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나 참으로 단조롭게 살고 있다.
마음으로는 그렇지 못해서 한숨을 병인양 달고 살고 있지만.
나는, 절절하다고 하지는 못하겠지만- (사랑은 내가 잘 모르니까 말고) 믿음과 마음을 줬던 것이고
그래서 마음이 자꾸 따꼼따꼼하다.
어려서부터 의연한 나였기에 티내지 않는 것엔 익숙하다.
그래서 겉으로는 말짱하시다.
잠도 잘자고 잘먹고 이것저것 관심도 많고 사람들과도 어울리고. 어쩌면 정말 말짱하시다.
웃어야 웃어지는 것.
내가 먼저 웃어야 마음이 웃는 것.
그 마음으로 살아온 20대. 그 순간부터, 아마.
봄이어선지, 최근2주간 길어진 출퇴근 시간때문인지,
괜스레 눈에 밟히는 연인들 때문인건지
나 자꾸 외롭다. 그가 그립다기 보다 원망스럽다.
돌이킬 자신도 없고 돌이킬 수 없지만, 이런 상황을 만든 그가 원망스럽다.
단지 내 상황이 우리를 힘들게 했고, 그가 같이 견디는것이 힘들어 그랬다면.
아니면 예민해진 내가 그를 힘들게 해서 그래서 그의 마음이 변한 거라면
그건 괜찮다.
내가 노력할 수 있고, 상황이 변하면 마음도 변하고 그래서 노력해서 우리가 좋아지면,
그러면 괜찮으니까. 우리에게는 추억도 믿음도 많다고 생각했으니까, 우리의 시간만큼.
그런데.
미처 상상하지 못한..
여지가 없다.
돌이킬 수 없다.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정말 원망스러워.
왜.왜. 4년의 시간끝에 나에게 이런 기억을 주는 거야.
그리워하고 예쁜 기억으로 남겨두지 못하는 것도 아프고,
내 4년은 어디로 가버린건지, 그간 나이만 먹은 나도 갑작스럽게 두렵고
너는 무슨 마음이었을까 너는 그날 정말정말 진심에서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궁금하고
역시나 나 이럴 줄 알았지만
너는 정리하고 끊는 이 시점까지
나는 남들 앞에서는 의연하고 씩씩하고 밝으면서, 티는 조금도 내지 않으면서
밤에 이렇게 혼자 모니터 앞에 앉아서 정신없이 울면서 글써대는. 이럴 줄 알았어.
나 정말 못나서 변한게 없어.
또 이러고 있어.
혼자 쉼표 마침표 구별 못하고 또 이러고 있어, 정말 못났다.
내가 슬프다고 절절하게 길게 울지도 않고 죽겠다고 악도 안쓰고
그냥 끔뻑끔뻑 있다가 이렇게 뒤늦게 또 이렇게 두어박자 늦게.
이 밤에. 혼자. 아- 못났다.
사람 사이에 대한 믿음. 그건 어디까지인걸까.
변한다는 거, 무섭다.
어디까지 사람을 믿을 수 있는 걸까.
사람 사이를 헤매이는 요즘이지만
무얼 찾아 헤매는지 알 수 없다.
궁금한 것도 많고 원망스러운 것도 많지만
연락해봤자 무얼 해볼 것도 아니고, 새로운 시작은 이미 없고.
목소리를 잊기 위한 시간만 더 길어질 뿐.
소리내지 않고 우는 밤이 언제쯤 끝이 나려나.
새로운 사람하고 만나면 정말 끝이 오나.
덮어두면 끝이 나는 건가, 치유인건가.
너는 어떻게 살고있니. 왠지 잘 살고 있을것 같아. 다른 사람들 눈에는 힘들어 보이면서.
그래서 언제나처럼 의연한 나를 욕먹이면서.
내가 많이 의지했고 기댔지만 연약했던 마음을 숨길 수 없던 너.
그래서 이렇게 끝나지만 그 연약한 마음을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갈 줄은 몰랐어.
오늘까지만 이렇게 궁상맞게 나는 할란다.
내일부터는 너도 그 여자도 찾아보지 않을게.
몇번씩이나 한 결심이지만 이번에는 정말 지켜볼게.
서글픈 새벽이다, 말랑말랑한 마음이 나에게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