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 디지팩 케이스 + 30p 분량의 편지지 + 특별 포토 엽서 5종
이윤기 감독, 임수정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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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괜찮아, 다 괜찮아 질거야." 

"응? 난 괜찮아." 

그 괜찮음을 뱉어내는 순간 이미 괜찮지 않음을 알고 있는거야. 

그 다정함. 배려.  

그 여자의 마음. 나는 알 수 있다. 

 

그 남자가 없으면 문도 못닫고 엔초비 캔 어딨는지도 잘 모르는 여자. 

남자는 기꺼이, 그리고 친절하게 요리도 해주고 정리도 해주고 그 모든 것을 해줄 듯 싶다. 

하지만. 그 나이스한 배려가, 장기적으로 되었을때 

그 배려를 받는 사람은 그것이 더이상 처음처럼 감동스럽지 않고 익숙해져 버리며 

원래 스스로 했어야 하는 일들에 대해서 무능해지고.  

그러면서도 죄책감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그걸 거스를 순 없어. 익숙하니까- 그리고 그가 하니까.  

미안하고. 죄책감느껴지면서. 그런 미묘한 감정을 결국 또 그에게 터뜨리고. 그게 또 미안해. 

그래서 결국. 

그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 그를 떠나는 것. 

그는 잘못이 없지만, 여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덧, 무능하고 일을 전가하며 의존하는 사람이 되어있고 

주변 사람들도 한마디씩 얹지, "남편이 살림을 잘 아시나봐요. 참 자상하시네" 등등. 

그럼 점점 마음은 무거워 

 

담배꽁초를 치워주려는 것에 대해 날카로운 것도. 그 때문이고. 

하지만 요리나 커피, 는 늘 그랬듯이 그의 역할이니까 아무렇지 않게 부탁해. 오년간 그래왔던 것 처럼. 

 

사람은 제 안경으로밖에 세상을 볼 줄 몰라서 나는 이 영화가 그렇게 보였다. 

선한 두 남녀가 만나서, 매우 선한 남자의 엄청난 배려에- 선한 여자는 어느새 악역을 맡게 되었지만 

그 여자 또한 선하기 때문에 그 남자를 이용할 수도 없었고 그에게 화를 낼 수도 없이  

그렇게 시간을 지내다가 어느순간 발견한 자기 모습에. 그 악역을 그만두기 위해 남자를 떠나는 이야기라고. 

 

그 답답함을 알고 있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아팠다. 

비가 계속 내려 어두컴컴한 집안 풍경과. 섬세한 감정. 

간간히 비치는. 처음 그 선함이 빛나기만 했을, 화창한 날씨의 예전시간. 

 

이 감정을. 

이런 남녀의 이야기를. 누가 알고 있었을까. 

어떻게 이해할 수 있었을까, 궁금하다. 

그 치열하도록 답답한 이야기를. 이렇게 잘 묘사하다니

 

이윤기 감독, 여자 정혜. 역시나.  

어떤 사람은 보는 동안 내내 답답해 죽을 뻔 했다고 써놓았는데 

그 지나치리만큼의 섬세함이 사람 마음을 잡는 법이다. 

아는 사람에겐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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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 드럭스 - Love and Other Drug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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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아. 가벼운 달달함을 목적으로 영화를 봤지만.  

설득력 없는 스토리에 나 정말 지루했어;  

앤 헤서웨이는 정말 예뻤고, ㅅㅅ장면이 참 많더라.  

감동요소로 집어넣은 것들에는 별 감흥이 없었음.  

달달함은 어디메로+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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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계절 - Another Yea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0대 후반,   

이기적인 마음은 있었지만,  다른 이를 배려하고 도와주어야 한다는, 착한 마음을 추구하는 "아이"였다, 별 어려운 일 없는.

그러던 평화로운 가운데 어느날 맞닥드린 k의 행동은 순둥이 같은 나에게 충격이자, 배신이었다. 

믿었고,  현명한 아이라 생각해서 닮고 싶었던 친구라 어떻게 그럴 수 있지.. 하며 부정하고 쿨한척 하다가 결국 터뜨리고는 

그녀와의 연락을 끊었다. 다른 면은 유쾌하고 함께하는 것이 즐거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에게 그녀의 행동방식은 이해할 수 없으며 잔인하였기 때문에. 

 아, 사람은 결국 위기가 오면 (그리 큰 위기가 아니라 할지라도. 단지 자신의 이익과 안위에 흔들림이 온다면) 

자기만을 위해 행동할 수 있는 동물이구나.  그래서 그런 것이라고 그 마음의 무서움에 겁이 났던 기억이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에 걸쳐 마음을 괴롭혔던 일이고, 

결국 맞닥드리는 것 보다 피함으로서 그냥 내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 영화는 잔잔함 속에서 내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Mary, It's my family.  

제리가 지키고픈 울타리를 건드렸을 때 메리가 내쳐진 것 처럼.  

톰과 제리의 일상. 그 가운데 끼어들어 마음을 나누고자 하는 메리.  

자기 중심 없어 어쩔 줄 몰라하고 마음대로 되는 게 없는 것 같은 메리도 

자기 자신의 일상을 지키고픈 제리도  

나의 모습 가운데 있어 이해가 간다.  

그리고 인간관계가 결국은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잔인함에 대한 느낌도 한 풀꺾여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도 그렇다. 나도 결국 나 중심이다.  

모두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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