사 하나, 형용사 하나 때문에 흐분한다. 그 말이 저항할 수 없는 힘으로 살갖을 ŠW고, 눈을 뚫고 겉으로 튀어나와 우리 감정의 평정을 흩트려놓는 것을 보며 흥분한다. -395쪽

이 세상의 책이란, 그것을 다 합쳤을 때는, 사람들이 우주를 두고 하는 말처럼, 무한한 것이다.-429쪽

사람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미리 알 수 없는 거에요, 기다려봐야 해요, 시간을 줘봐야 해요, 세상을 다스리는 것은 시간이에요, 시간은 도박판에서 우리 맞은편에 앉아 있는 상대에요, 그런데 혼자 손에 모든 카드를 쥐고 있어요, 우리는 삼에서 이길 수 있는 카드들이 어떤 것인지 추측할 수밖에 없죠, 그게 인생이에요.-449쪽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건가. 볼수 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4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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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1-24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 없이 읽다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인데...
다들 눈이 먼채 세상을 살아가나봐요,,볼 수 있지만 보지않는....
참 슬펐는데...그리고 살짝 무섭구...

토트 2007-01-25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보는 동안 무서웠어요. 생각도 많이 하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