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단편모음집을 읽었다
그런데 기대했던 뭉클하고 철렁내려앉는 무언가가 없어서 그저 읽기만 했다
단편하나가 끝나면 어, 끝인거야? 이거뭐지. 라는 의문과 다소의 당혹감이 남았다
읽는 중간중간 나의 성격, 사랑을 비교하며 멈추고 생각하는 시간은 있었지만
단편 하나가 끝나고 나면 여지없이 글에 대한 마음이 씻겨져 나가서
책 하나를 통째로 다 읽고 난 다음에도 어떠한 여운도 내게 없었다
.
남자인 친구가 군대에서 이 책을 읽고서 네 생각이 났다며 선물해준 책인데
나는 남자도.(감성에 대해 성별 구분을 하여 생각한다기 보다는 대체적으로 그런 경향이 있으니까. )
심지어 군대도 아닌데도
누가 생각이 날만치 어떤 느낌을 받지 못했다
단편은 항상 나에게 이렇게 차갑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다가 뚝- 끊겨버린 전화처럼 말이 없다
분명히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일텐데 입안 가득 물고서
암호처럼 몇마디 뱉어놓고 공감을 바라는 심술처럼
철저히 불친절하다 나에게는.
나는.
워밍업이 필요한 사람이니까.
무얼 할래도 얼마간은 망설이고 얼마간은 서성거려야 서서히 하나씩
내것으로 빠져들 수 있으니까.
중학교 때에 100미터 기록보다 50미터 기록이 형편없었음을 기억한다
그리고 장거리는 반에서 3등이었다
조금오래 준비를 하고 그 포텐셜로 솟아오르는 사람,
그래서 순간순간 평가를 받고 제출을 하는, 맥을 딱 끊어버리는 일은 서툴다
익숙하지 않은 배경을 알고 안도하는 틈에 끝을 내버리고는
무언가를 느껴야 하다니
마감기한을 하루주고서 닥달하는 것만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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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감이 컸던 소설책을 건성건성 읽어버리고는
언젠가 다시 읽으면 조금 나으려나. 하고 생각하고 만다
자신을 긍정하는 여성. 이라는 해설조차 마음에게 썩 명쾌하지 못하다
일상에서 그러한것 처럼 나는 너무나 덤덤하여 그리 큰 아쉬움은 없다
나는 느린 사람이고. 덤덤한 사람이고. 조금 오래 웅크리고 있어야 무언가 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