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알라딘 서재와 독서 리스트 선정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내가 9기 알라딘 신간평가단으로 선정된 것이다. 나는 신간평가단의 여러 부문 중 인문/사회/과학 분야에 지원했는데 원래 8기까지는 인문/사회 분야만 있었던 듯 하다. 즉, 이번에 '과학'이 신간평가 부문에 새로 추가된 것으로 보이는데 서평 대상 도서 선정 시스템을 보니 실질적으로 '과학' 부문이 추가될 수 있을지 좀 미심쩍은 상태다. 왼쪽 카테고리에는 '인문/사회/과학 주목신간'이 아닌 '인문/사회 주목신간' 카테고리만 있고, 다른 평가단들의 4월 독서리스트에 포함된 과학서적은 시뮬님네 서재에 한권, 서향님네 한권, 귀를기울이며님네 한권,  drheaven 님네 한권, 그리고 내 서재의 한권이 전부였다. 20명의 평가단이 가장 많이 꼽은 두 권을 선정하는 시스템 하에서, 20명 중 5명만이 후보를 한 권씩 꼽는 과학 분야의 책이 선정되는 것이 가능할까? 왠지 느낌상 평가단분들 중 일부는 과학 분야도 이번에 새로 포함됐음을 모르시는 듯한 느낌도 든다. 아무튼 서설이 길었는데, 요지인즉 나는 과학부문 책도 받아서 서평을 써보고 싶고 또 평가단의 훌륭한 다른 리뷰어들의 과학 서평도 읽어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 소망을 담아 이번에는 과학 분야에서 두 권의 책을 먼저 선정하고자 한다. '탄생'과 '진화'라는 키워드로 아주 잘 엮이는 『선의 탄생』과 『아버지의 탄생』이다. 한세기 전만해도 오로지 인문/사회학적 성찰대상이었던 '선'과 '부성'이 오늘날 과학적 탐구 대상이 되게 된 것은 오롯이 '진화론'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진화론은 역사학이라 할 수 있다. 원래 이 지구상에 없던 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 땅에 나타나게 됐으며, 그 후에 어떤 변천사를 거듭했는지를 추적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실 땅 위의 모든 것들은 진화론의 잠재적 탐구 대상이다. 

  '선(good)'이라는 개념과 그 개념적 실체 역시 진화의 산물이다.  『선의 탄생』은 '성선설'의 진화론 버전이다. 지은이 대거 켈트너는 인간은 본디 선한 존재이며 인간의 선함은 행복과 진화적 성공의 열쇠라는 주장을 설파한다. 동양 철학의 '인(仁)' 사상과 진화론이 어떻게 만나 무슨 얘기를 풀어놓을지 자못 기대가 된다. 

 

 

 

 

 

 나에겐 아버지가 있다. 그리고 나는 아버지가 될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는 누구인가? 아버지는 무엇을 하는 존재인가?  아이를 직접 낳고 키우는 모성과 달리 부성은 사실 상당히 모호하며 또 다양하다. 적어도 내가 보고 들은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어머니들이 자식에 대한 헌신적인 삶을 살아가지만 아버지들은 각양각색이다. 자식과 나란히 밥을 먹는 것이 어색한 아버지부터 딸과 시시콜콜한 수다를 떠는 아버지까지 별의별 아버지들이 세상에 존재한다. 가부장적인 종(種)에 속하는 인간이 점점 탈가부장화 되면서 부성의 역할이 점점 더 모호해지고 있는 오늘,『아버지의 탄생』은 아버지의 진화적 탄생을 추적해들어가며 오늘날의 아버지들의 초상을 이야기 한단다.  

  

다음으론 인문/사회 분야에서 세 편을 꼽아보겠다. 

 

  학부시절, 철학 관련 교양 수업을 두 개를 수강했었다. <철학 개론>과 <인식론의 이해>였는데, 두 수업 다 현대철학은 거의 다루지 않거나 특정 주제에 대해서만 살짝 다루었다. 현대 철학이 궁금했던 나는 <현대 철학의 사조> 같은 강좌를 수강할까 했는데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졸업을 하고 말았다. 그런 나에게 서동욱 교수의 『철학 연습』은 못 다 이룬 목표를 달성시킬 검정고시 같은 책이다. 시간과 역량상 현대철학을 깊이있게까지는 접근하기 어려운 나에게 얉고 넓게 지난 세기 인간 의식 '진보'의 열매를 맛깔스러운 요리로 제공해줄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4.28 재보선에서 승전보를 올려 주가를 나날이 올리고 있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보면 우선 불안한 마음이 든다. 저 사람은 국가를 자신에게 맡겨달라 하는데, 그에게 맡기면 어떤 국가를 만들지 좀처럼 그려지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재보선에서 손학규 대표와 운명을 달리한 유시민 대표는 국민참여당 대표는 정반대다. 전작 『후불제 민주주의』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대한민국 헌법에서 찾아 분명히 밝히기도 한 그는 이번에는 좀더 직설적으로 『국가란 무엇인가』를 내놓았다. 현실정치인인 그의 '국가론'은 단순히 학문적 차원에서 국가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한 고찰을 넘어서는 것이다.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은 곧 자신은 유력 대권주자인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이기 때문이다. 재보선 패배로 입지가 많이 위축됐다지만 여전히 그는 야권 연대의 주요 변수인 만큼 그의 국가관을 들어보는 건 정치의 해인 2012년을 충분히 즐기기 위한 준비이기도 할 것이다. 

 

 검사와 스폰서, PD 수첩을 보며 나는 얼마나 분노했던가. 죄인을 단죄해야할 검사가 일상적으로 죄에 물들어 있고, 그러한 위험성을 감찰해야할 감찰부장까지 범죄자인 현실은 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 끔찍했다. 그리고 그 후에 진행된 면죄부 수여과정은 우리 사회의 권력층에 대한 기대를 깔끔히 접게했다. 그런데 이럴수가, 내가 보고 들은 것은 일부에 불과하단다. 양심선언을 한 스폰서 정씨가 차마 못다한 이야기들을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에 담아 출간했단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을 견제할 힘은 오직 국민만이 갖고 있다. 그리고 그 힘은 우선 '앎'에서 시작된다. 구린내나는 권력에 대항하기 위해 우선 알아야겠다. 그래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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