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러브 유 - Everyone Says
이미나 지음 / 갤리온 / 2007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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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의 개인적 감성은 이도우씨의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에서 언급했기에 생략한다..

'그 남자 그 여자'로 200만부의 판매고를 올린 'FM 음악도시'의 작가 이미나씨의 로맨스 소설 내지는 사랑 에세이이다..

 

개인적인 견해론 단지 사랑에 관한 이론서(?)로서는 이도우씨의 그것보단 이 책이 더 나아보인다..

 

특히나 각 씬마다의 '독백'은 꽤나 볼 만하다 여겨진다..

보편적으로 사랑이란 감정은..

마음 속 말하지 못한 독백으로 있을때..

더 애절하고..

더 진실한 것인가 보다..

 

어젯밤 늦은 저녁을 먹으러 동네 설렁탕집으로 향했다..

주말마다 혼자 사먹는 식사는 언제나 설렁탕이다..

이젠 설렁탕이란 이름만 들어도..

서글픈 감정부터 앞서곤 한다..

 

설렁탕의 본질은..

그 이름만큼 썰렁함이 아닌..

고독한 서글픔이었나 보다..

 

비가 내렸던 하루라..

돌아오는 길 갑작스런 소나기에 대비해 우산을 가지고 나갔더랬다..

끝내 비는 다시 오지 않았지만..

 

갑작스런 소나기처럼..

어느날 갑자기..

내게도 사랑이 다시 온다면..

난 무엇을 준비하고 있어야할까..

두둑한 현금..

새딱하고 넓은 집..

좋은 자동차..

 

아니..

그냥 내 마음속에..

그 사랑을 받아들일..

작은 공간..

작은 여유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란..

설렁탕 만큼이나 서글픈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요즘애들이 어떤 애들인데..

훗..

 

 

- 책속으로..


# scene 43

 

승민 독백 (동욱을 사랑한 남자 -_-)


처음으로, 너의 전화를 일부러 받지 않았다.

나도 한 번쯤은 그래 보고 싶었다.

괴물과 사투를 벌이듯 전화를 받고 싶은 마음과 열심히 싸워

나는 간신히 음울한 진동 소리를 견뎌 냈다.

그 힘겨운 승리로 내게 남은 것은 너의 이름 뒤에 찍힌 부재중 표시.

그리고 잠시 후 덤으로 받은 너의 문자 메시지.


너 지금 어딨냐, 네가 물었다.

네가 없는 곳에, 대답하려다 참았다.

 

(중 략)

 

.. 네 마음속에, 라고 대답하면 너는 많이 비웃으려나.


(또 중략)


봄이 오는 게 싫어서 눈을 더 꼭 감아 버린다.

봄이 오면 세상은 또 얼마나 화사해질까.

복어회처럼 얇고 하얀 벚꽃이 피어날 텐데..

바람이 불어 벚꽃 잎이 하늘하늘 떨어지면

여학생들은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겠지.

길 가던 개들도 하늘을 바라보며 컹, 하고 짖을 테고

시장에 가던 아주머니들도 장바구니를 든 채

봄 햇살이 좋아 하하호호 웃겠지.

나란히 외출 나온 노부부도 있겠지.

할머니 하얀 머리 위로 떨어진 벚꽃 잎을

할아버지는 주름진 손으로 떼어 내며 말하겠지.

"할망구, 주책맞게 뭘 이런 걸 붙이고 다녀."

그러고는 마주 보고 웃겠지.


나만 여전히 웃지 못하겠지.

따스하게 다가올 봄 햇살과 연둣빛 새싹과 흐드러질 벚꽃 잎,

내가 만드는 음식과 내가 꿈꾸는 행복..

그 모든 걸 주고 싶은 사람이

아직도 너밖에 없다는 사실 때문에.


(자꾸 중략)


남의 나라 시인은 그렇게 말했다지.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고.

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언제나 먼저 전화를 끊는 너를 보며

언제나 먼저 등을 보이는 너를 보며

내 마음에 무수히 남은 상처는

이미 나를 이렇게나 지치게 만들었는데.


그저 봄이 천천히 오기를 소원한다.

가슴이 울렁거려 잠도 들 수 없는 봄밤 같은 것,

창문을 열면 비행기를 탄 듯 아득할 봄밤 같은 것,

그런 눈부신 것들은, 내년 봄에나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너를 좋아하지 않고 싶다는 소원만큼이나

부질없는 바람이겠지만..

 


# scene 49


동욱 독백 (오랫동안 동희를 짝사랑한 남자)

 

착한 그녀는 나에게 미안해서, 나에게 잘하고 싶어서 동동거립니다.

아니라는 말 대신 모르겠다고만 말합니다.

그래서 나도 모른 척하며 그녀를 일단 붙잡아 보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녀, 그 후론 내가 나오라 하면

예전보다 더 선뜻 나오곤 합니다.

그런데.. 불편함을 참겠다는 약속을 지키느라 나와서 앉아 있기는 한데

내가 무슨 말을 하면 한 박자씩 늦게 대답하고, 가끔은 내 말을 못 듣고,

어딜 갔나 해서 쳐다보면 몸은 내 옆에 있는데 표정은 텅 비어 있고,

눈동자에는 구름 같은 것이 잔뜩 어려 있고..

그런 사람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자기도 애쓰고 있는데, 거기다대고 네 마음은 왜 여기까지 오지 못하냐고

그렇게 화내면 안 되잖아요.

나는 나를 불편해하는 그녀를 더 이상 괴롭히고 싶지 않아서

며칠 동안 고향집에 머물기로 했습니다.


(중 략)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해바라기 가득한 화면 속에서 사랑을 속삭이고

나는 그걸 보며 또 생각합니다.

그녀에게 해바라기를 보여 주고 싶다고.

어쩌면 당분간, 어쩌면 영영, 나를 받아 주지 못할 그녀지만

그래도 저렇게 파란 하늘과 노란 해바라기를 그녀에게 보여 주고 싶다고.


그런 생각에 빠져 있을 즈음, 어머니가 내게로 고개를 돌리며 그러십니다.

"너도 나이 먹는구나? 남자들도 나이 먹으면 드라마를 그렇게 본다더니,

우리 아들, 생전 안 보던 드라마를 다 보네."

그렇게 말하는 어머니의 얼굴이, 친구를 만난 듯 너무도 반가워 보여

나는 차마 드라마가 아니라 해바라기만을 보고 있었노라고

말하지는 못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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