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에릭 바나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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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문화예술 동호회 2월의 선정 작품..

게이샤의 추억 , 흡혈형사 나도열을 투표에서 물리친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의 '뮌헨'..

1972년 9월 5일..

그날 전 세계는 침묵했다..

1972년 2월 9일..

지금 전 세계는 흥분한다..


그래 흥분했다.. -_-

스필버그 변했다..

앞으로 회사사람들과 영화 보러갈때는 무조건 유쾌하고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하기로 합의봄..

163분 동안..

이념이 무엇인지..

조국이 무엇인지..

휴머니즘이 무엇인지..

평화가 무엇인지..

생각할라면.. 혼자 보는 수 밖에 없을것 같다..

좀 비약적이긴 하지만..

애인이 이 영화를 같이 보자고 한다면 '우리 이제 그만 헤어져'란 뜻이다라는 영화평까지 인터넷에 떠도는걸 보면..



그동안 얼마나 우리가..

쉽게 보고..

쉽게 생각하고..

쉽게 웃을 수 있는..

그런 과장된 유머와 욕설과 폭력과 섹스가 난무하는 영화에 길들여져 왔는지..

새삼 생각나게하는 쓸쓸한 단상..


하지만..

솔직히 본인도 그렇다..

무미건조하고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

영화는 말그대로 영화다워야 한다는게 지론이다..

영화처럼 아름답고.. 영화처럼 특별하게..

그 옛날 스필버그 아저씨는 얼마나 재미나게 모험담을 들려주었던가..

그래서..

그래서..

유대인인 그가 중립적인 입장에서 만들었다는 테러를 향한 평화의 한 줄기 메세지 '뮌헨'을 보고..

그렇게 흥분했나보다..

인디아나 존스처럼 통쾌하게 적을 물리쳐 희열의 떨림도 없이..

탈출하다 큰 맘먹고 뒤돌아서 테러범의 칼을 뺏어 마빡에 꼽아버렸던 그 운동 선수는..

그자리에서 벌집이 되고 말았기에..

인디아나 존스처럼 여유로운 웃음을 지어보이지도 못한채..

그렇게 힘없이 죽어가는게..

현실에서 힘없는 나처럼.. 서글프기만 했다..



난 비록 분단국가에 살고는 있지만..

일제 강점기하에 태어났던 사람도 아니고..

영화속 ETA 요원의 대사처럼..

내가 어찌 돌아갈 나라조차 없다는 사실에 공감하며 눈물을 흘릴 수 있겠는가..

걔가 총을쏘는 트로이의 헥토르에 의해 차가운 바닥에 선혈을 쏟아부으며 죽어갈때 쪼금 안됬다싶긴 하더라마는..

그저.. 이념이란..

아직까지도 이해못할 그런것으로만 여겨질뿐..

악은 악으로 응징하고자 했던 '모사드'의 진실(?)도 달갑지만은 않고..


각자 알아서 생각해라..

결론은 난 재미없었다는거다.. -_-

영화보다.. 영화 끝나고 강주임이랑 남궁주임이랑 함께 마셨던..

종로 어느 후미진 대포집의 막걸리 내음만이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있던 날..


* 보태기 : 동일한 정보원에게 살짝 사기 비스무리한 일을 당한 주인공 팀원들..

같은 집을 소개받은 다른 단체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게 되는데..

처음 맞딱뜨렸을때.. 그들은 말한다.. 총부리를 서로 겨누며..

'난 PLO !!'

'난 ETA !!'

이때 나도 모르게 소리칠뻔했다..

'난 SRU !!'



SRU는 내가 현재 참여하고있는 Project명칭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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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말순씨 (2disc)
박흥식 감독, 문소리 외 출연 / 엔터원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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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연휴때였던가..

역시 하우스코너(집구석)에 구불러 다녀 보게 된 영화.. -_-


5공이 들어서고..

프로야구가 개막되면서 영화는 끝을 맺으니..

필자에게 아스라한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만들었던 그런 이야기..

그때 우리는..

스타크래프트가 없어도..

핸드폰이 없어도..

디지몬이 없어도..

놀이터에서 구슬치기를 하며..

딱지치기를 하며..

얼음땡을 하며..

비가오면 모래를 파서 작은 시냇물을 만들며 마냥 즐거웠고..

50원인가 하던 길거리 오뎅을..

간장에 찍어.. 간장만 빨아먹고..

또 찍어 간장만 빨아먹고.. -_-

그날의 짭쪼롬한이 전해지는듯한 그런 기분으로 보게 되었다..



엄마..

주인공 광호의 엄마는 쪽팔림의 결정체이다..

누구에게나 한번은 있을법한 아줌마로서의 엄마의 모습들..

광호는 그런 엄마가 쪽팔리고 싫었다..

옆방 은숙이 누나와의 사랑에서도 태클이었으며..

동네 바보 재명이형과의 관계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광호는 '엄마 사랑해'란 말을 해본적이 없다..

어느날 행운의 편지를 썼다..

공교롭게도 그 편지를 받은 사람들은 하나둘씩 광호의 곁을 떠나게 된다..

바보 재명이형도.. 은숙이 누나도.. 싸움잘하는 친구도..

그리고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그 '엄마'까지도..

모든이가 광호의 곁을 떠나고 나서야..

마음까지 한결 자라버린 광호는 생각한다..

세월이 지나 망각의 강을 건너 그 지긋지긋하던 현실이 가장 아름다웠던 것임을..

지금 이 글을 쓰고있는 본인또한.. ㅠㅠ


이 영화의 주제는 엄마한테 잘하자가 되겠다.. -_-


유난히도 잊혀지지 않고 어제일처럼 또렷하게 기억나는 내 인생의 장면들이 몇가지가 있다..

언제던가..

제대하던 해.. IMF가 터지고.. 우리 집안또한 어려웠을때..

그때 엄마는 보험영업 비스무리한걸 하셨더랬는데..

학교가는 버스 차창밖으로 엄마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붕어빵으로 점심을 떼우고 계시던 그 모습..



엄마랑 처음 술을 마시고..

술에취해 광호가 처음으로 했던말..

'엄마 사랑해..'

이제 불러보자..

내 아름다운 유년의 추억을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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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오브 조로 - 아웃케이스 없음
마틴 켐벨 감독, 안토니오 반데라스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방구석에 구불러 댕기길래 우연찮게 본 영화..

더이상 별로 할 말 없는 쾌걸 조로 이야기..

플러스..

그의 아내와 그의 아들..

주제는 가정적인 남편.. 좋은 아빠가 되자..

'가족은 내 삶이다..'



* 조로 마누라 엘레나의 일기..


내 남편의 직업은 '조로'입니다..

일만 생기면 밖으로 싸돌아 다니기 일수임다..

박봉에..

아니 월급이나 받고 그러는건지 모르겠군요.. -_-?

당연히 4대보험도 보장 안되구요..

맨날 시커먼거 뒤집어 쓰고 나갑니다..

다행히 자주 세탁할 필요가 없어서 좋기는 하나.. -_-

당췌..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고..

잠자리를 같이한적도 태고적 이야기가 되었으며..

하나뿐인 아들래미 가정교육도 신경을 못씁니다..

애는 지 아부지 닮아서 학교서 맨날 날라댕기고.. 사고치고..

딴에는 '조로'란 직업이 무슨 안기부라도 된 양 비밀이라..

어디 하소연할데도 없고 그저 답답하기만 합니다..

결혼할때 말하던..

가족은 내 삶이란말은 생구라였나 봅니다..

걱정입니다..

앞으로 몇년후면 사교육비도 만만찮게 들텐데요..

남편은 그저..

그저..

정의사회구현에만 힘쓸 뿐입니다..






이리하여~

엘레나는 조로와 이혼을 하게되는데..

두둥~

뭐 결국엔 다시합쳐 잘먹고 잘살았다는 결론이지만.. -_-

멋진 남편.. 좋은 아빠가 된다는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사회정의의 실현보다 더..


그러한 것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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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림 - 뜨거운 가슴을 잃어버린 당신을 위한 스물네 편의 사랑 이야기
김용택.정호승.도종환.안도현 외 지음, 하정민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떨림..
 

그것은..

구식 모토로라 삐삐의 그것처럼 강한 떨림이 아니더라도 좋아라..

 

그런 '떨림'을 느껴본 적이..

난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기억조차도 나지 않는다..

 


이 나이 먹고도 아직도 느낌이나 떨림 따위를 찾고있다면..

남들은 철이없다 손가락질 하겠지만..

적어도 내겐..

그 사람과 같이 있는 시간이..

집에서 혼자 책을 보는 시간 보다는..

더욱 가치있고 즐거운 시간이 되야하지 않겠는가..

 


나란히 팔짱을 끼고 사람많은 종로거리를 12시간을 걸어도..

남들이 볼때는 다정한 연인처럼 보여도..

정작 내게 아무런 '떨림'이 없다면..

그건 여자친구가 아닌..

그냥 친구중에서 성이 여성인자 내지는 나와는 배변방식이 다른 사람일 뿐이다..

 

그래서 난..

연애를 하는둥 마는둥 하는건가 보다..

 


떨림..

또는 설레임..

비록 눈내리는 숲이란 의미로 스펠링이 이와 다르긴 하지만..

필자가 좋아하는 빙과류..

 

어떤 소녀는..

그 '설레임'을 사러가서..

그 단어가 갑자기 생각나지 않길래..

'망설임' 주세요라고 했다지..

-_-

 


이 책은 정호승 시인을 비롯한 24명의 시인들이 들려주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그러니 얼마나 그 아름다운 시어들의 종합선물셋트가 아니겠는가..

 

그 중 특히..

개인적으로 문태준 시인의 '안개가 번져 멀리 감싸듯이'란 글이 제일 좋았다..

그래서 그 연인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게 계속 궁금하였고..

그 여자가 죽어서 결국엔 마음속에 묻었다는 그런 스토리가 되진 않을까..

방정맞은 생각을 하기도 했었는데..

결국엔 결혼해서 잘 살고있다란 이야기를 보고..

책보며 누워있던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쳤으니..

-_-

 

 

그리고..

서석화 시인의 '그 사람은 내 귀 안에 산다'를 보고..

많은 위로와 공감을 받았던것 같다..

 


난 다시 태어난다면..

재산이 9970억이라는 대한민국 최고부자 정몽준씨도 아닌..

같은 남자가 봐도 반할정도로 잘생기고 멋지고 성품까지 온화하다고 알려진 장동건씨도 아닌..

이런 글들을 쓸 수 있는 '시인'으로 태어나리라..

 

그래서..

그들이 내게 그러했듯이..

글로서 나마 상처받은 영혼들을 따사로이 감싸안아 위로를 전하는..

그런 시인으로 태어나리라..

 


고백하건데..

이 책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사람을 만났던 날 보았다..

 


그녀를 기다리며 이 책을 보고있었고..

그녀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이 책을 보았더랬다..

 

그래서 그런지 좀 더 가슴에 인상깊게 남은 책이된듯 하다..

 

하지만 세상사는 언제나 그렇듯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보란듯이 내게서 등을 돌린다..

 


언제였던가..

TASNEE Ethylene Project 를 했던 무렵..

팀원들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위수진 대리였나..

오현주 대리였나..

누군가가 내게 이런말을 했었다..

 

나의 뒷모습은..

항상 어떤 외로움이나 슬픔 같은걸 두 어깨에 짊어지고 걸어가는듯 하다고..

 


자신의 뒷모습을 바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녀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날의 내 뒷모습은..

무척이나 더 쓸쓸했으리라..

 


난 그리고 내게로 다가가..

이렇게 말을 건네겠지..


'아냐.. 잘한거야.. 그 사람도 마음속으론 기뻐했을꺼야..'

 

아니면..

응원의 노래라도 불러줬을라나..


'거치른 벌판으로 달려가자..'

 


차분하고 낭랑하게..

조곤조곤 이야기를 하는..

그녀의 입술을 보며..

 

난..

 

작은 '떨림'을 느꼈던듯도 한데..

 

 

 

 

 


인연을 맞을 때는 사람의 마음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탁하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마음도 달라진다.

 

같은 구름이지만 구름이 저녁 햇빛과 만나면 노을이 되고, 잘 흐르던 시내가 벼랑을 만나면 폭포가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어디에 맡길까.

 

선택은 우리에게 있다.

 

 

오늘밤에 나는 내 청춘의 사랑을 생각한다.

 

청춘이라는 말에는 봄비 소리가 난다.

 

토란잎을 두드리다 토란잎 위에서 몽글몽글 뒹굴다 그러곤 사라지는 푸른 빗방울의 소리가 난다.

 

내게도 푸른 빗방울 같은 사랑이 찾아왔다.

 

나는 시골의 청춘이었고 그녀는 섬의 청춘이었다.

 

우리는 대학에서 만났다.

 

어느 시인의 비유대로 첫사랑을 알게 된 소녀의 브래지어같이 핀, 환한 목련나무 그늘에서 우리는 시집을 펼쳐 읽거나, 시위가 있는 날엔 매캐한 주점에서 어깨를 겯고 노래를 불렀다.

 

그러는 사이 사랑이 찾아왔다.

 

산 그림자가 내리듯이.

 

안개가 번져 멀리 감싸듯이.

 

......

 

사랑이나 삶은 작은 생선을 굽듯 해야 한다는 말을 나는 그때 알았을까.

 

너무 손을 대면, 손 타면 안 된다는 그 말의 귀함을 나는 알았을까.

 

애써 성공하려 하지 말고 애써 실패를 초래하지도 말라는 그 말을 알았을까.

 

애써 헤어지려 하지 말고 애써 만나려 하지 말라는 그 말을 알았을까.

 

삶이나 사랑은 강과 같아서 다만 유유히 흐르는 것이다.

 

초봄의 새순이 무성해져 녹음을 만들고 그늘을 드리우는 것처럼.

 

그것이 사랑하는 시간의 변화이다.

 

- 문태준 '안개가 번져 멀리 감싸듯이' 中

 

 

 

사람에겐 누구에게나 도저히 객관화되지 않는 자기만의 열등감이나 외로움이 있을 것이다.

 

홀로 있는 시간, 정신이 아파 울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알리라.

 

그것은 가진 게 부족하여 욕심에 겨운 비명도 아니요, 진짜 불행이 뭔지도 모르는 배부른 투정도 아닐 것이며, 말 그대로 정신이 아파 죽고 싶을 만큼 꺽꺽 우는 울음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기쁨과 위안이 되길 늘 소원의 첫째 자리에서 기도해왔으면서도 어찌 보면 나는 내게 기쁨이 되고 위안이 되는 사람을 기다려온 건 아닌가 생각해본다.

 

......

 

나이가 드는 건지 이제야 철이 드는 건지 내가 가진 그릇이 너무 작고도 가볍다는 사실이 문득문득 깨달아지고 그럴 때마다 아직도 그걸 인정하기 싫어 마음으로 비명을 질러보기도 한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내게 주어진 시간과 사람을 사랑하며 살았다고 내가 나에게 큰소리로 또박또박 말해보기도 하지만 이 거대한 세상 속에서 나는 무엇을 얼마만큼 이루어냈을까?

 

내 체온으로 한 사람의 어깨라도 데웠을까?

 

바늘 같은 감정은 하루에도 수천 번씩 나를 찌르고 그 속에서 악악대며 내 아픔만 누구에게 호소하진 않았는지, 그러면서 나를 쉬게 해줄 그 어떤 포근함과 너그러움만 자꾸자꾸 달라고 조르진 않았는지,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절대의 사람이 되고 싶다는 기도가 결국은 내 얇은 허영은 아니었는지.

 

타인이 더 많은 세상 속에서 내게 보여지는 세상과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세상만을 나는 고집하고 무언으로 강요하며 살아왔을지 모른다는 자각이 고해성사 직전처럼 나를 두렵게 한다.

 

한사람의 가슴에 무지개를 띄우고 서로의 호흡을 죽는 순간까지 감지해낼 수 있기를, 그래서 세상에서의 삶이 충분히 보람 있고 아름다웠다고 임종의 순간 마지막 말로 할 수 있기를 소원했다면 나는 아직도 꿈속에 있는 것인가?

 

 

- 서석화 '그 사람은 내 귀 안에 산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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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카라얌 2008-01-22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미나게 읽으셨네요... 디게 글 잘 썼다...ㅋㅋ
전... 그닥 재미나게는 보지 못했지만...
잔잔한 여운은 남더라구요~~
아무튼 참 글 잘쓰신다는 느낌 받아요~~
좋아한다는 여자분이랑 잘되셨음 좋겠어요^^
 
풍선 + 작별 세트 - 전2권 - 정이현 산문집
정이현 지음 / 마음산책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모든것은 계획적으로 이루어진다..

하물며 대출도 계획적으로 하라는 세상이 아니었던가..

 


내 계획에 의하면..

이번에 쓸 독후감은..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었고..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테의 수기'를 읽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한 통의 메일을 받고..

그 계획은 수정되기에 이르렀으니..

 

정이현 작가와 함께하는 2007년 작별의 밤 행사에 당첨되었다는 메일이었다..

올 한해 운좋게도 나를 따라다니던 그 당첨운이 이번에도 빗나가지 않았나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소설가란 사람을 만나러 가는 자리라..

그 사람이 쓴 책 정도는 보고 나가야지 예의가 아닐까 싶어서..

정이현씨의 소설도 본 지 좀 오래되었고..

그래서..

 

유난히 예쁜 케이스에.. 예쁜 두권의 책이 들어있고.. 예쁜 카드지갑까지 선물로 주었던..

그 '예쁨'으로 똘똘 뭉쳐져 일찌감치 출간되자 마자 사두었던..

내년에나 보려고 계획했던 정이현씨의 산문집들을 새삼 펼쳐보았더랬다..

 

 

풍선과 작별..

두권으로 구성되어져 있는데..

내가 '작별'을 먼저 선택했던 이유는..

풍선의 '명랑한 사랑을 위해 쓴다'란 부제 보다는..

작별의 '외로운 너를 위해 쓴다'란 부제 때문이었으리라..

 

 


술이 거나하게 취했던 어느 밤이었다..


N분의 1 하자던 친구들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여기 내가 쏘께라고..

호기있게 계산을 하던 순간이었다..

 

신용 카드 매출 전표에 싸인을 하면서..

난 그 밑에..

'행복하세요' 라고 적었더랬다..

마치 연예인이 싸인 해주는것 처럼..

 


카운터 아가씨는 별 웃긴놈 다보겠네란 시선으로 빤히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폭소를 터뜨렸다..

-_-

 

 

이 책은..

김영하씨의 '퀴즈쇼' , 공지영씨의 '즐거운 나의집'에 이어..

세번째로 가지게 된 저자의 친필 사인본 이었다..

물론 한두권도 아니고..

몇백권씩 싸인을 해야겠지만..

하나같이 다들 멋대가리 없게..

날짜랑 싸인만 남겨져 있다..

 

다른 문구도 하나 정도 더 적어주면 참 좋으련만..

이번에 정이현씨를 만나면..

꼭 '행복하세요' 내지는 '장가가세요' 등의 문구를 책에 적어달라고 졸라봐야겠다..

 

 

개인적으로 정이현씨의 '달콤한 나의 도시'를 무척이나 재밌게 보았더랬다..

 

그 때가..

서울로 막 상경해 사촌형의 공무원 관사에 얹혀 살다가..

저 사람은 왜 공무원도 아닌데 공무원 관사에서 사냐고 뽀록이 나서..

급하게 독립을 해서 나왔던 그 해였던것 같다..

 


생전 처음으로 혼자 자취란것을 하기 시작했을때..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오면 아무도 기다려 주지않는 불꺼진 그 썰렁한 원룸..

심하게 몸살이라도 걸릴라 치면..

죽조차 사러 나갈 힘이 없어서..

침대 위에서 연신 식은땀만 뻘뻘 쏟아내던 그 때..

 

그렇게 시작된..

 

외로움과 고독과의 사투..

 

 


그래서였을까..

정이현씨의 소설을 보며..

이땅의 수많은 은수들에게 화이팅을 전했던 그 까닭이..

 

 

 

저녁의 정거장, 길들은 여러갈래로 뻗어있다.

 

어느 쪽으로 가야할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다만 가장 먼저 도착하는 버스에 무작정 올라타지는 않을 것이다.

 

두 손을 공중으로 내밀어 본다.

 

손바닥에 고인 투명한 빗물을 입술에 가져다 댄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서울의 맛이다.

 


( 정이현 作 '달콤한 나의 도시' 中 )
 


 

 


이벤트 당첨 기준은 2007년을 보내는 감상이었다..

 

난 그 감상을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찾았다..

서울이란 낯선 도시에서..

혼자 지내며 맛 본 그 씁슬한 '서울의 맛'..

 

하지만 이젠..

조금은 더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또한 그것을 가슴깊이 느꼈기에..

그때 보다는..

조금은 더 다른 '서울의 맛'을 느꼈던 한 해 였노라고..

 


그리고 난 정이현씨가 그 소설을..

나처럼 어느 '원룸'에서..

그렇게 혼자 살며 써내려간거라고 예상했었는데..

이 책을 보고나니 그 예상이 적중했음을 알 수 있었다..

 


내겐 생각이 있는데..

그 생각들을 글로 펼쳐 표현하지 못하는 나의 무능함에 가슴 먹먹했던 수많은 순간들..

 

그런것들을 정이현씨는 이 책의 머릿말에서..

참 공감되게 표현해 놓고 있어 특히 인상깊었다..

그래서 작가란 아무나 되는게 아닌건가 보다..

 

 

어떤 책은 덮고 난 후에 더 가까이 사귀게 된다.

 

작별하고 나서야 한 사람을 더욱 깊게 이해하게 되는 것처럼.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과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맞부딪칠때, 나는 책을 읽는다.

 

철저히 외로워지도록.

 

내 안에 꽁꽁 유폐된 나를 아무도 발견할 수 없도록.

 

그리하여 어떻게도 훼손되지 못하도록.

 

 

 

수많은 '당신'을 만난 것도 책이었고, 수많은 '당신'을 떠나보낸 것도 책이었다.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하여 어쩌면 백 편의 글을 읽었다.

 

백 편의 글을 읽었다는 건, 백 명의 당신들을 떠나보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허공으로 흩어진 작별인사 뒤에 당신들은 내 안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왔다.

 

( 정이현 作 '작별'의 머릿글 中 )

 

 

이 책은 전반부에 문학하는 사람으로서의 정이현 작가의 그에 관한 사적인 이야기와..

중후반부의 일종의 독후감들로 구성되어져 있다..

뜻하지 않게 내가 모르고 지내왔던 흥미로운 책들을 소개받게된 것도 하나의 큰 수확이리라..

 


그리고 그 중 또하나 인상 깊었던 대목은..

우리 문학에 대해 응원을 해주길 바랬던 그 부분이 아니었을까..

함성이 가득한 그라운드를 달리는 축구선수가 더욱 힘이 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언제던가 어느 네티즌의 리뷰를 보다가..

이런 대목을 본 적이 있었다..


'난 한국소설을 읽지 않는다.. 우리삶도 너저분한데.. 책 속에서 까지 그런 너저분한 낯익은 거리들의 풍경과 삶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 내용이었던것 같다..

 

 

 

글쎄다..


그래도 난..

책을 보다가 내가 익히 아는 그런 거리들의 명칭들..

인사동.. 종로3가.. 연신내 등등..

그런게 나오면 무척 반갑기도 하고..

따로 시간을 내어 그 거리를 다시 찾아 혼자 걸어보기도 하는데..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제주도의 함덕..

94년 대학 과친구들이랑 무전여행 비슷하게 놀러갔던..

마치 포카리 스웨트 CF속에서만 나올법한 그 옥빛 물빛..

 

점점이 어둠 속에 묻혀가던 그 바다 빛깔을 보았다니..

 

72년생으로 나와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기억이 있고..

혼자서 '원룸'에 살았던 기억이 있으며..

왼쪽 눈에만 쌍꺼풀이 있는 사실까지..

 

함덕의 바다는 정이현 작가와 본인과의 공통점에 하나를 더하게 되었다..

 


지금 우리의 젊은 작가들중..

많은 골수팬들을 확보하고 있고..

많은 스포트 라이트를 받으며..

선두 그룹에 속해있다는 생각이 드는..

정이현 작가..

 

 

난 그녀가..

조금의 세월이 더 지나고 조금의 연륜을 더 가지게 되어..

지금처럼 이삼십대 여성들에게뿐만 아니라..

박완서 선생님처럼..

오랜 세월동안 좋은 작품을 발표하고..

다양하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그런 작가로 남았으면 좋겠다..

 


그녀는..

책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많이 읽었던 소녀였기에..

 

그리고..

적어도 나에게는..

 

글로나마..

외로움을 다독여주고 위로해주었던..

사람이었기에..

 

 

 

벌써부터 그녀와의 만남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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