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 - 이철환 산문집
이철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오늘 회사에서 직급별 간담회를 하였다..

 

업무가 바빠서 참석을 못한 전 짝꿍 위수진 대리를 부를때 항상 즐겨쓰는 표현이 있다..

 

'맑고 고운' 수진씨..

 

남들 보기엔 장난스럽게 놀리는듯 보이겠지만..

 

실제로 위대리는 맑고 곱고 게다가 꽤 착한편에 속하기까지 한다..

 

대구 촌놈이 서울 온지 3년간..

 

워낙에 제 멋대로고 거짓말 잘하고 뒷통수나 치는..

 

그런 서울 깍쟁이들만 만나봐서 그런지는 몰라도..

 

 

 

 

어느 주말 이었던가..

 

사무실에 남아서 일하고 있는 날 위해 먹다 남은 빵을 주고 퇴근하던..

 

맑고 고운 수진씨..

 

내겐..

 

빵 주면 다 착한 사람이다..

 

 

 

 


그런 '맑고 고운' 사람이 또 있다..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거란 믿음을 가지고 있는 이철환 작가..

 

 

부모님께 효도하고..

 

가족들을 사랑하며..

 

책갈피 속 진달래 꽃잎에게 조차도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자연을 아끼는 사람..

 

 

이 각박하고 더럽고 얍삽한 새끼들이 난무하는 이 세상에..

 

저런 사람이 존재한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무려 360만부의 판매고를 올리고 초 밀리언 셀러가 된 연탄길 시리즈의 저자..

 

당시에 그는..

 

지독한 이명에 시달리며 우울증과 투병 중이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이 세상의 사랑으로 상처를 극복하고..

 

책 수익금으로 '연탄길 나눔터 기금'을 만들어 그늘진 곳에 있는 이들을 후원하고..

 

북한산 아래 숲속에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며..

 

아내와 두 딸과 잣나무, 제비꽃, 딱따구리, 소쩍새, 무당벌레들과 함께 살고 있다..

 

 

 

'반성한다는 것은 상처에게 길을 묻는 것이다.

 

상처는 눈물이 되기도 하고 길이 되기도 한다.

 

진실 앞에서 눈을 감을 때마다

 

등짝을 후려치는 꽃다발이 되기도 한다.'

 

 

 

 

 


반성문..

 

우린 반성문을 써 본지가 언제였을까..

 

아니..

 

반성조차 해본지가 언제였을까..

 

 

 

항상 남의 탓으로 돌리고..

 

사회의 제도적 모순에 불만만 가지는 우리들..

 

 

 

이제 어린시절 그 때 그랬던 것처럼..

 

반성 좀 하면서 살면 좋겠다..

 

 

 

참 얇은 책이지만..

 

좋은책 만난것 같다..

 

 

 

 

- 추천의 글

 


이금희 (방송인)

 

 


남보다 깊은 눈물샘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군가 슬쩍 마음만 건드려도 어느새 두 눈 가득 이슬이 맺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남보다 예민한 통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입술을 앙다물고 신음소리를 죽이고 있더라도 그 사람의 아픔을 함께 느낄 줄 아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철환의 글을 읽으면서 생각했습니다.

 

그가 바로 그런 사람일 거라고.

 


(중 략)

 


집 근처 산을 오를 때면 길을 잃고 나와 있는 달팽이를 숲길로 돌려보내준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는 속으로 기원했답니다.

 

'이렇게 좋은일을 하니 우리 아이들 좀 잘 되게 해주세요.'

 

그러다 어느 날 달팽이에게 미안해졌다고 했습니다.

 

'달팽이야, 미안해. 다음부터는 너를 위해 빌어줄게.'

 


(중 략)

 

 


학교 다닐 때 몇 번 써본 뒤로는 단어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던 반성문.

 

어른이 된 후에 더 필요할 것 같은 반성문.

 

그런데 그는 지금 그 반성문을 써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얼마나 다행인지요.

 

그의 반성문을 동경삼아 우리 자신을 비추어 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우리가 알게 모르게 저지르는 잘못들을 대신 미안해 하고

 

먼저 아파해주고 있으니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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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유 - Everyone Says
이미나 지음 / 갤리온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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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의 개인적 감성은 이도우씨의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에서 언급했기에 생략한다..

'그 남자 그 여자'로 200만부의 판매고를 올린 'FM 음악도시'의 작가 이미나씨의 로맨스 소설 내지는 사랑 에세이이다..

 

개인적인 견해론 단지 사랑에 관한 이론서(?)로서는 이도우씨의 그것보단 이 책이 더 나아보인다..

 

특히나 각 씬마다의 '독백'은 꽤나 볼 만하다 여겨진다..

보편적으로 사랑이란 감정은..

마음 속 말하지 못한 독백으로 있을때..

더 애절하고..

더 진실한 것인가 보다..

 

어젯밤 늦은 저녁을 먹으러 동네 설렁탕집으로 향했다..

주말마다 혼자 사먹는 식사는 언제나 설렁탕이다..

이젠 설렁탕이란 이름만 들어도..

서글픈 감정부터 앞서곤 한다..

 

설렁탕의 본질은..

그 이름만큼 썰렁함이 아닌..

고독한 서글픔이었나 보다..

 

비가 내렸던 하루라..

돌아오는 길 갑작스런 소나기에 대비해 우산을 가지고 나갔더랬다..

끝내 비는 다시 오지 않았지만..

 

갑작스런 소나기처럼..

어느날 갑자기..

내게도 사랑이 다시 온다면..

난 무엇을 준비하고 있어야할까..

두둑한 현금..

새딱하고 넓은 집..

좋은 자동차..

 

아니..

그냥 내 마음속에..

그 사랑을 받아들일..

작은 공간..

작은 여유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란..

설렁탕 만큼이나 서글픈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요즘애들이 어떤 애들인데..

훗..

 

 

- 책속으로..


# scene 43

 

승민 독백 (동욱을 사랑한 남자 -_-)


처음으로, 너의 전화를 일부러 받지 않았다.

나도 한 번쯤은 그래 보고 싶었다.

괴물과 사투를 벌이듯 전화를 받고 싶은 마음과 열심히 싸워

나는 간신히 음울한 진동 소리를 견뎌 냈다.

그 힘겨운 승리로 내게 남은 것은 너의 이름 뒤에 찍힌 부재중 표시.

그리고 잠시 후 덤으로 받은 너의 문자 메시지.


너 지금 어딨냐, 네가 물었다.

네가 없는 곳에, 대답하려다 참았다.

 

(중 략)

 

.. 네 마음속에, 라고 대답하면 너는 많이 비웃으려나.


(또 중략)


봄이 오는 게 싫어서 눈을 더 꼭 감아 버린다.

봄이 오면 세상은 또 얼마나 화사해질까.

복어회처럼 얇고 하얀 벚꽃이 피어날 텐데..

바람이 불어 벚꽃 잎이 하늘하늘 떨어지면

여학생들은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겠지.

길 가던 개들도 하늘을 바라보며 컹, 하고 짖을 테고

시장에 가던 아주머니들도 장바구니를 든 채

봄 햇살이 좋아 하하호호 웃겠지.

나란히 외출 나온 노부부도 있겠지.

할머니 하얀 머리 위로 떨어진 벚꽃 잎을

할아버지는 주름진 손으로 떼어 내며 말하겠지.

"할망구, 주책맞게 뭘 이런 걸 붙이고 다녀."

그러고는 마주 보고 웃겠지.


나만 여전히 웃지 못하겠지.

따스하게 다가올 봄 햇살과 연둣빛 새싹과 흐드러질 벚꽃 잎,

내가 만드는 음식과 내가 꿈꾸는 행복..

그 모든 걸 주고 싶은 사람이

아직도 너밖에 없다는 사실 때문에.


(자꾸 중략)


남의 나라 시인은 그렇게 말했다지.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고.

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언제나 먼저 전화를 끊는 너를 보며

언제나 먼저 등을 보이는 너를 보며

내 마음에 무수히 남은 상처는

이미 나를 이렇게나 지치게 만들었는데.


그저 봄이 천천히 오기를 소원한다.

가슴이 울렁거려 잠도 들 수 없는 봄밤 같은 것,

창문을 열면 비행기를 탄 듯 아득할 봄밤 같은 것,

그런 눈부신 것들은, 내년 봄에나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너를 좋아하지 않고 싶다는 소원만큼이나

부질없는 바람이겠지만..

 


# scene 49


동욱 독백 (오랫동안 동희를 짝사랑한 남자)

 

착한 그녀는 나에게 미안해서, 나에게 잘하고 싶어서 동동거립니다.

아니라는 말 대신 모르겠다고만 말합니다.

그래서 나도 모른 척하며 그녀를 일단 붙잡아 보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녀, 그 후론 내가 나오라 하면

예전보다 더 선뜻 나오곤 합니다.

그런데.. 불편함을 참겠다는 약속을 지키느라 나와서 앉아 있기는 한데

내가 무슨 말을 하면 한 박자씩 늦게 대답하고, 가끔은 내 말을 못 듣고,

어딜 갔나 해서 쳐다보면 몸은 내 옆에 있는데 표정은 텅 비어 있고,

눈동자에는 구름 같은 것이 잔뜩 어려 있고..

그런 사람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자기도 애쓰고 있는데, 거기다대고 네 마음은 왜 여기까지 오지 못하냐고

그렇게 화내면 안 되잖아요.

나는 나를 불편해하는 그녀를 더 이상 괴롭히고 싶지 않아서

며칠 동안 고향집에 머물기로 했습니다.


(중 략)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해바라기 가득한 화면 속에서 사랑을 속삭이고

나는 그걸 보며 또 생각합니다.

그녀에게 해바라기를 보여 주고 싶다고.

어쩌면 당분간, 어쩌면 영영, 나를 받아 주지 못할 그녀지만

그래도 저렇게 파란 하늘과 노란 해바라기를 그녀에게 보여 주고 싶다고.


그런 생각에 빠져 있을 즈음, 어머니가 내게로 고개를 돌리며 그러십니다.

"너도 나이 먹는구나? 남자들도 나이 먹으면 드라마를 그렇게 본다더니,

우리 아들, 생전 안 보던 드라마를 다 보네."

그렇게 말하는 어머니의 얼굴이, 친구를 만난 듯 너무도 반가워 보여

나는 차마 드라마가 아니라 해바라기만을 보고 있었노라고

말하지는 못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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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 개정판
이도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공교롭게도 최근 일주일간 본 책중에서 세권이 사랑에 관한 책이었다..

 

작가들의 연애편지 , Everyone says I love you , 그리고 이 책..

 

그중 이미나씨의 아이 러브 유와 이도우씨의 이 책은..

 

로맨스만을 지향하는 로맨스 소설이라..

 

두분다 라디오 작가 출신이라고 하니..

 

그것도 우연이라면 우연이랄까..

 

 

 

필자가 거의 보지 않는 책이 있다면..

 

무협지와 판타지 소설과 바로 이런 로맨스 소설인데..

 

뭐 크게 고상한 이유가 있었던것은 아니고..

 

 

 

사랑이란..

 

'머리로 하는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것이다' 란..

 

그런 사랑관의 소유자이기 때문인듯 하다..

 

 

 

그래서 이런 '잔잔한' 사랑 이야기를 보고 있자면..

 

속에서 열불이 나서..

 

-_-

 

아니 저걸 왜 말 못해 끙끙거리지..

 

그러면서 주인공 대신 화딱지가 나기도 한다..

 

 

 

항상 용감하게 잘 들이대고..

 

죽이되든 밥이되든 일단 저질러 놓고보는..

 

그런 불나방같은 필자에게도..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런 시절..

 

아스라히..

 

있었던듯도 했을까..

 

 

 

아니면..

 

처음 사랑이란걸 알고..

 

20년 가까이 세월이 흘러..

 

이젠 그 조차도 뻔뻔스러워진 것일까..

 

 

 

 

이도우씨는 이렇게 말한다..

 

'30대 초중반. 적당히 쓸쓸하고 마음 한 자락 조용히 접어버린 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천천히, 조금 느리게 그리고 싶었습니다.

인물마다 약점과 단점도 많았지만, 하루하루 평범한 일상 속에서 그들의 감정이 흘러가는 길을 크게 상관 안 하고 따라가보고 싶었습니다. 흔해 빠진 것이 사랑이고, 어쩔 땐 그 사랑이란 게 참 부질없어서 환멸이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사랑해 보기로 하는 것'이 사서함에서 그리고 싶었던 사랑법이었습니다.'

 

 

이 소중한 주말에..

 

왜 난 이런 남의 사랑 이야기를 보고 앉아있어야 하냐는..

 

의문도 들었지만..

 

 

 

어린시절 누나랑 여동생이 빌려와서 한번씩 보곤했던..

 

하이틴 로맨스류의 로맨스 소설보단..

 

약간은 더 와닿는 사랑 이야기라 생각되어진다..

 

지금..

 

조심스럽게 사랑을 시작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입맛에 맞을듯 하다..

 

 

반면..

 

나같은 불나방과들은 432 페이지를 각오하시고.. -_-

 

 

 

연달아 로맨스 소설을 두 권 본 이유에..

 

그건 아마 가을이었기 때문이었을꺼야라는 대답은..

 

궁색하겠지..

 

아마..

 

 

 

책장을 덮고..

 

나도 연애를..

 

사랑을 하고 싶다 생각이 들면..

 

그건 로맨스 소설로서의 최대의 성공이라 한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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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제 7 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1996년의 가을이었다..

난 스물 셋이었고..

상병 정기휴가를 나왔더랬다..

당시 대학 신입생이던 친여동생은..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느라 혼자 자취를 하고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우수한 인간들만 들어간다던 동생의 학교를 구경하고..

둘이서 맥주를 마시고 노래방을 가고..

동생의 자취방에서 와인을 나눠 마시고 잠자리에 누웠다..

그 때..

뜬금없이 동생은 내게 물었다..

 

'오빠는 사랑의 조건이 뭐라고 생각해..?'

 

매일 같이 TV를 보며 연예인에 관한 시시껄렁한 농담만 주고받던 우리 남매의 대화의 전력에 비추어볼 때..

그런 진지한 대화가 무척이나 낯설긴 했지만..

맥주탓이었는지..

와인탓이었는지..

 

난..

 

'사랑의 조건은 이해가 아닐까..' 란

 

멋드러진 대답을 했던것 같다..

 

 

 

 

요즘은 바쁘다..

다른 프로젝트에 비해 일이 바쁜건 아닌데..

그냥 마음이 바쁘다..

아니 바쁘다고 생각해야지 다른 생각이 안 들거라는..

그런 강박관념탓일게다..

 

 


그러다 보니..

즐겨쓰던 독후감도..

인터넷에서 퍼다 나르는게 요즘의 행태인데..

방금 이 책의 책장을 덮고..

아..

이건 내가 써야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난 항상 서너권의 책을 한꺼번에 읽곤 한다..

화장실에서..

출퇴근길 버스안에서..

사람이나 밥을 기다리면서..

집으로 돌아와 침대나 의자에 걸터앉아 제대로 자세를 잡으면서..

 


화장실에는 아직도 '지식e'가 놓여있으며..

가방속에는 두권의 책이 있고..

출퇴근길 버스안에서는 '오만과 편견'을..

약속을 기다릴때는 '성학십도'를..

보고있던 중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펼친 순간부터..

이틀내내 모든 장소와 모든 시간에..

이 책만을 보며..

나름대로 정한 독서의 규칙을 깨버리게 만들었다..

 

 

그만큼 푹 빠져..

길가는 모르는 사람이라도 붙잡고..

한번 읽어보세요..

아마 지금보다 조금쯤은..

마음이 따뜻해질거예요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던 책..

 

 

 


참 이상하기도하지..

 

제일 많이보고..

제일 좋아하는 책들이..

이런 성장소설인데..

주인공이 여러가지 사건들을 겪고..

그 치열한 성장통을 겪고..

결국엔 한 층 더 커버리고..

세상은 그래도 아름답다라는 결론을 모두다가 전해주는 식인데..

그런데도..

항상 이렇게..

이런 글을 볼 때면..

 

난..

 

매번..

 

그렇게 아리기만 하는건지..

 

 

 

 


주인공 한동구의 집은 인왕산 자락에 있다..

청와대와 중앙청이 가까운 곳이라..

시대의 시끄러움을 벗어나진 못한다..

그리고 그 곳엔..

그 동네와는 어울리지 않을것 같은..

어떤 사장님의 3층 저택이 있고..

그 저택에는..

동구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인..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

황금빛 곤줄박이와 함께..

 


동구는 4대 독자지만..

그 귀한 '고추' 대접은 받지 못한다..

 

왜..?

덜 떨어졌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3학년인데도 글자를 읽고 쓰기에 어려움을 느끼고..

항상 욕을 입에달고 며느리 갈구기에 여념이 없는 할머니와..

그런 냉대에 항상 침묵으로 일관하며 가슴이 숯검댕이가 되어버린 어머니..

그 사이에 끼어 눈치를 보며 폭력까지 행사하는 아버지..

참 동구네 집은..

깝깝함의 결정판이었다..

 


그러다가..

동구에게..

늦둥이 여동생이 생기게 되었다..

 

할머니가 지어오신 이름은..

'한복자'였다..

 

여동생의 이름은..

적어도 미연이나 희정이 정도는 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던 동구에게..

이 무슨 마른 하늘에 날벼락같은 상황인가..

그리하여..

결국 그 여동생은 '영주'라는 예쁜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가족들 서로간에..

어떠한 애정 표현도 해 본 적이 없는 동구네에..

영주는 항상 먼저 팔을 벌려 안기고..

돼지막창같은 그 조그마한 입술로..

앙증맞게 볼에 뽀뽀를 '쪽' 해주는..

동구네의 삶의 활력소였다..

 


게다가 세살때 이미 스스로 TV랑 신문을 보며 글자 읽기를 마스터 해버린 영재라니..

 

그래도 동구는 그런 동생을 질투하기는 커녕..

선생님 선물로 엄마가 카스테라를 만들던 계란반죽에..

영주가 석고가루를 뿌려넣자..

엄마가 돌아왔을때..

그 계란반죽통을 뒤엎어버려..

대신 엉덩이를 맞았던..

 

세상에서 가장 '착한' 어린이였다..

 


이제 동구네 가정에도 웃음꽃이 피는것인가..

 

항상 바보라고 놀림받던 동구에게도..

난독(難讀)증이 있음을 알아차리고..

방과 후 한시간씩 시간을 내어 주시던..

 

박영은 선생님..

 


박 선생님과의 만남으로..

동구에게는 이제..

삶의 희망이 생겼다..

 

 

하지만 이 소설의 시대 배경인..

77년부터 81년까진..

우리 모두에게..

난독(難讀)의 시대가 아니었을까..

 

 

그런 연유로 동구가 사랑하던 이들은..

하나 둘 동구곁을 떠나가고..

동구가 노루너미로 갈 생각을 굳힐때 즈음..

 

동구는 그 사람들을 진정 '이해' 하는..

사랑을 배우며..

그렇게 한 층 더 자라나게 된다..

 

 

 


동구의 삶을 지켜준 주변 '어른'들은 참 어른스러웠다고 보여졌다..

 

박영은 선생님은 물론 이거니와..

주리 삼촌.. 동구의 엄마까지도..

그러한 모든것이..

덜 떨어진 한동구가..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떠나면서도..

세상을 아름답고 희망차게 볼 수 있었던..

그 이유가 아닐까 싶다..

 

새삼..

나도 좋은 '어른'이 되야지란 다짐을 했을 정도로..

 

 


작가 심윤경씨는..

수상당시 신인 이었다고는 하나..

글을 참 '아름답고 예쁘게' 쓰는 재주를 지닌듯 하다..

 


'비껴 들어오는 오후 햇빛에 선생님의 볼에 있는 솜덜이 뽀얗게 비쳐 보였다.

우유와 방금 내린 눈송이, 푸르스름한 오이의 속살에 꿀을 더하면 선생님의 피부 빛깔이었다. 반투명한 피부 밑을 흐르는 푸른 혈관은 얕은 바닷속의 싱싱한 해초 같았다.'   (P.94)

 

 

'선생님이 손을 흔들며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눈썹을 적신 눈물로 시야가 어룽져 모든 것이 또렷하지 않았지만 선생님의 발걸음이 변함없이 경쾌한 것만은 알아볼 수 있었다.

수십억 년의 나이를 먹는 동안 한 번도 누군가를 놓쳐본 적이 없는 늙은 지구였지만, 선생님의 가벼운 발걸음 앞에서는 갑자기 그 집요한 중력도기운을 놓고 마는 모양이었다.

지구가 결국 선생님을 붙들기를 포기하고 손을 놓아버리면 선생님은 미련 없이 날아가버릴 것이다.

나는 선생님이 날아가는 모습을 상상했다. 처음에는 나비처럼 나풀나풀 조금씩 떠오르다가, 날아오르는 일에 조금씩 익숙해진 후에는 허공에 대고 쏘아올린 새총처럼 가뿐하고 시원하게 솟구치는 모습이었다.

여름날, 외갓집 앞의 너른 벌판에서 보았던 종달새가 그렇게 치솟았던가.

버스 안에서 선생님이 손을 흔들었던 것같기도 했지만 이미 날은 어두웠고 버스 꽁무니가 쏟아내는 검은 연기 때문에 앞이 흐려져 박 선생님의 마지막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다.'   (P.228)

 

 

 


난..

 

그렇게 자기 중심적이던 할머니가 못내 서운했으며..

밥상머리에서 동구네 아버지와 어머니가 한바탕 싸울 기세를 보이면..

책장을 쥐고 있던 손가락에서 땀이 베어나오고..

괴로울때면 악다구니를 부리고 아무리 주먹으로 쳐대도..

허허하고 웃으며 받아주는 주리 삼촌같은 어떤 든든한 대상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소주 두잔에 자신의 사랑을 고백해버린 동구의 모습을 보며 덩달아 얼굴이 붉어지고..

 

 


무엇보다..

동구만큼이나..

여신과도 같은..

박영은 선생님의 향기를 흠모했었나 보다..

 

지난밤 꿈에 나온 여인은..

아마도 박 선생님이 아니었을까..

 

 


'동구야, 걱정하지 마. 네가 클 때까지 선생님이 기다려줄게. 남자 친구도 사귀지 않고 결혼도 하지 않고 이대로 기다릴게.

아무 걱정 말고 지금처럼 예쁘게 자라기만 하렴.'

 

 


선생님의 이 귓속말에..

난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얼마나 가슴이 벌렁 거리던지..

 

 


'나의 아름다운 정원'

 


책을보는 동안..

 

 

참..

 

나의..

 

아름다운 이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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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 - 개정판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박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982년 가을이었다..
제 27 회 세계야구선수권대회..

한국과 일본의 경기..

패색이 짙던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김재박의 신기에 가까운 번트와..

한대화의 역전 쓰리런 홈런으로..

그해 우승을 차지하였다..

 


필자가 처음 본 '일본'의 야구였다..

 

그 후..

나고야의 태양 선도렬 감독 마저도 일본 진출을 하기전이던..

1980년대 후반..

중학생이던 필자는 보충수업 시간에 친구들과 월장(학교담을 넘어서 땡땡이 치는 행위)하여..

근처 전자오락실에서 '신야구'에 몰두하곤 했더랬다..

얼마나 열심히 했으면 가방을 홀라당 잃어버리기까지 했었다..

 

그것이 다시 일본야구와의 조우였다..

막강한 거포들이 즐비하던 T 와 G 팀.. (한신 타이거즈 , 요미우리 자이언츠)

모든면에서 성적표의 '우'정도의 상위권 스팩을 골고루 보여주던 D 팀 (주니치 드래곤즈)

그래픽은 말라깽이 일색이지만 고수가 플레이하면 엄청난 포스를 자랑하던 S 팀 (야쿠르트 스왈로즈)

상대적으로 약체로 보이던 C 팀 , O 팀 , B 팀 등등.. (히로시마 카프, 오릭스 블루웨이브, 요코하마 베이스타즈)

실제로 팀들간의 전력이 어찌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솔직히 일본 야구엔 관심없었으니까..

 

하지만 82년의 세계야구선수권 대회의 그 감동탓이었던지..

일본야구는 내 어린 기억속에..

항상 우리나라 보다는 조금은 더 잘하고..

항상 넘고 싶은 하나의 벽이었던듯 하다..

 


얼마전 야구 월드컵 당시..

망언을 서스럼없이 자행한 이치로 스즈키..

실제로 이치로는 아주 뛰어난 센스를 가진 훌륭한 야구선수이긴 하다..

항상 어느선을 넘지 못하는 코리언 메이져리거에 비해..

꾸준히 메이져리그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는 선수..

천재란 소리가 아깝지않은 타격 센스에..

뛰어난 스피드..

그리고 호수비까지..

그 이치로가 그러하듯..

너무 잘해서 약간 얄미운 느낌이라고나 할까..

 

일본야구는 결론적으로..

개인적인 관점에선 참 재미없는 야구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우아하고 감상적'이지 않고..

째째하고 재미없는 야구인 셈이다..

작전에 의한 소극적인 야구..

 

그리고..

한번씩 보게되는..

관중들의 응원행태..

마스게임을 보는듯한 질서정연한 응원은..

필자가 사랑하던 야구의 그것과는 거리가 한참 멀어보이기 일쑤였다..

 


우리처럼..

술에취해 소리도 좀 지르고..

호식이 두마리 치킨이라도 뜯으면서봐야 제 맛이 날터인데..

 

그나저나..

이놈의 야구얘기는..

시작하면 끝을 볼 줄 모르니..

-_-

 

 

간단하게 책 이야기로 넘어가자..


큰 줄거리는..

야구가 사라진 먼 훗날..

야구를 기억하는 야구광들의 이야기이다..

 

근데..

솔직히 이 책은..

그 무지막지하게 재미있을것 같은 제목과는 달리..

상당히 읽기가 난해한 책이었다..

 

역자의 말대로 우리는..

근대 문학의 어법에 익숙해져 있으니 말이다..

 

 

아니 오히려..

어떻게 거기서 '야구'와 연관을 다 시킬 생각을 할까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최근에 봤던..

박형서의 '자정의 픽션'같은 느낌이랄까..

 

책 중..

불멸의 초등학교 1년생의 900개 야구 시중 713번째..

 


제목 : 중 견 수


나는 39년이나 센터를 지키고

대략 1만 3천개의 센터플라이를 잡아왔어

생각해보니

플라이를 잡을 때 이외엔 하늘을 본 적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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