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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 ㅣ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8월
평점 :

작품의 장르 중 호러물이 있다. 호러물은 공포심을 건드려 쾌감을 유도하는 장르로, 각종 괴담들을 그 근간으로 하고 있다. 전개 방식에 따라 추리물/미스터리물, 스릴러(주인공이 죽음의 위협으로부터 쫒기는 것), 서스펜스(서스펜스와 엮일 경우, 관객은 공포의 존재가 주인공을 노리는 것을 알고 있지만, 주인공이 공포의 원인이 다가오는 것을 모르는 상태에서 늑장을 부린다.), 포크 호러(민속과 전통을 주제로 민속과 전통에 숨겨진 괴담이나 전설, 신화를 설명하는 장르르서 변화한다.)로 나눌 수 있다.
미야베 미유키의 변조괴담 8번째 시리즈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는 이 중 '포크 호러'에 가깝다고 보여진다.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당시의 풍습이나 생활상과 연관되어 이야기들을 풀어나가기 때문이다.
책은 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각각의 이야기들이 따로 따로 이야기인 것은 아니다. 이야기는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에 마련된 흑백의 방이라는 객실에서 이루어진다.
흥미로운 것이 이곳에는 이야기꾼이 한명, 그리고 청자가 한명 존재한다. [미시마야] 주인의 차남 도미지로는 사촌누이인 오치카의 뒤를 이어 '청자'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곳에 두꺼비처럼 얼굴도 배도 뚱뚱한 직업 소개꾼인 도안씨의 소개를 받아 '이야기꾼'들이 자신만이 알고 있는 괴담을 가지고 찾아온다.
(이런 소개들이 이어져서 왜 굳이 이런 이야기들을 풀어놓는 건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이게 변조괴담 시리즈의 기본이었다. 이전 편에서는 사촌누이 오치카가 청자인 상태로 이야기가 진행된 것이고 아마도 8편부터는 '도미지로'로 청자가 바뀐 것 같다.. 변조괴담 시리즈를 1편부터 봐야겠다. )
도미지로가 만난 첫번째 이야기꾼은 11살때 웃는 법을 잃어버린 남자 '모치타로'의 이야기이다. 그의 이야기에는 세상에서 만날 수 없는 곳이 등장한다. 바로 '신들의 마을'이다. 그런데 이 신들의 마을이 무너지는 이유가 정말 어이없다. 사람들의 믿음이 깨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믿음이 깨지는 것도 '주인'의 마음이 바뀌기 때문이다. 지도자에 의해 한순간에 무너져내리고 마는.. 그게 신일지라도 그 마을이 무너져내린다는 것이 황당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과연 일본에서 신이란 존재는 무엇인가? 하는 궁금증도 생긴다.
"매번 놀라고 무서운 일이 더 많지만 가끔은 기쁘고 즐거운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모습이 공포스럽긴 하지만 실은 고마운 수호신이나 복의 신인 경우도 적지 않다. 사람은 겉모습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처럼, 신 또한 겉모습만으로는 알 수 없다. "(p.113)
그리고 자신의 누이를 위해 제 한몸을 던진 모치타로 였는데, 돌아온 자신의 마을에서, 변해버린 마을에서 '도망친 것'에 대한 후회를 한다는 것이 쉽게 공감은 되지 않았다. 이미 그 전에 신들의 마을에서 생활을 하면서 가족들과는 떨어진 삶을 살았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일까? 그건 '모치타로'가 그만큼 착하거나 인간성이 훌륭하기 때문인 것일까?
" 용기라는 건 사람에게 나눠줄 수 잇는 겁니다. 때로는 나눔으로써 더욱 늘어나 보다 큰 용기가 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의협심이라는 건 한 사람에게 일인분씩밖에 없어요. 게다가 이것을 ㅁ나들어내는 기개를 가진 사람이 세상에는 극히 적지요."(p.162)
만일 나였다면.. 과연 등에를 마실 수 있었을까?
살짝 아쉬운 것은 누이 오린에게 저주를 건 사람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그이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는 이유가 본인이 등에가 되어버린다는 것.. 결국 저주라는 것의 가장 큰 피해자는 본인이라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모치타로'는 괴담을 들려 준 이후에 '색깔짚신'을 만들고, 웃음짓는 법을 되찾았을까?
두번째 이야기 [질냄비 각시]는 마치 우리나라의 우렁각시를 연상시키는 내용이었지만.. 그보다는 훨씬 무서웠다.. 진짜 호러물이었다고 할까? 혹시나 오토비가 해꼬지를 당하면 어떡하지 라는 마음에 페이지를 넘기는 게 두려웠다. 설마.. 설마... 하면서 페이지를 넘기는데...
과연 나루터지기 기요마루는 사랑을 한 것일까? 아니면 요괴(?) 아닌 구메가와 강의 수신님의 꼬임에 넘어간 것일까?
왜 신은 그렇게까지 질투를 한 것일까? 용납할 수는 없었을까?
세번째 이야기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는 기대하고 기대했던 '좀비' 이야기였다다. 책에서는 좀비라는 표현이 아닌 "인간이 아닌자"라고 말한다. 그리고 "인간이 아닌 자"와 함께 "부귀"가 등장한다. 좀비가 생기는 이유는 '부귀' 때문이다.
"부귀(腐鬼)는 사람의 모습과 비슷하기는 하지만 땅속 깊은 곳에 살고 있는 추하고 냄새 나는 괴물이다. 몸은 야위고 뼈가 불거져 있으며, 재빠르게 움직이고, 집의 처마에 뛰어오를 정도로 도약력이 있따는 점에서는 원숭이와 비슷하다. 힘은 세지 않고, 무기를 사용하면 쉽게 처치할 수 있고, 무엇보다 햇빛 아래서는 며칠밖에 살지 못한다. 이 괴물의 무서움은 어쨌거나 물린 자가 '인간이 아닌 자'로 변해 버린다는 것이다. '인간이 아닌 자'는 산 채로 시체처럼 썩어가면서 차례차례 다른 사람들을 덮쳐 생피와 살을 먹고, 더욱 '인간이 아닌 자'를 늘려간다."(p.489)
처음에 부귀라고 해서 '부귀 영화'를 떠올렸고, 뭔가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생겨나는 것인가? 싶었는데 한자를 보니 腐 썩을 부 자였다. 실제 '인간이 아닌 자'를 만드는 것은 탐욕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러한 곳에 살고 있는 자들이 죽게 되는 것은 '탐욕'이었다.
"남으면, 이 마을의 논도 밭도 전부 내 것이 되겠지."
정말 믿기 어려운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논밭이 자신의 것이 되는 것을 생각한단 말인가..
이러한 혼돈의 상황에서도 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는 '국가'는 과연 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괴물과 나쁜 정치, 사람의 목숨을 뿌리째 베어내는 것으로는 똑같은 해악이다."(p.556)
작가는 나쁜 정치는 괴물과 같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듣고 있는 '태백산맥'에서도 나쁜 정치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소작인들의 삶을 그려내고 있어서였을까? 정치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어찌보면 우리의 상상속에만 존재하는 괴물보다 지금 당장 현실의 정치가 더 무서운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이전에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을 한두편 읽었을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마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지나갔던 터라 큰 기억이 없다. 그러나 이번 작품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는 미야베 미유키의 '변조괴담' 시리즈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작품들 속에 담긴 사회적 메시지를 함께 읽을 수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인간이 인간답기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시대를 뛰어넘어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가치'란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리딩투데이 서평단으로 지원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