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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의 풍경>(레너드 서스킨드 지음, 김낙우 옮김, 사이언스북스)

우주는 모든 것이다. 어떤 존재도 우주를 넘어설 수 없다. 우주는 시간과 공간 그 자체이며 우리의 정신작용 역시 우주 안에서 이루어진다. 우리는 우주 너머를 상상할 수 있으나 그 상상 마저도 우주에 귀속되니, 그야말로 우주는 모든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우주는 무어란 말인가? 공간은 무엇이고 시간은 무엇이고 존재란 무엇인가. 물리학자들은 오랫동안 이 존재론에 천착해왔다. 우주의 존재론은 결국 인간의 존재론과 맞닿아있기에 그들의 열정은 더 빛이난다. 우주란 무엇이기에 인간을 잉태하게 되었는가. 끈 이론의 선구자 레너드 서스킨드는 한 편의 풍경화로 이 존재론을 얘기한단다. '메가버스(Megaverse)'를 그리는 그의 풍경(landscape)가 사뭇 궁금해진다. 

  

<원자력 딜레마>(김명자 지음, 사이언스북스) 

전 환경부 장관의 원자력 이야기.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원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요즘, 김명자 전 장관의 이야기가 궁금한 이유는 그의 의미심장한 위치 때문이다. 그는 학자와 정치인, 관료를 모두 경험한 사람이다. 원자력에 대한 학자적, 정치적, 정책적 견지를 모두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 정부에서도 '환경부' 장관으로 일했다. 원자력은 환경적 측면에서 득이 될 것이 전혀 없다. 하지만 친원자력 정책을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관련 부처 장관으로써 그는 무조건 적인 원자력 반대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국의 정치경제사회적 상황을 고려한, 즉 한국적 맥락에서의 원자력 논의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잘 파악할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다. 

 

 <마을 회사>(박원순 지음, 검둥소) 

 '마을'과 '회사'의 결합이라니. 사회적 기업도 아직 잘 와닿지도, 보이지도 않는데 마을 회사는 더 생소하다. 일명 '소셜 디자이너'인 박원순 변호사가 이번에는 또 무슨 '디자인'을 내 놓은걸까. 책의 부제가 힌트가 되겠다. '공동체를 살리는 대안 경제'. 
 도시와 대기업 중심의 경제체제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제주체라기 보다는 객체로서의 삶을 산다. 그들이 주체가 될 때는 물건을 사는 잠시의 순간뿐이다. 마을 회사는 소비 주체를 넘어 생산 주체로의 회복을 꿈꾸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보인다. 필연적으로 객체를 생산해내는 집중화 대신, '마을'이라는 공간에서 개성과 풍요를 동시에 구가하는 전략을 그는 실제 사례들을 통해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업이라면, 나는 기꺼이 기업화 바람을 맞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문화는 정치다>(장 미셀 지앙 지음, 목수정 옮김, 동녘) 

 얼마전까지만 해도 가장 보편적인 정치의 수단은 무력이었다. 그러나 무력은 이제 한국을 포함한 많은 지역에서'최종수단'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뿐 그 권력을 '문화'에 넘겨주었다.
 무력은 영토를 지배하나 문화는 일상을 지배한다. 이데올로기는 일상을 지배하는 자의 편이다. 따라서 이제 문화는 정치적 투쟁의 장이다. 문화를 장악하는 자가 일상을 지배하고 이데올로기를 결정한다. 
 아직까지 문화정치에 대한 이론적 작업은 한국에서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여기, 번역된 텍스트로나마 '치맛 속까지 정치적인' 나라 프랑스의 한 학자가 내 놓은 문화정치론을 만나게 됐다. 아직까지 거칠고 좁은 프레임을 세련되게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소수에 대한 두려움>(아르준 아파두라이 지음, 장희권 옮김, 에코리브로)
    
 민주주의의 제도적 난점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그 중에서 '소수'의 지위가 가장 문제적이라 생각한다. 집단의 의사와 개인의 의사를 매개하는 과정은 대개 다수결이라는 형태로 이뤄지며, 민주국가는 다수의 의지로 굴러간다.
 문제는 국가에게 폭력의 합법적 행사라는 권한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소수에게는 사회가 자신의 의지와 다른 방향으로 변해갈 가능성을 넘어, 자신에게 폭력이 행사될 가능성도 있다.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도 이 양상은 재현된다. 민주주의를 표명하는 국제사회에서도 소수에 대한 다수의 폭력은 빈번히 벌어진다. 대부분의 강대국이 공조하는 테러와의 전쟁 같은 경우가 그 예시다.   

그러나 이 책은 '소수에 대한 두려움'을 말한다. 주로 폭력의 대상인 소수를 폭력의 주체로 인식한다는 뜻일 게다. 테러리즘이 그 대표적인 예다. 테러리즘은 소수가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폭력이다. 

이 역설적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무엇을 말할 것인가? 그 궁금증이 이 책을 선택하게 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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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얼마를 어떻게 갚아야 할 것인가
『우리는 미래를 훔쳐쓰고 있다(레스터 브라운, 도요새)』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은 여러가지 단어로 규정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 중 하나가 '빚'이라고 생각한다. '금융'이라는 번드르르 한 말로 포장되고 있는 빚은 이 시스템을 지탱하고 있는 본질이라 할 수 있다. 빚의 세계는 개인의 삶부터 전지구적 시스템까지 포섭한다. 주택담보대출이나 자동차 할부가 없었다면 많은 개인들이 지금의 물질적 기반을 갖추기 힘들었을 것이며, 전지구적인 통화 체계의 기축 통화인 달러는 모두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마이너스 통장에서 나온 순전한 빚이다.  

 빚의 두가지 본성은 '상환'과 '이자'이다. 갚아야 하는 돈만이 빚이며, 빚에는 당연히 이자가 따른다. 또 하나, 더 중요한 요소가 있는데 그것은 '주체'이다. 빚에는 당연히 빚지는 자와 갚는자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주체의 분리 위에 서 있다. 국채를 발행해 경제성도 없는 대형사업을 하고, 자원을 과소비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자들과 국채를 갚고, 자원고갈에 시달리고, 환경 오염에 몸살을 앓는 이들이 분리돼 있다. 이는 마치 태어난 아이에게 마이너스 통장과 주택담보대출금을 넘기는 격이다. 여기에 이자까지 복리로 불어나 후속 세대가 상환해야 할 몫은 점점 더 불어나고 있다.  

 그런데 빚은, 한도 끝도 없이 불어날 수 있을까? 상식적인 경제적 관념에 따르면, 빚이 너무 커지면 파산에 이른다. 두렵게도, 파산의 조짐은 여기저기서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자연의 역습이 매섭다. 지구온난화는 사막화, 식량생산 감소, 물 부족과 같은 다양한 칼날로 인류의 생존 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세계적 석학이자 37년간 기후변화 문제에 선봉장을 서고 있기도 한 레스터 브라운의 『우리는 미래를 훔쳐쓰고 있다(레스터 브라운, 도요새)』는 우리가 진 가장 무거운 빚을 진단하고 그것을 상환할 방안을 논의한다.  인류에게 '우리는 파산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이제 필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파산을 막을 것인가'이다. 레스터 브라운이 위기에 처한 인류에게 어떤 상환법을 알려줄지 궁금하다. 

  

  대한민국의 의사결정문화사
 『룸살롱 공화국(강준만, 인물과사상사)』 
 

  우리 사회의 성역을 허물어 온 강준만 교수가 장자연 친필 편지 논란으로 세상이 다시 한번 떠들썩해 진 때에 『룸살롱 공화국(강준만, 인물과사상사)』을 내놓았다. 이 책이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은 일종의 역사서라는 점이다. 강준만은 이 책에서 대한민국 건국이라는 이름 지하에서 함께 역사를 시작한 이 땅의 룸살롱 공화국의 면면을 세월의 흐름을 따라 서술해나가고 있다. 요정에서 룸살롱으로, 룸살롱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 기업형으로 변화해나가는 동안, 접대부들이 호스티스에서 10대 소녀로, 연예인으로 다양화되는 동안 군사정권, 판검사, 언론, 정부, 심지어 청와대까지 우리 사회의 기득권이라 부를 수 있는 거의 모든 집단이 이 지하의 역사를 써내려왔다. 그리고 강준만은 그 역사를 회고하고 증언한다.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압축성장을 거듭해온 지난 60여년간 성장이라는 미명하에 중요 의사결정은 항상 밀실에서 소수에 의해 이뤄졌다. 그리고 그 밀실은 대개 룸살롱 이었을게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대한민국의 역사는 룸살롱 공화국의 역사 위에 쓰여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거다. 그래서 『룸살롱 공화국』을 통해 룸살롱 문화를 들여다보는 것은 우리 사회의 의사결정 문화와 의사결정 주체들의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장이 될 것 같다.  

 

 부조리의 공장에서 그는 무엇을 기다릴까
『아주 작은 것을 기다리는 시간(황주환, 생각의나무)』 

 『아주 작은 것을 기다리는 시간(황주환, 생각의나무)』은 불편한 질문을 던질 줄 아는 한 평교사가 학교라는 창 안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다시 학교를 성찰한 책이란다. 학교는 체제의 생산, 재생산, 변혁이 모두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아니, 정확히 말해 그것들을 준비하는 공간이다. 그렇기에 학교를 들여다보면 우리는 준비되고 있는 미래를 볼 수 있다. 반대로 어느 인간 집단에서나 발견되는 부조리가 학교에서 발견될때면 나는 한층 더 민감해진다. 학교 안의 부조리는 미래의 부조리로 재생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속해있는 학교나, 내가 속해있던 학교나 이 시스템의 근간은 분명해 보인다. 그것은 경쟁을 통한 사회적 위계의 창출이다. 여기에 여러가지 외적인 요소들이 가미되면서 실제 현실은 사회적 위계의 '창출'보다 사회적 위계의 '재생산'에 가깝다. 솔직히 말하자면 학교는 계급 사회의 전초기지이다. 그러나 그것은 근대 사회의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인 '국민교육'이 내세운 목표가 아니다. 근대사회는 계급사회를 떨치고 보편적 인간을 내세우며 탄생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여전히 근대사회를 표방하는 대한민국 역시 인성을 함양하고 교양을 쌓으며 여러가지 덕목을 겸비해 행복한 주체적 인간을 길러내는 교육의 겉목표는 여전히 표방되고 있다. 그 가식과 위선이 빚어지는 교육 현장에서 황주환 선생님은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내가 겪은 부조리들이 교육 수용자의 측면에서 느낀 것들이라면 교육 공급자의 측면에서 선생님들이 느끼는 부조리는 사뭇 다를 것이다. 그래서, 그가 기다리는 아주 작은 것이 무엇인지, 왜 그것을 기다리는지 무척 궁금하다. 

  

 이 중생을 웃게할 치명적 농담
『붓다의 치명적인 농담(한형조, 문학동네)』 


 학부시절, 대학을 휴학하고 인도를 다녀온 적이 있다. 그 여파로 한창 인생무상을 느끼며 절에나 들어갈까 하고 방황하다 불교가 궁금해 금강경 해설서를 읽었다가 '아, 절에 들어가겠다는 생각 역시 허망한 것이구나'하는 깨달음을 얻고 방황을 풀었었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새로나온 책 목록을 살펴보다 한형조 교수의 『붓다의 치명적인 농담(한형조, 문학동네)』에서 시선이 멈추었다. 출판사 책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종교'가 아니라 '인문', 즉 오로지 '인간학'의 관점에서 불교에 접근한단다. 불교에 관심은 많았지만 엄두가 잘 나지 않았던 나에게 매우 매력적인 카피라이트였다. 

“삶의 목표는 쾌락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마음속 깊이 이상주의자들입니다. 로맨티스트들이지요. 그렇지 않다면 왜 보살님네들이, 남편이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아이들도 다 컸으며, 아파트 평수도 남부럽지 않은데, 왜 절을 찾아, 스님들의 법문을 듣고, 대웅전에 참배하고, 참선에 열중하십니까. 그것은 외면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우리 내면은 여전히 가난하고, 불만족스럽기 때문이 아닐까요.” 

 한 교수의 전언에 전적으로 동감하기에 여전히 가난하고 불만족스러운 내면을 가진 이 중생은 그의 농담이 얼마나 치명적일지 한번 들어봐야겠다.  

 

닉 레인, 그 이름만으로도 기대되는 책
『생명의 도약(닉 레인, 글항아리)』

 『미토콘드리아』로 날 깜짝 놀라게 했던 닉 레인이 돌아왔다. 추리소설을 방불케 하는 필치로 진핵생물의 탄생과 성과 죽음의 진화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던 전작에서 나는 정말이지 지적인 전율을 느꼈다. 생물학도인 내가봐도 엄밀한 사실에 입각한 서술과 동시에 비전문가 대중들도 흡입시키는 서사전개와 탄탄한 문장력은 처음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보았을 때의 느낌과 맞먹거나 그것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생명의 도약(닉 레인, 글항아리)』을 통해 지금 우리의 모습을 일군 진화의 10대 발명에 대해 논하겠단다. 나는 생물학의 궁극적 목표가 나 자신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한다. 진화론은 그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 중에서도 역사학적 관점을 채택하고 있다. 우주의 먼지들로부터 어떻게 내가 탄생할 수 있었는지를, 화석을 뒤지고 세포를 들여다보고 유전자를 검사하면서 그 과정을 상상하고 또 증언하는 학문이다. '도약론'은 진화론의 대세이다. 인간 진화의 기반이 된 다양한 사건 중 '결정적 사건'이 있다는 것이다. 레인은 이 책에서 세포, 유전자, 생체 에너지, 진핵생물, 성, 힘, 감각, 의식, 죽음의 진화를 논한다. 모두 인간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핵심 요소들이다. 단순한 '썰'이 아니라 엄격한 과학적 증거들에 입각해 논증을 펼치는 그인만큼 이번엔 또 어떤 이야기로 나를 납득시키고 매혹시킬지 너무나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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