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 - 뜨거운 가슴을 잃어버린 당신을 위한 스물네 편의 사랑 이야기
김용택.정호승.도종환.안도현 외 지음, 하정민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떨림..
 

그것은..

구식 모토로라 삐삐의 그것처럼 강한 떨림이 아니더라도 좋아라..

 

그런 '떨림'을 느껴본 적이..

난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기억조차도 나지 않는다..

 


이 나이 먹고도 아직도 느낌이나 떨림 따위를 찾고있다면..

남들은 철이없다 손가락질 하겠지만..

적어도 내겐..

그 사람과 같이 있는 시간이..

집에서 혼자 책을 보는 시간 보다는..

더욱 가치있고 즐거운 시간이 되야하지 않겠는가..

 


나란히 팔짱을 끼고 사람많은 종로거리를 12시간을 걸어도..

남들이 볼때는 다정한 연인처럼 보여도..

정작 내게 아무런 '떨림'이 없다면..

그건 여자친구가 아닌..

그냥 친구중에서 성이 여성인자 내지는 나와는 배변방식이 다른 사람일 뿐이다..

 

그래서 난..

연애를 하는둥 마는둥 하는건가 보다..

 


떨림..

또는 설레임..

비록 눈내리는 숲이란 의미로 스펠링이 이와 다르긴 하지만..

필자가 좋아하는 빙과류..

 

어떤 소녀는..

그 '설레임'을 사러가서..

그 단어가 갑자기 생각나지 않길래..

'망설임' 주세요라고 했다지..

-_-

 


이 책은 정호승 시인을 비롯한 24명의 시인들이 들려주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그러니 얼마나 그 아름다운 시어들의 종합선물셋트가 아니겠는가..

 

그 중 특히..

개인적으로 문태준 시인의 '안개가 번져 멀리 감싸듯이'란 글이 제일 좋았다..

그래서 그 연인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게 계속 궁금하였고..

그 여자가 죽어서 결국엔 마음속에 묻었다는 그런 스토리가 되진 않을까..

방정맞은 생각을 하기도 했었는데..

결국엔 결혼해서 잘 살고있다란 이야기를 보고..

책보며 누워있던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쳤으니..

-_-

 

 

그리고..

서석화 시인의 '그 사람은 내 귀 안에 산다'를 보고..

많은 위로와 공감을 받았던것 같다..

 


난 다시 태어난다면..

재산이 9970억이라는 대한민국 최고부자 정몽준씨도 아닌..

같은 남자가 봐도 반할정도로 잘생기고 멋지고 성품까지 온화하다고 알려진 장동건씨도 아닌..

이런 글들을 쓸 수 있는 '시인'으로 태어나리라..

 

그래서..

그들이 내게 그러했듯이..

글로서 나마 상처받은 영혼들을 따사로이 감싸안아 위로를 전하는..

그런 시인으로 태어나리라..

 


고백하건데..

이 책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사람을 만났던 날 보았다..

 


그녀를 기다리며 이 책을 보고있었고..

그녀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이 책을 보았더랬다..

 

그래서 그런지 좀 더 가슴에 인상깊게 남은 책이된듯 하다..

 

하지만 세상사는 언제나 그렇듯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보란듯이 내게서 등을 돌린다..

 


언제였던가..

TASNEE Ethylene Project 를 했던 무렵..

팀원들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위수진 대리였나..

오현주 대리였나..

누군가가 내게 이런말을 했었다..

 

나의 뒷모습은..

항상 어떤 외로움이나 슬픔 같은걸 두 어깨에 짊어지고 걸어가는듯 하다고..

 


자신의 뒷모습을 바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녀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날의 내 뒷모습은..

무척이나 더 쓸쓸했으리라..

 


난 그리고 내게로 다가가..

이렇게 말을 건네겠지..


'아냐.. 잘한거야.. 그 사람도 마음속으론 기뻐했을꺼야..'

 

아니면..

응원의 노래라도 불러줬을라나..


'거치른 벌판으로 달려가자..'

 


차분하고 낭랑하게..

조곤조곤 이야기를 하는..

그녀의 입술을 보며..

 

난..

 

작은 '떨림'을 느꼈던듯도 한데..

 

 

 

 

 


인연을 맞을 때는 사람의 마음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탁하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마음도 달라진다.

 

같은 구름이지만 구름이 저녁 햇빛과 만나면 노을이 되고, 잘 흐르던 시내가 벼랑을 만나면 폭포가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어디에 맡길까.

 

선택은 우리에게 있다.

 

 

오늘밤에 나는 내 청춘의 사랑을 생각한다.

 

청춘이라는 말에는 봄비 소리가 난다.

 

토란잎을 두드리다 토란잎 위에서 몽글몽글 뒹굴다 그러곤 사라지는 푸른 빗방울의 소리가 난다.

 

내게도 푸른 빗방울 같은 사랑이 찾아왔다.

 

나는 시골의 청춘이었고 그녀는 섬의 청춘이었다.

 

우리는 대학에서 만났다.

 

어느 시인의 비유대로 첫사랑을 알게 된 소녀의 브래지어같이 핀, 환한 목련나무 그늘에서 우리는 시집을 펼쳐 읽거나, 시위가 있는 날엔 매캐한 주점에서 어깨를 겯고 노래를 불렀다.

 

그러는 사이 사랑이 찾아왔다.

 

산 그림자가 내리듯이.

 

안개가 번져 멀리 감싸듯이.

 

......

 

사랑이나 삶은 작은 생선을 굽듯 해야 한다는 말을 나는 그때 알았을까.

 

너무 손을 대면, 손 타면 안 된다는 그 말의 귀함을 나는 알았을까.

 

애써 성공하려 하지 말고 애써 실패를 초래하지도 말라는 그 말을 알았을까.

 

애써 헤어지려 하지 말고 애써 만나려 하지 말라는 그 말을 알았을까.

 

삶이나 사랑은 강과 같아서 다만 유유히 흐르는 것이다.

 

초봄의 새순이 무성해져 녹음을 만들고 그늘을 드리우는 것처럼.

 

그것이 사랑하는 시간의 변화이다.

 

- 문태준 '안개가 번져 멀리 감싸듯이' 中

 

 

 

사람에겐 누구에게나 도저히 객관화되지 않는 자기만의 열등감이나 외로움이 있을 것이다.

 

홀로 있는 시간, 정신이 아파 울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알리라.

 

그것은 가진 게 부족하여 욕심에 겨운 비명도 아니요, 진짜 불행이 뭔지도 모르는 배부른 투정도 아닐 것이며, 말 그대로 정신이 아파 죽고 싶을 만큼 꺽꺽 우는 울음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기쁨과 위안이 되길 늘 소원의 첫째 자리에서 기도해왔으면서도 어찌 보면 나는 내게 기쁨이 되고 위안이 되는 사람을 기다려온 건 아닌가 생각해본다.

 

......

 

나이가 드는 건지 이제야 철이 드는 건지 내가 가진 그릇이 너무 작고도 가볍다는 사실이 문득문득 깨달아지고 그럴 때마다 아직도 그걸 인정하기 싫어 마음으로 비명을 질러보기도 한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내게 주어진 시간과 사람을 사랑하며 살았다고 내가 나에게 큰소리로 또박또박 말해보기도 하지만 이 거대한 세상 속에서 나는 무엇을 얼마만큼 이루어냈을까?

 

내 체온으로 한 사람의 어깨라도 데웠을까?

 

바늘 같은 감정은 하루에도 수천 번씩 나를 찌르고 그 속에서 악악대며 내 아픔만 누구에게 호소하진 않았는지, 그러면서 나를 쉬게 해줄 그 어떤 포근함과 너그러움만 자꾸자꾸 달라고 조르진 않았는지,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절대의 사람이 되고 싶다는 기도가 결국은 내 얇은 허영은 아니었는지.

 

타인이 더 많은 세상 속에서 내게 보여지는 세상과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세상만을 나는 고집하고 무언으로 강요하며 살아왔을지 모른다는 자각이 고해성사 직전처럼 나를 두렵게 한다.

 

한사람의 가슴에 무지개를 띄우고 서로의 호흡을 죽는 순간까지 감지해낼 수 있기를, 그래서 세상에서의 삶이 충분히 보람 있고 아름다웠다고 임종의 순간 마지막 말로 할 수 있기를 소원했다면 나는 아직도 꿈속에 있는 것인가?

 

 

- 서석화 '그 사람은 내 귀 안에 산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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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카라얌 2008-01-22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미나게 읽으셨네요... 디게 글 잘 썼다...ㅋㅋ
전... 그닥 재미나게는 보지 못했지만...
잔잔한 여운은 남더라구요~~
아무튼 참 글 잘쓰신다는 느낌 받아요~~
좋아한다는 여자분이랑 잘되셨음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