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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시대 - 생존을 위한 통찰과 해법
기디언 래치먼 지음, 안세민 옮김 / 아카이브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무엇보다도 <불안의 시대>는 두 가지 측면에서 큰 강점을 갖고 있다. 하나는 저자의 서술방식과 문장력이다. 저자 기디언 래치먼은 마치 한편의 역사추리소설처럼 독자들을 자신의 서사로 흡입시킨다. 칼럼니스트답게 문장이 늘어지지 않고 박력이 있다. 다른 하나는 이러한 저자의 능력을 거의 손상시키지 않은 번역이다. 아무리 원저자가 좋은 글을 쓰더라도 번역가가 성의가 없거나 능력이 없으면 결국 독자들에게 전혀 친근하지 않은 번역서가 되기 쉽상이다. 그러나 이 책의 번역은 상당히 깔끔하다. 거의 번역투를 느끼기 힘들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나에게 불편했다. 헤게모니를 쥐어온 서구 중심의 역사관과 접근이 불온해보였다. 책의 표지에는 '우리가 낙관했던 모든 것들이 흔들리고 있다'고 써있다. 영어 부제는 'Zero-Sum Future: American Power in an Age of Anxiety'이다. 이 둘을 합치면 결국 우리는 세계가 아니라 '영미' 중심의 서구세계이며 낙관은 오로지 그들의 것이다. 그들이 낙관의 시대라 부르는 지난 30년 동안 과연 한국인들은 낙관의 시대를 살았는가. 우리네 삶은 바로 그들로 인하여 수도 없이 흔들리지 않았던가. 세계 자본 시장과 금융을 쥐락펴락하는 이들의 손짓 하나에 IMF라는 국가적 재앙을 맞이하지 않았던가. 

 뿐만 아니라 정말 그들은 낙관의 시대를 보냈는가? 대처리즘과 레이건주의 밑에서 얼마나 많은 영국인들과 미국인들은 더 부유해졌고 더 행복해졌는가? 그 부유와 행복은 소수의 것이 아니었나? 한 발 양보해서 만약 더 부유했고 더 행복해졌다하더라도 그 대가를 치르지 않았던가?  

세계가 제로섬의 미래로 나아간다고 하는데, 그러면 그들이 말하는 낙관의 시대동안 세계는 함께 번영했던가? 오히려 전세계적인 빈부격차 커지고와 강대국들의 세련된 약소국 착취가 더 심해지지 않았던가? 자신들이 말하는 낙관의 시대를 마감시킨 원흉인 그린스펀에 대해 어찌 이리도 관대할 수 있단 말인가? 

현실과 역사에 대한 판단 착오는 미래에 대한 그릇된 비전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문장을 통해 대담(?)하게 선언한다. 
'강하고 성공적이며, 자신감 넘치는 미국의 모습이 안정과 번영을 약속하는 세계를 위한 최선의 희망이다.'
한마디로 웃기는 짬뽕이다. 세계를 위한 최선의 희망은 강하고 성공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미국'이 아니라 '세계'이다. 너님들의 안정과 번영이 어찌 논리적으로 세계의 희망이 되는가.  그것도 범죄적 탈규제로 세계 경제를 파탄내고, 재정이 파산지경에 이르고, 아프간 전쟁은 10년째 절절매고 있는, 종전 이후 가장 볼품없는 너님들이 어찌 이리 당당히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세상은 변했다. 세계가 바라는 미국은 절대 군주가 아니라 책임있는 국가이다.  

 이러한 주장이 영미권에서 어느 정도의 지위를 차지하는 지 모르지만, 많은 미국인들이 이렇게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는한 세계는 미국에게 그들이 바라는 권위를 부여하지 않을 것이다. 불안이 불온으로 이어질 때, 힘으로 무언가를 해보려 할 때, 세계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미국이 세계라고 착각하는 머저리가 얼마나 많은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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