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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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장르 중 호러물이 있다. 호러물은 공포심을 건드려 쾌감을 유도하는 장르로, 각종 괴담들을 그 근간으로 하고 있다. 전개 방식에 따라 추리물/미스터리물, 스릴러(주인공이 죽음의 위협으로부터 쫒기는 것), 서스펜스(서스펜스와 엮일 경우, 관객은 공포의 존재가 주인공을 노리는 것을 알고 있지만, 주인공이 공포의 원인이 다가오는 것을 모르는 상태에서 늑장을 부린다.), 포크 호러(민속과 전통을 주제로 민속과 전통에 숨겨진 괴담이나 전설, 신화를 설명하는 장르르서 변화한다.)로 나눌 수 있다.

미야베 미유키의 변조괴담 8번째 시리즈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는 이 중 '포크 호러'에 가깝다고 보여진다.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당시의 풍습이나 생활상과 연관되어 이야기들을 풀어나가기 때문이다.


책은 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각각의 이야기들이 따로 따로 이야기인 것은 아니다. 이야기는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에 마련된 흑백의 방이라는 객실에서 이루어진다.

흥미로운 것이 이곳에는 이야기꾼이 한명, 그리고 청자가 한명 존재한다. [미시마야] 주인의 차남 도미지로는 사촌누이인 오치카의 뒤를 이어 '청자'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곳에 두꺼비처럼 얼굴도 배도 뚱뚱한 직업 소개꾼인 도안씨의 소개를 받아 '이야기꾼'들이 자신만이 알고 있는 괴담을 가지고 찾아온다.

(이런 소개들이 이어져서 왜 굳이 이런 이야기들을 풀어놓는 건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이게 변조괴담 시리즈의 기본이었다. 이전 편에서는 사촌누이 오치카가 청자인 상태로 이야기가 진행된 것이고 아마도 8편부터는 '도미지로'로 청자가 바뀐 것 같다.. 변조괴담 시리즈를 1편부터 봐야겠다. )

도미지로가 만난 첫번째 이야기꾼은 11살때 웃는 법을 잃어버린 남자 '모치타로'의 이야기이다. 그의 이야기에는 세상에서 만날 수 없는 곳이 등장한다. 바로 '신들의 마을'이다. 그런데 이 신들의 마을이 무너지는 이유가 정말 어이없다. 사람들의 믿음이 깨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믿음이 깨지는 것도 '주인'의 마음이 바뀌기 때문이다. 지도자에 의해 한순간에 무너져내리고 마는.. 그게 신일지라도 그 마을이 무너져내린다는 것이 황당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과연 일본에서 신이란 존재는 무엇인가? 하는 궁금증도 생긴다.

"매번 놀라고 무서운 일이 더 많지만 가끔은 기쁘고 즐거운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모습이 공포스럽긴 하지만 실은 고마운 수호신이나 복의 신인 경우도 적지 않다. 사람은 겉모습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처럼, 신 또한 겉모습만으로는 알 수 없다. "(p.113)

그리고 자신의 누이를 위해 제 한몸을 던진 모치타로 였는데, 돌아온 자신의 마을에서, 변해버린 마을에서 '도망친 것'에 대한 후회를 한다는 것이 쉽게 공감은 되지 않았다. 이미 그 전에 신들의 마을에서 생활을 하면서 가족들과는 떨어진 삶을 살았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일까? 그건 '모치타로'가 그만큼 착하거나 인간성이 훌륭하기 때문인 것일까?

" 용기라는 건 사람에게 나눠줄 수 잇는 겁니다. 때로는 나눔으로써 더욱 늘어나 보다 큰 용기가 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의협심이라는 건 한 사람에게 일인분씩밖에 없어요. 게다가 이것을 ㅁ나들어내는 기개를 가진 사람이 세상에는 극히 적지요."(p.162)

만일 나였다면.. 과연 등에를 마실 수 있었을까?

살짝 아쉬운 것은 누이 오린에게 저주를 건 사람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그이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는 이유가 본인이 등에가 되어버린다는 것.. 결국 저주라는 것의 가장 큰 피해자는 본인이라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모치타로'는 괴담을 들려 준 이후에 '색깔짚신'을 만들고, 웃음짓는 법을 되찾았을까?

두번째 이야기 [질냄비 각시]는 마치 우리나라의 우렁각시를 연상시키는 내용이었지만.. 그보다는 훨씬 무서웠다.. 진짜 호러물이었다고 할까? 혹시나 오토비가 해꼬지를 당하면 어떡하지 라는 마음에 페이지를 넘기는 게 두려웠다. 설마.. 설마... 하면서 페이지를 넘기는데...

과연 나루터지기 기요마루는 사랑을 한 것일까? 아니면 요괴(?) 아닌 구메가와 강의 수신님의 꼬임에 넘어간 것일까?

왜 신은 그렇게까지 질투를 한 것일까? 용납할 수는 없었을까?

세번째 이야기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는 기대하고 기대했던 '좀비' 이야기였다다. 책에서는 좀비라는 표현이 아닌 "인간이 아닌자"라고 말한다. 그리고 "인간이 아닌 자"와 함께 "부귀"가 등장한다. 좀비가 생기는 이유는 '부귀' 때문이다.

"부귀(腐鬼)는 사람의 모습과 비슷하기는 하지만 땅속 깊은 곳에 살고 있는 추하고 냄새 나는 괴물이다. 몸은 야위고 뼈가 불거져 있으며, 재빠르게 움직이고, 집의 처마에 뛰어오를 정도로 도약력이 있따는 점에서는 원숭이와 비슷하다. 힘은 세지 않고, 무기를 사용하면 쉽게 처치할 수 있고, 무엇보다 햇빛 아래서는 며칠밖에 살지 못한다. 이 괴물의 무서움은 어쨌거나 물린 자가 '인간이 아닌 자'로 변해 버린다는 것이다. '인간이 아닌 자'는 산 채로 시체처럼 썩어가면서 차례차례 다른 사람들을 덮쳐 생피와 살을 먹고, 더욱 '인간이 아닌 자'를 늘려간다."(p.489)

처음에 부귀라고 해서 '부귀 영화'를 떠올렸고, 뭔가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생겨나는 것인가? 싶었는데 한자를 보니 腐 썩을 부 자였다. 실제 '인간이 아닌 자'를 만드는 것은 탐욕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러한 곳에 살고 있는 자들이 죽게 되는 것은 '탐욕'이었다.

"남으면, 이 마을의 논도 밭도 전부 내 것이 되겠지."

정말 믿기 어려운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논밭이 자신의 것이 되는 것을 생각한단 말인가..

이러한 혼돈의 상황에서도 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는 '국가'는 과연 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괴물과 나쁜 정치, 사람의 목숨을 뿌리째 베어내는 것으로는 똑같은 해악이다."(p.556)

작가는 나쁜 정치는 괴물과 같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듣고 있는 '태백산맥'에서도 나쁜 정치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소작인들의 삶을 그려내고 있어서였을까? 정치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어찌보면 우리의 상상속에만 존재하는 괴물보다 지금 당장 현실의 정치가 더 무서운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이전에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을 한두편 읽었을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마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지나갔던 터라 큰 기억이 없다. 그러나 이번 작품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는 미야베 미유키의 '변조괴담' 시리즈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작품들 속에 담긴 사회적 메시지를 함께 읽을 수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인간이 인간답기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시대를 뛰어넘어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가치'란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리딩투데이 서평단으로 지원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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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본 적 없던 바다 - 해양생물학자의 경이로운 심해 생물 탐사기
에디스 위더 지음, 김보영 옮김 / 타인의사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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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에 대한 공포심과 함께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과연 심해의 모습은 어떠할까? 정말 심해에는 괴수(?)들 살고 있었을까?

그래서 막상 책을 펼쳤을 때, 심해 사진이 하나도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살짝 실망했었다.

적어도 대왕 오징어 사진 하나쯤 넣어주었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아마도 이런 사진이 들어갔으면 책 값이 비싸졌겠지..)

그러나 이런 아쉬움도 잠시 에디스 위더가 들려주는 심해 이야기 속에 빠져들고 말았다.

탐사의 정의를 실제로 그곳을 방문하는 것이라고 한다면는 것, 이것은 마치 맨해튼 도시를 단 세블록, 그것도 1층에서만 둘러본 것과 같다고 한다.

실상은 가보지 못했으면서도 우리는 그동안 바다에 알고 있다고 착각했던 것은 아닐까?

책 [아무도 본 적 없던 바다]는 에디스 위더의 '해양생물학자'로서의 성장기이면서 '심해'에 대한 소개글이면서,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호소문이기도 하다.

먼저 작가인 에디스 위더, 그녀의 삶이 우리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조언은 첫째, 관점 바꾸기, 둘째, 플랜 B였다.

"해양연구및 보전협회"의 공동창립자이며, TED 강연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 외에는 그녀의 삶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그녀가 척추유합수술을 받고, 그로 인한 여파로 시력을 잃었다가 되찾았다는 것, 세번의 소생술을 통해 임사체험을 경험했다는 것도 몰랐다.

그녀의 임사체험은 마치 내면소통의 '알아차림' 같았다. 그녀는 임사체험을 통해 '평온함'을 느꼈다고 한다.

"시간이나 해야 할 일과 관련된 머릿속의 온갖 잡음이 사라진다. 나는 임사체험의 그 순간, 그때까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방식으로 현재를 온전히 느꼈다. 외따로 떨어진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모든 것에 연결되어 하나가 된 느낌이었다."(p.31)

이 임사체험의 느낌 이후에 모든 것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하는 점이 마치 명상을 통해 내면소통을 한 사람들의 모습과 유사하다고 느껴졌다. 결국 '내면소통'이라는 것은 '임사체험'과 같은 것일까? 즉, 지금의 번다함을 다 벗어난 상태를 느낌으로써.. 온전한 나를 들여다보는 것이니 말이다.

그녀는 병원에서의 힘든 과정을 이겨냄에 있어서 "초점 이동" 방법을 익히게 된다. 책을 통해 익히는 것이 아닌 '삶'의 체험을 통해 익힌 '초점 이동'은 이후에도 그녀가 공포감에 사로잡힐 때마다 그녀를 구해주었다.

"불확실하고 험난할 것이 예상되는 미래를 내다보거나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잃어버렸는지를 곱씹기 보다는 초점을 바짝 당겨 정신을 차리고 있는데에만 집중했다."(p.38)

"공황 상태에 빠지지 않으려면 '초점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비법이었다. 정신이 나가 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려고 할 때 뇌의 초점을 다시 붙잡는 능력은 매우 귀중한 역량이었다."(p.119)

그녀가 또한 삶을 통해 배운 것은 "Plan B"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얘상치 못했던 수술, 그리고 이어지는 생사의 갈림길, 그녀는 어릴적 꿈인 '해양학자'가 아닌 '의학부'로 일시 전환을 하기도 한다.

"나는 모든 일에 동전의 양면과 같이 좋은 점만큼 나쁜 점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힘들게 배웠으며, 늘 부정적인 결과를 고려하고 플랜 B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p.51)

플랜 B를 준비한다는 것은 실패에 대해서 언제든 대응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책에서는 과학자들이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뜻대로 되지 않음을 .. 그럴때마다 "플랜 B"를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함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여러 좋은 말들을 들려준다.

"당신도 알겠지만 인생의 성공은 플랜 B를 얼마나 잘 다루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플랜 A는 누구나 잘 할 수 있으니까요."(p.239)

"전혀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은 충분히 나아가지 않았다는 뜻이다. 나는 여러분이 자신의 상상력이 허용하는 한계까지 나아가기를 바란다."(p.240)

실수나 예상과 다른 결과에 좌절하기 보다는 과학자들은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를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끊임없이 찾는다. 현장에서 알루미늄 받침대를 덧붙이기도 하고, 다른 물체의 형상을 본따서 유인책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과학자들의 모습을 보다 보니..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수학을 싫어하긴 했지만.. 그에 앞서 당연히 과학은 어려운 것, 과학은 나랑 상관없는 것 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모두 탐험가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모두가 낯선 나라에 온 이방인이었다. 우리는 탐험을 통해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점차 이해해 나간다."(p.267)

어찌보면 우리는 모두 탐험가이지만.. 이 탐험의 영역을 인간의 눈길, 손길이 닿지 않는 부분까지도 나아가는 이들이 과학자인 것 같다. 지금 내가 기껏할 수 있는 것은 책을 보고, 책속의 내용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 뿐이다.

그러나 과학자는 다르다.  이 설명이 가설이 되며. 이 가설을 유용하게 만들기 위한 반증을 위해 노력한다. 이런 괗가적 방법은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에 있어서 오정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게 만들 수 있다. (p.197)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의심'하는 것..비록 과학자가 되지는 못하지만 과학자처럼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아무도 본 적 없던 바다]에서 소개하는 중층수, 그리고 심해의 모습에 대해서는 의심할 수가 없다. 이는 명확한 관찰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제시하는 가설에 대해서는 계속한 관찰과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후 위기'에 대해서 .. 그로 인한 '해양 파괴' '해양 멸망' 또한 의심할 수 없는 현실이다. 작가는 책의 뒷부분에서 이 기후위기에 대해 우리 모두 '낙관주의자'가 되자고 말한다.

아니 낙관주의라니.. 어떻게 기후 위기 앞에서 낙관주의를 이야기할 수 있단 말인가?

작가의 의도는 기후위기가 없다고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고 그 방법으로 흔한 '재활용'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을 하자고 말한다. 이른바 환경정보 활동을 통해 급변하는 기후에 대해 보다 나은 예측을 하고, 위기 상황에 대해 잘 대응하자는 것이다. 이 모니터링을 통해 오염의 근원을 추적하여 오염을 막을 방법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기후 위기, 환경 파괴에 대해서 저자는 영화 <마션>의 '마크 와트니'의 대사를 빌려 온다. "빌어먹을 과학으로 빠져나가는 수 밖에"

책에서 이야기 되고 있는 '발광생물'의 발견과 원리 등등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내용이지만 이해가 쉽게 되었다. 기존에 전혀 알지도 못했던 발광생물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알게 된 것만으로도 책을 읽은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카리브해에 가서 .. 그 환상적인 광경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 그때까지.. 우리 지구가 더 푸르고 건강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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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그비 교차로
찰스 디킨스 외 지음, 이현숙 옮김 / B612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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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모음집이어서 2시간만에 읽어버린 [머그비 교차로]

정말 '머그비 교차로'라는 가상의 장소를 배경으로 하여 이야기들이 어우러진다.


솔직히 여러 작가들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간다고 해서

너무 정신없이 이야기가 전개되면 어쩌나 했는데... 우려했던 어수선함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머그비 교차로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들이 3편이 연속되게 이어지고, 다음은 그냥 열차 신호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 이후에, 열차 기관사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다시 열차에 주목하게 했다가, 머그비 교차로 주변 '건물'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살짝 보여준 후, 열차를 통해 오고가는 우편화물에 대한 이야기, 마지막으로 열차 엔지니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다

'열차'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이야기가 전개됨에 있어서 과도하게 연결되지도, 또 과도하게 붕~ 뜬 모습이 아니어서 이야기간 간섭이 전혀 없다.

첫번째 이야기 [바박스 브라더스]

이름도 웃기게 바박스다.. 뭔가 빠박이 느낌이랄까?

그런데 이 '바박스 브라더스' 가방을 가지고 나타난 '방랑신사'는 전혀 웃기지 않다.

그는 "아무도 돌보는 이가 없어 금방 재가 된 불처럼 어느새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50세 전후의 남자"로 "침울하게 고개를 숙인채 깊은 생각에 잠기곤 하며 " "내면에 억눌린 목소리를 지닌 남자"이다.

그 남자가 "어느 쪽으로 고개를 돌려도 아무 소용없어!"(p.11) 라는 심정으로 '머그비 교차로'에서 내렸을 때, 이 남자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아무런 희망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

우체국 전화번호부와 이 세상에서 바박스 브라더스라는 존재를 지워버리고 커다란 여행 가방 두 개에 새겨진 이름만 남긴 채 "오랫동안 저어왔던 노를 부러뜨리고 고의로 노예선을 침몰시킨 " 영 잭슨..

솔직히 영 잭슨이 '변화'된 것이 '피비와 램프' 때문인가?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그 둘을 만난 것은 일종의 촉진제가 되었을 뿐.. 실제 변화의 시작은 '영 잭슨' 본인으로부터 시작된 것 같다. "주도적으로 은퇴함으로써" 그리고 어딘가 방향을 정하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발함으로써, 움직임으로써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이런 그의 변화 덕분에 .. 나름의 삶에 만족하며 행복해 살고 있던 '피비'에게는 기쁨이 더해졌고, 자신들의 행동으로 인해 힘들어하던 베아트리체도 어찌보면 이제서야 용서를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피비의 그 쾌활함. 얼마전 읽은 칼럼에서 '쾌활함'은 훈련해야 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피비의 이 쾌활함은 어떻게 훈련된 것일까?

"저는 여기 누워 창문을 내다보며 그 길이 신사분을 행복한 종착역으로 이끌고, 또 언젠가는 다시 이곳으로 데려올 거라고 느낄거예요."(p.65 / 바박스 브라더스 앤 컴퍼니)

이런 피비의 쾌활한 모습에서 빨강머리 앤의 앤 셜리가 느껴지기도 한다.

[바박스 브라더스]와 [바박스 브라더스 앤 컴퍼니]는 연작 이야기이기 때문에 꼭 같이 읽어야 한다.

[본선-머그비 소년]에서는 찰스 디킨스 특유의 풍자와 조롱이 느껴졌다. 자신들의 리프레쉬룸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은 못하고, 오히려 제대로 역할을 하는 곳과 사람들을 "악질 미치광이"라고 표현하는 자신들만의 생각에 갇힌 여자들. 이 여자들의 모습은 자기 의견만 옳다고 고집하는 누군가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무서운 것은 이 여자들과 다르게 잘못된 것을 알고 있는 스니프씨가 사라진 점이다.. 과연 그는 어디로 간 것일까? 설마... 여자들이 그를 처단한 것은 아닐까?

이렇게 "자신들만의 생각"에 사로잡힌 사람들 틈에서 '제 정신'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스니프씨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소년'은 아직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나이임에도 "어른들" 틈에 끼워 같이 선동하는 모습이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1번 지선_시그널맨]은 ... 도대체 이걸 어떻게 영화화하고, 뮤지컬화한다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이렇게 짧은 단편을.. 여기선 사람의 신념이 정말 무서운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과연 '신호수'가 본 것은 "예지몽"이었는지, 아님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거라고 자신이 믿다보니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어딘가 "끌어당김의 법칙"을 생각하게도 만드는 이야기다.

[2번 지선_기관사]에서는 열심히 살아간 한 기관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솔직히 뭐라는 거냐?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지막에 자신의 아들을 태우고 달릴 때 더 조심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면서 결국 '가족'이 가장 중요한 존재인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솔직히 무슨 주제를 던지고 싶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3번 지선_보상하우스]는 조금 섬뜩했다. 처음엔 '주인'이라는 사람이 '뱀파이어'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왜 거울을 보지 않는 것일까?거울에 자신이 비치지 않기 때문에.. "왜 거울을 보지 않는지?"라는 이유가 밝혀지고 나서는... 이후 주인이 죽었을지, 아니면 살았을지가 궁금해졌다.

사람이 살면서 절대 잊을 수 없는 어떤 사건이나 인물이 있을까?

기억이 그렇게 오래가지 않는 편인 나로써는 사실 그렇게까지 임팩트 있는 일을 겪어보지 않은 터라.. 공감이 되진 않았다.

그리고 의사 가든박사가 '주인'의 이약를 듣고 나서 공포감에 사로잡힌 이유가 궁금하다.

"이 남자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는 능력을 상실했을까?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의 모습이 있었을까? 그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말했을까? 그 생각이 미치자 나는 공포에 휩싸여 잠시 아무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p.195 / 3번 지선_보상 하우스)

은 가장 흥미로웠다. 추리소설의 느낌이랄까? 도대체 붉은 모로코산 가죽으로 싸인 '송달함'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리고 그 중요한 '송달함'이 사라졌음에도 생각보다 사람들이 처벌받지 않는 점이 신기했다.. 별로 중요한 자료가 없었던 것일까? 약간 당시의 우편 제도가 어떠했는지 궁금해졌다. 새로 부임한 소장이 이 모든 이야기를 듣고 한 말 "아!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어도 세계의 역사는 달라졌을 텐데!"라는 말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도대체 어떤 상황이 달라진다고 보았을까?

[5번 지선_엔지니어]편에서는 어찌보면 가장 슬프고, 잔인한 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슬프기도 했던 이야기.. 우정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며 지아네타가 너무나 미웠다.

왜 사람은 사람에게 그렇게 잔인할 수 있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정을 끝까지 가질 수 있다는 것에 위로를 받았다.

시대 배경을 느낄 수도 없었고, 그냥 지금 이 시대에 일어날 수도 있을지 모를 이야기 같았다.

다만 대도시가 아닌 기차가 다니는 시골 마을에서 일어날것 같은 느낌이랄까?

기차의 오고가는 모습에서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의 한 장면도 생각이 들었다.

기차는 '방랑자'가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클리셰인가 하는 느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작가들의 다양한 문체를 즐길 수 있었던 책 [머그비 교차로]이다.


찰스 디킨스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가볍게 읽어볼 만한 이야기

기차 덕후라면 당연히 읽어야 하는 기차를 소재로 하는 이야기

추리소설 덕후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책.. 과연 '그 녀석'의 정체는 무엇인지? 책을 읽으면서 내내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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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이 온다 창비교육 성장소설 10
이지애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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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는 않다는 것을 말이다."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처음에 나오는 문장으로 닉 캐러웨이의 아버지가 닉에게 한 말이다.

완전 상류층인건 아닌 듯 하지만 어느정도 상류층 사라들과의 교류를 이어가는 닉이 세상을 바라보며, 특히 개츠비를 이해함에 있어서 그의 입장을 생각해본 것도 이 아버지의 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책 [완벽이 온다]는 내가 그동안 전혀 만나본적 없는, 생각해본 적 없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평범한 가정에서 평범하게 자라 온 나에게 '홈그룹'생활을 하고, 의지할 친척이나 가족들이 하나 없는 '민서'의 이야기를 읽으며 '어설픈 동정심'을 갖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다.

부모가 다 있어도 불행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단지 부모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에게 값싼 동정심을 가지는 것은 위선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듯한 '민서'의 모습을 볼때마다 '안타까움'의 감정이 먼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P.15) 또래 알바생들은 불편했다. 그들과 같이 웃어야 할 타이밍을 맞추는 게 어려웠다. 다들 웃는데 나 혼자 웃지 못하는 순간이 가장 난처했다. 생각하는 걸 다 말하는 게 아니라고 배웠지만 그 다음은 익히지 못했다.

(P.44) 언니는 내가 어릴적에 자연스럽게 익혔어야 할 기본적인 자극이 부족한 탓이라며 전에 들었던 선생님 얘기를 흉내 내어 말했다. 솔언니는 맞장구를 쳤다. 우리는 영영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p.61) 검사 결과, 버려지는 것에 대한 유기불안이 기본적으로 내재되어 있고, 그로 인한 무기력증이 심각한 상태라고 했다. 담당의사는 자라면서 중요한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니 지금이라도 안전한 관계 안에서 일관성있는 지지와 수용을 경험하는 게 필요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p.79) 남들과 다른 까닭에 설명할 게 많은 인생은 피곤했다. 자세히 설명한다고 더 환영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 설명하는 일은 분명 손해였다.

(p.135) 해서 언니와 설, 솔 언니는 익숙한 듯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보낸 선물을 원래 자신의 것인 양 받았다. 나도 곧 그런 선물들에 익숙해졌는데 정작 솔 언니가 준 선물들은 낯설게 느껴졌다. 오늘은 아무 날도 아니었고 나는 선물을 받을 정도로 잘한 일이 없었다. 그게 이상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는 민서가 '그룹홈' 생활을 하는 처지여서가 아니라 그저 그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던 것이 문제였다. 부모가 모두 있어도 그러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자란 사람 또한 민서와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까 싶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사랑받지 못하는 '아동학대'의 일종이다. 집에서 일어날 경우에는 '부모' 혹은 양육자라는 분명한 학대 가해자가 있는 것이고, '고아원' 등에서 일어나는 경우는 어찌보면 사회에서 벌어지는 '아동학대'일수도 있다.

아무리 '보육교사' '지도사'가 노력을 한다고는 하나.. 일반 가정과는 같을 수 없는 그 간격이 있기 때문일텐데.. 과연 그 간격은 어떻게 메꿀수 있을까? 그냥 부모가 잘 하면 돼요~ 라기 보다는 사회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정말 없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사회의 역할을 다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집 근처에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그룹홈'이 있다. 여자 아이들만 사는 것 같은데 가장 큰 아이가 중학생 정도로 보였다. (실제 우리집 아이와 같은 교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근처에 있었지만 아무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가정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만일 그 가정에서도 '민서''해서' '솔''설'처럼 가슴에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다면... 그렇다면 그 상처는 어떻게 치유해줄 수 있을까?

사실 처음 소설을 읽을 때는 '자립청년'들이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는 이야기가 주가 될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삶의 고단함보다는 치유되지 않고 남아있는 민서의 트라우마, 상처가 헤어진 후 다시 만난 언니들과의 관계 속에서 해소된다는 이야기였다. 이렇게 치유될 거 같았으면 왜 같이 살때는 서로 보다듬어 주지 못한 것일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그리고 또 하나 책을 보면서 무서운 점이 '설,솔' 아버지가 '칼을 들고 위협하는 장면'이었다.

평상시 같으면 그냥 넘어갔을 그 장면이 최근의 일련의 사건들과 오버랩되면서 이제는 '흉기 위협'이 단순 위협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 무서워졌다. 그만큼 세상이 흉흉해진 것일까...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다 노력해야 한다는 말처럼, 부모가 있고 없고의 문제를 떠나서 사회가 책임져야 할, 그리고 보다듬어야 할 어린 영혼들에 대해 우리 사회는 얼마만큼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할 듯 하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남들보다 뒤쳐진 출발선에서 남들처럼 살기 위해 아웅다웅하며 노력하는 많은 이들에게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난 그런 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한편 앞으로 완벽이는 세 여자들 사이에서 이들과는 다른 '사랑'을 받고 관계를 맺으며 성장할 수 있을까? 이 세 여자를 한데로 묶어준 것은 '완벽이'일까? '할머니'일까? 궁금증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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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사람들
캐서린 벨턴 지음, 박중서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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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이너서클이라니... 오늘 안그래도 푸틴에 의해 제거된거로 추정되는 프리고진 뉴스를 들었는데 과연 푸틴이 어떠한 인물인지 그 주변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지 엄청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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