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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의 포옹
틱낫한 지음, 김형민 옮김 / 현문미디어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미래의 기적을 기다리지 마십시오
정작 무교인 필자의 부모님은 열렬한 불교 신자이시다..
그덕분에 나의 지갑속에는 어느 고승이 적어주신 부적이 들어있으며..
고향집 내 방 침대위엔 아직도 '반야심경' 같은 글귀들이 붙여져 있다..
어머님께서는 항상 내게 말씀 하신다..
네가 이렇게 아무탈없이 지낼 수 있는것은 다 부처님의 보살핌 때문이라고..
그러한 말씀들이 종교적으로 영적으로 솔직히 크게 와닿지는 않았지만..
대학입시, 군복무, 취업 등등 짧았던 본인의 삶의 중요한 순간순간마다 부모님의 기도를 잘 알고 있기에..
그런 어떠한 '믿는 구석'으로서의 부처님의 존재는 어느정도 위안이 되었었다..
이 책을 지으신 틱낫한 스님은 그런 의미에서 나만의 그런 '믿는 구석'이 아닌 전세계의 '믿는 구석'이라 말하고 싶다..
틱낫한 스님은 사이공에 반한 불교대학을 설립하고 미국의 콜롬비아대학교와 프랑스의 소르본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1980년대 초반 프랑스 보르도 지방에 명상공동체 플럼 빌리지를 설립하여 현재 그곳에서 지내고 있다고 전해진다..
그런 그가 이번에 '포옹'이란 책을 세상에 선보였다..
비록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이 책은 종교적 색채가 짙지 않아 부담이 없을 것이다..
중간에 하느님 얘기도 나오는것이 스님이 쓰신 책치고는 상당히 놀랍다..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는것이 중요한것이 아니라..
어떤 믿음을 가지고 신의 존재를 인정하며 그 앞에서 한없이 부족한 인간으로 겸손하게 살아가야 하는것이 바른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1년 53주를 살아가면서 매주마다 사색을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일종의 명상집으로 보면 될것같다..
각각의 장마다 아름다운 사진들이 실려있는게 참 마음에 들었다..
산과 들, 바다와 강, 저녁 노을과 만발한 꽃들.. 어머니의 손..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좋은 사진들이다..
필자는 독서의 효용성중 중요한것이 자신의 편견과 독선 즉 잘못된 생각들을 바로잡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 1월 셋째 주의 이야기는 그런 필자의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 준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었다..
우리는 존재보다
행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시간을 낭비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시간은 존재하기 위해 있습니다.
무엇을 위해 우리의 시간이 존재할까요?
삶을 위해, 평화를 위해, 기쁨을 위해, 사랑을 위해.
이는 우리 세계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들입니다.
'존재의 질이 행동의 질을 결정합니다.'
(p.30~31)
무엇이 그리 살기가 바쁜것인지..
필자는 이 책도 무척 짧은 시간에 후딱 보아버렸다..
삶을 여유롭게 천천히 가라고..
그러면서 따뜻하게 세상을 포옹해보라는 고승의 가르침을 벌써부터 어기고 있는것이다..
반성을 해야겠다..
그리고 여유를 가지고 꽃 사진들을 다시한번 찬찬히 들여다 보아야 되겠다..
미니홈피 스킨들을 보다보면 유독 내가 가진것에는 '내일은 더 행복할 수 있도록' , '행복하기' 등등..
행복에 관한 것들이 많다는걸 느끼게 된다..
'행복'이란 것이 삶의 가치중에 최고의 것으로 생각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겠는데..
이 행복에 대해서도 고승은 막연한 미래의 행복만을 상상하며 현실에 불만을 가지지 말고..
지금 살아가는 이 순간을 사랑하며 살아가라는 뜻있는 말씀을 전해준다..
그런 가르침을 옮기며 끝을 맺고자 한다..
5월 첫째 주..
삶의 기적은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삶의 기적을 우리 자신 안에서,
우리 주변 도처에서 느낍니다.
우리의 눈은 기적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기적입니다.
우리의 뇌는 기적입니다.
파란 하늘, 하얀 구름, 산, 강, 숲, 꽃,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
이 모든 것은 삶의 진정한 기적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과거 대문에 괴로워하고
미래를 두려워하며 걱정하고 있으면
'지금 여기'에서 세상의 모든 기적과 결코 만날 수 없습니다.
'미래의 기적을 기다리지 마십시오.'
(p.90~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