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빛 손톱
아사노 아쓰코 지음, 김난주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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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르지만 깊은 사랑

 

 

 

소녀적 감성이 물씬 풍기는 표지에 분홍빛 속지가 상큼한 예쁜 책이라 생각했다. 10대들의 풋풋한 사랑을 그린 연애소설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긴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곤경에 빠진 자신을 구해준 슈코에게 너무나 강렬하게 첫눈에 빠져버리는 루리의 모습을 보고 감이 딱 잡혔다. 아.. 이거 동성애구나.

 


수년전 국내에서도 유행했던 일본의 팬픽이나 야요이 비스무리한 것일까란 생각에 더 보고 앉아있기가 솔직히 불편했다. 필자는 어느덧 그런 문화에 거부감부터 가지는 기성세대가 되어버렸기에.. 그래도 일말의 궁금증과 꽤 술술 잘 읽힌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보았다.

 


우려했던것 만큼 수위가 높지않다. 차라리 남녀간의 사랑보다 플라토닉하고 건전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주인공인 루리와 동식물들과 대화를 하는 미스테리한 소녀 슈코 선배와의 러브라인이 주된 스토리를 형성하고 있고 그 외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꽃집총각 요스케와 나이차가 많이 나는 그의 연인 이혼녀 신코와의 사랑 이야기, 루리의 언니 키라와 삐그덕 거리는 그녀들의 부모님 이야기로 구성되어져 있다. 그 어느 하나 술술 일이 정상적으로 풀리지는 않는 갑갑한 현실의 연속이었다.

 


10대는 그 이름만으로도 질풍노도의 시기라는데 그 어느 상황하나 만만치 않은 형국이니 이 위태한 10대들을 어찌해야 하나. 하지만 그건 필자의 기우에 불과했던것 같다. 하나하나 자신을 둘러싼 껍질을 벗겨내고 진정 서로에게 진실한 모습으로 다가가는 두 소녀의 모습이 인상깊었다.

 


며칠전 잠이 오질 않아 침대에 누워 TV 리모콘을 이리저리 돌리던중 우연하게 한 케이블 채널에서 국내최초로 레즈비언이 커밍아웃하는 프로를 보았더랬다. 배우 정경순씨가 진행하고 대한민국 성적소수자의 아이콘인 홍석천씨가 패널로 나온 프로그램 이었는데 어떤 처녀가 자신이 레즈비언이라며 커밍아웃을 하고 그간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힘들었던 시절의 얘기들을 해나가는 그런 프로였다. 누가 팸이고 누가 부치였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팸은 레즈비언 사이에서 여성의 역할, 부치는 남성의 역할을 뜻한다.) 그 출연자는 인상적인 답변을 남겼다. 누가 남자고 누가 여자인지는 중요하지가 않았다. 우린 한 사람으로서의 서로를 사랑했던 것이다라고.

 


난 그랬던적 과연 있기나 했을까.. 모든 조건을 다 무시하고 심지어는 성별까지도 무시하고 단지 그 '사람'이기에 좋아했던 순수한 사랑의 경험 말이다. 그래서인지 딱히 할 일이 없어도 보고싶어 만나자던 루리의 말이, 추억을 모으는 일 따윈 이제 그만하라고 고이주워 수첩에 끼웠던 꽃잎을 날려버리며 대신 자신의 손을 내밀던 슈코의 행동이.. 그리고 손잡기전 땀을 말리는 슈코를 향해 '땀에 젖어있든 말라있든 선배손이니까 난 좋아' 그런 루리의 모습이.. 그런것들이 묵직하게 가슴을 울렸다.

 


동물과 소통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십분발휘하여 수의학과에 진학하는 슈코, 그리고 세상의 헛된 소문에 시달리며 부모의 이혼위기등 힘들었던 시절에 순수한 사랑으로 아픔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승화시킨 루리의 모습은 필자로 하여금 우리 여동생들 행여나 나쁜길로 빠지지나 않을까 걱정스런 큰오빠의 시선을 거두고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였다.

 

 

우리와 다르지만 더 깊은 그녀들의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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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나 존스의 탐험수첩 - 고대의 신비와 유물을 수호하라
데니스 키어넌.조지프 다그네스 지음, 이상구 옮김 / 보누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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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장님 잃어버린 성배를 찾아오겠습니다

 

 

 

최근에 인디아나 존스 그 네번째 이야기가 공개되었다. 공사가 다망하여 필자는 아직 보지 못했으나 보고 온 직장동료들에 의하면 이제 환갑이 지난 헤리슨 포드 인지라 슬슬 힘에 부친다 그러더라만 그 옛날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보았던 인디아나 존스의 모습은 본인을 얼마나 설레이게 했던가! 뛰어난 상황판단력, 넘치는 재치,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여유.. 진귀한 이국의 모습과 문화, 초자연적인 현상의 퍼레이드.. 영화란 '꿈의 공장'이란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던 그 인디아나 존스가 아니었던가!

 


그런 연유로 필자는 이 책이 그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이야기를 책으로 옮긴 것인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황당하게도 내용은 채찍을 쓰는 방법, 비행기를 운전하는 법, 코끼리에 올라타는 법, 상형문자를 해독하는 법 등등 실질적인 모험에 관한 가이드북 이었다. 순간 들었던 생각이 '이게 뭐야.. 애들 장난하는것도 아니고.. 실제로 이런걸 실습할 일이 있다고 생각해?' 였었다.

 


항상 그런 순간이면 스스로에게 흠칫 놀라곤 한다. 나이가 들수록 강하게 드는 생각은 바로 점차 희미해져만 가는 '동심에의 부재'가 아니었나 싶었기에 말이다. 우리가 '꿈나무'였을 그 무렵.. 극장문을 나서며 수없이 따라해보던 것들. 밥상머리 앞에서 숟가락을 언월도 삼아 휘두르곤 하던 시절. 이젠 낡아버린 흑백영화의 필름처럼 아스라히 떠오르는 그 시절의 단상들.

 


최근 미얀마와 중국 쓰촨성의 안타까운 상황들을 접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었다. 우리라고 저런 초자연적인 재해에 안전하리란 보장이 없지않겠냐하는.. 그때가 되면 그런 위기의 순간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지를 발휘해야 하지 않겠나 싶었다. 무너진 학교 담벼락을 막아내며 학생들을 구했다던 어떤 선생님처럼.. 인디아나 존스처럼..

 


그렇게 8시출근 5시퇴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 아닌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며 용감하게 모험을 떠나는 어린 탐험가의 모습으로 돌아가 덮었던 책장을 다시 펼쳐들게 되었다. 탐험을 떠나기에 앞서 가장 기본적인 계획 수립과 탐험가방을 꾸리는 법에 관한 이야기로 그 첫시작을 하고있다. 앞서 거론했던 채찍을 사용하는법도 친절하게 그림으로 설명되어져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채찍이 없어서 집에서 실습은 할 수 없었다. 가까운 성인용품점에 가서 채찍을 하나 사오려다가 그 뒷처리가 난감해서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더랬다. 여전히 궁금한점은 휴대폰과 디지털 카메라는 그 모험의 순간에 과연 어떻게 충전을 할까라는 점이었다. 정녕 영화라서 모든것이 가능했던 것일까..

 


제2장은 이동수단에 관한 것들이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중 가장 기억에 남는것이 2편이었고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바로 탄광내에서의 광차를 타고 내달리던 장면이었다. 무게중심을 이용한 그 광차의 조종법까지도 설명이 되어있다. 그 외 기차위에서 칸과 칸을 뛰어넘을때는 진행방향의 역방향으로 뛰어서 칸과 칸사이의 거리를 좁혀라는 상당히 역학적인 설명도 하고있다. 차량 추격전에서 응용할 수 있는 J턴등을 실제로 강남대로에서 응용해 본다면 당신은 이미 차선위반 벌점 30점에 과태료 6만원..

 


3장은 사교에 관한 기술편이다. 각국의 전통에 물흐르듯 자연스레 편입하여 '튀지말것'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음식편에서는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라 개인적으로 감흥이 깊었다. 실제로 그 시절 원숭이 골요리, 눈알 수프의 충격은 필자에게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며칠간 밥을 제대로 못 먹었을 정도이니. 그래서인지 아직까지도 내장류의 음식을 난 못먹는다. 다음에 이어지는 4장은 모험에서 만나는 각종 동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말타는법은 기본에 코끼리 올라타는 법까지도 있다. 이건 해외 여행시 꽤 유용할듯 싶다. 암튼 필자는 덕분에 코끼리 탑승스킬을 연마하게 되었다.

 


그 외 나머지 챕터들에서는 유적지 발굴법과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처하는 법등의 설명이 이어지고 있다. 유적지 발굴법은 워낙에 영화 장면장면마다 숱하게 봐 온 것들이라 그 느낌이 팍팍 와닿는다 쳐도 솔직히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처하는 법은 넌센스란 생각이 강하게 드는 챕터이다. 특히 핵폭발에서 살아남는 법 중 '방사능에 노출되었다면, 지체없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라'는 문장은 '세상에서 가장재미있는 세계지도'를 보고 떠올랐던 그 느낌. 즉 '지금 사시는 대림동이 어디인가요'란 나의 질문에 '대림역 근처요'라고 대답했던 안정숙 과장의 대답과 별반 차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어찌되었든 이제 인디아나 존스처럼 거창하게 모험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느낌이 든다. 어떠한 위기 상황에서도 슬기롭게 그 난국을 극복할 수 있는 의욕이 마구마구 생기는 순간이다. 비루하고 답답한 일상에 찌들기 전에 당장 휴가를 내고 떠나야겠다. 보통 건강상의 이유나 경조사가 아니면 휴가신청서에 쓰는 사유가 바로 '개인사유' 이다. 근데 이건 개인사유라고 하기엔 좀 판이 커질듯 싶다. 부장님이 왜 휴가냈냐고 물으면 난 이렇게 대답하리라.

 


'부장님.. 잃어버린 성배를 찾아오겠습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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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빙화] 서평단 알림
로빙화 카르페디엠 2
중자오정 지음, 김은신 옮김 / 양철북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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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 서평단 참가 도서입니다.

 

 

반짝이는 눈물은 로빙화

 

 

 

아주 오래전인 고교시절에 이 이야기를 영화로 보았더랬다. 어릴적 아역배우 리키 슈로더가 나왔던 '챔프'란 영화를 보고서 펑펑 울었던 적이 있다. 머리가 좀 더 굵어졌을 때 '사나이는 태어나서 세번운다' 따위의 말에 세뇌되어 갈때 난 더이상 감정을 나타내는 법이 없었다. 더군다나 그런면에서 표현 못하기로는 전국 최고인 경상도 사나이 아니었던가. 그런 내게 실로 오랜만에 가슴이 먹먹해지고 목이 메일만큼 슬픔을 느끼게 해줬던 영화가 바로 '로빙화'였다.

 


세월이 세월인지라 세세하게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시골소년 특유의 새까맣고 천진한 모습의 아명과 어른스러웠던 차매 그 고씨 남매의 캐스팅은 무척이나 절묘했던것 같다. 그리고 들판가득 로빙화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광경과 노을지던 논둑길을 다정히 걸어가며 부르던 그 노래만은 아직까지도 불에 달군 인두로 지진듯 필자의 가슴속에 깊숙히 남아있다.

 


그림을 그리고 싶지만 가난 때문에 그럴 엄두를 못내던 고아명에게 곽운천 선생의 등장은 희망 그 자체였다. 마티스 삘 나는 꼬마의 그림을 보고 일찌감치 아명의 천재성을 감지한 곽선생은 물심양면으로 아명이 그림에 정진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 하지만 가난을 운명이라 여기며 살아가는 아명의 아버지에겐 그깟 그림 실력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애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차밭을 망치고 있는 벌레들 잡는일을 시키고 싶어할 정도였으니..

 


그리고 아명의 반에는 부유한 환경에서 양질의 사교육을 받고 남 부러울것 없이 성장한 반장인 임지홍이 있었다. 그는 곽선생이 짝사랑하던 임설분 선생의 친동생이기도 했는데 미술대회 학교 대표를 선발하는 과정에 있어 곽선생은 사사로운 연애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을 가지고 고아명을 추천한다. 제도권 교육의 산물인 임지홍의 그림보다는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해 내는 고아명의 천재성에 더 점수를 주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동네 유지인 임지홍의 아버지 수하인 일련의 무리들의 수작으로 고아명은 대표선발에서 탈락하고 크나 큰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결국 학교는 미술대회에서 유례없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고 마을은 축제 분위기로 흥겨워 했지만 고씨 남매와 곽선생만은 기쁘지가 않았다. 아명이 출전했더라면 분명 금상을 탔겠구나 생각했다던 교장의 마지막 남은 양심의 고백은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그러던 중 곽선생은 학교를 그만두고 마을을 떠나게 된다. 아명의 그림을 세계 어린이 미술 대전에 출품시키며 마지막 희망의 불씨는 남겨두었지만 예술에 대한 사랑과 꿈과 희망의 열정만으로 살아가기엔 돈과 권력이 지배하고 있는 세상은 그리 녹록치가 않았기에..

 


임설분 선생과의 못다한 사랑을 저 밤하늘 별위에 묻어둔채 예술가의 아내가 되고 싶다던 에스라인 옹수자 선생의 적극적인 대쉬도 저 흐르는 강물에 묻어둔채 고씨 남매의 꿈과 희망, 교장의 나약한 고백만을 가슴 깊숙히 간직한채 그는 그렇게 떠난다.

 


어느덧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주적인 신여성으로 거듭난 임설분 선생이 곽선생을 대신해 고아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었지만 고양이가 쥐약을 먹고 쓰러진 날 아명도 급성폐렴으로 구름의 저 편 머나 먼 곳으로 떠나간다. 그리고 그 순간 아명의 그림이 세계 어린이 미술 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잠깐 피었다 지고마는 아름다운 꽃 로빙화. 그렇게 짧은 생을 살다간 어린 천재의 영정앞에 돌아온 곽선생은 눈물을 흘린다.

 


영화처럼 이 책도 참 담담하다. 그래서 더 슬픈건지도 모르겠다. 그 속에는 많은 것들이 있었다. 남매간의 끈끈한 우애, 예술이냐 현실이냐에의 고민, 아름다움의 가치, 사람으로서의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예의,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 들판위에 흐드러지게 피어 난 수많은 로빙화 처럼 그렇게 많이도 있었다.

 


난 알아요 한밤에 별이 노래 한다는 걸
고향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밤 우리 함께 노래불러요
난 알아요 한낮에 바람이 노래 한다는 걸
어린 시절의 매미소리 바람소리에 맞춰 함께 노래불러요
가진게 많을수록 마음은 오히려 황폐해지고
세상의 모든게 변하는걸 알게되는데
젊은 시절은 어느덧 다 가버리고 백발로 변했지만
그때 그 노래만은 변함없이 마음으로 부르고 있어요
하늘 위 별들은 말이 없고 땅위의 소녀는 엄마를 그리네
하늘위의 별은 반짝이고 엄마의 마음은 로빙화
고향 차밭엔 꽃이 만발했지만 엄마와 소녀는 멀리있다네
밤마다 엄마의 말을 생각하며 반짝이는 눈물은 로빙화
반짝이는 눈물은 로빙화

 

- 영화 '로빙화' 주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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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기타오 요시타카 지음, 이정환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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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 답안

 

 

 

이 책을 쓴 기타오 요시타카씨의 이름은 생소하다. 저자 소개를 해보자면 그간 여러 매체를 통하여 우리에게 이미 낯이 익은 재산이 7조로 일본 최고의 부자로 새롭게 등극한 소프트뱅크의 회장인 한국계 손정의 회장의 스카우트를 받고 그 회사의 상무이사를 지낸 사람이라고 한다. 현재는 SBI 홀딩스의 CEO이자 SBI 어린이희망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사회에 좋은일도 많이하는 '돈 잘벌고 돈 제대로 잘 쓰는' 사람 중 한명같다.

 


이 책은 그런 그가 재직중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쉽게 포기하고 쉽게 이직하는 수많은 요즘 젊은이들에게 올바른 직업관을 제시해 주고 일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 보며 인간학 관점에서 일에 대한 그의 생각을 담은 그런 책이라고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겠다.

 


첫번째 장인 '인간은 일을 통해 성장한다'에서는 자신의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해 일을 하며 그렇게 축적한 부를 토대로 은퇴 후의 편안한 삶에 중점을 두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직업관과 '일' 자체를 천명에 따라 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하늘에 봉사하는 것으로 여겼던 전통적인 동양 사상의 비교를 통하여 그런 천직으로서의 직업관에 대해 잘 설명되어져 있다. 솔직히 요즘은 우리나라나 일본을 비롯한 동양권에서도 서구의 그것과 비슷한 행태를 보여가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두번째 장 이상으로 넘어가면 갑자기 판이 커져버린 느낌이 든다. 이젠 '일'이란 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까를 한참 뛰어넘은 인생을 올바르게 살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로 확대된다. 이 책의 저자는 가장 중요한 그 첫번째 요소로 바로 '고전읽기를 통한 자득'을 손꼽았다. 책을 밥보다 좋아하는 사람 중 1인이라 스스로 생각하는 필자로서는 상당히 반가운 대목이었다. 저자가 가지고 있는 직업관을 비롯하여 인생관, 생사관 등 삶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그 고전이 미친 영향은 실로 막대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책 곳곳에서 수도없이 많이 발견하게 된다. 공자니 맹자니 역경이니 수 세기를 거쳐 온 그 옛날문장들이 심할 정도로 많이 언급되는데 그것들이 주는 진중한 가르침들은 지금에 와서 봐도 그 느낌이 새롭다. 하나하나 찬찬히 곱씹어 보면 그 맛이 고소하다.

 


제목과는 별반 상관없어 보이는 그런 고전 독법에 관한 이야기들을 비롯하여 그 외 인생 전반에 걸친 여러가지 얘기들을 전해주고 있는데 간략하게 요약해보면 소명의식을 가지고 시간을 아껴쓰며 건강관리 잘하고 고전을 많이 읽어라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언뜻봐도 인생에 관한 참 '모범 답안'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그런 연유로 이 책은 이제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한 20대 초중반 사회 초년병 들에겐 참 고리타분하고 신선함이 떨어지는 재미없는 책이 될 공산이 크다. 천명이니 운과 기와 같은 이야기들도 그저 막연하게만 다가갈것도 같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좀 아쉽게 생각했던 부분이 이런 부분들이다. 제목과 동떨어진 구성방식도 약간은 불만스럽다. 하지만 '일'이란것에 대해 진지하게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점에서는 어느정도 만족하는 편이다.

 


책을 펼치기에 앞서 스스로 자문해 보았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가하고 말이다. 나의 대답은 '대출 원리금을 갚기 위해서'였다. 책 중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의 세 가지 대처법'의 표현처럼 일 이외의 것에서 즐거움을 얻는 취미생활에 더욱 더 몰두하고 있는 요즘이다. 내게도 분명 아침에 눈을 뜨면 출근할 직장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빨리 회사엘 가고싶어 미칠것만 같았던 그런 '일이 참 재미있던' 시절이 있었는데 말이다.

 


그런 초심으로 돌아가 인생은 생각보다 짧으니 천명을 다하며 살아가는 마음가짐을 가져야할 시점인가 보다. 그리고 고전 열심히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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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는 총 24권의 책을 보았고 26편의 서평을 썼습니다.

 

그중에 만화책이 무려 네권이라 민망합니다..

 

ㅎㅎ;;

 

황금연휴가 두차례나 있던 5월 이었는데도 휴일 별로 없는 달이랑 비교해보면 독서량은 항상 비슷한것 같습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시간의 문제가 아닌 습관의 문제인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머릿속이 복잡스러운 문제가 많았던 한달이라 만화책을 비롯하여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책들 위주로 본 것 같아 약간은 아쉬운 한달 이었습니다..

 

즐거운 독서들 하세요~

 

* 빨간색은 개인적으로 재밌게 본 책들입니다.

 

 

 

1. 위험한 마음 - 호우원용 ( 5.1 )

 

2. 중얼중얼 - 신천희 ( 5.2 )

 

3.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 신달자 ( 5.3 )

 

4. 나폴레옹 놀이 - 크리스토프 하인 ( 5.4 )

 

5. 막스 티볼리의 고백 - 앤드루 숀 그리어 ( 5.5 )

 

6. 슈샨보이 - 아사다 지로 ( 5.6 )

 

7. 의사 생태도감 - 이노우에 히로노부 ( 5.9 )

 

8. 렘브란트의 유령 - 폴 크리스토퍼 ( 5.10 )

 

9. 공부도둑 - 장회익 ( 5.11 )

 

10. 만화 유쾌한 심리학 1 - 박지영, 배영헌 ( 5.12 )

 

11. 조영구의 맨발의 재테크 - 조영구 ( 5.12 )

 

12. 80만원으로 세계여행 - 정상근 ( 5.13 )

 

13. 마음의 소리 3 - 조 석 ( 5.15 )

 

14. 스타벅스에서는 그란데를 사라 - 요시모토 요시오 ( 5.16 )

 

15. 골방환상곡 - 박종원, 심윤수 ( 5.17 )

 

16.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 이호준 ( 5.18 )

 

17. 두 사람이 있었다 - 김종선 ( 5.19 )

 

18. 아르마니 패션 제국 - 레나타 몰로 ( 5.24 )

 

19. 젊음의 탄생 - 이어령 ( 5.25 )

 

20. 유럽여행 가서 빼먹지 말아야 할 52가지 - 손봉기 ( 5.26 )

 

21. B형 자기설명서 - 쟈메 쟈메 ( 5.27 )

 

22. 한 줌의 미래 - 호시 신이치 ( 5.28 )

 

23. 지구씨 안녕 - 호시 신이치 ( 5.29 )

 

24. 죽는 남자 1 - 이 림 ( 5.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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