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완득이 따라 개천길 달리며 유쾌한 웃음속으로..
이 책을 보면 많이 웃게 된다. 웃음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완득이를 통한 웃음은 그것이 유쾌란 웃음이라 기분이 좋다.
완득이의 작가 김려령씨는 국내 유수의 문학상을 휩쓸며 등단한 주목받는 신인작가라고 한다. 필자의 누나뻘이니 등단이 꽤 늦은 편이다. 서른이 넘어 애기들도 어느 정도 자라고 그 아이들이 커서 어떤 사람이 될까하는 의문에서 이미 다 커버린
나는 지금 어떤 사람인가하는 생각에 이르자 그것이 바로 꾸준히 해 온 글을 읽고 쓰는것이라는걸 깨달았고 서른이 넘은 나이에 다시 문학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 김려령 작가의 마음가짐. 즉 '열정'만 있으면 누구나 '청춘'이란 그 생각이 '아줌마' 이면서 10대 남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청춘소설을 쓸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었고 또한 그런 그녀의 나이를 초월한 '열정'은 본인에게 무척 용기가 되는 말로
다가와서 특히나 좋았다.
완득이는 불행한 청소년이었다. 난쟁이인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를 따라 다니는 정신지체가 있는 말더듬이 난닝구 삼촌과 옥탑방에서 어렵게 살아간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담임선생님이란 사람은 그런 자신의 약점을 가지고 반친구들 앞에서 까발려 놀려먹기를 좋아하는 그런 인물이다. 그래서 종교도 없는 완득이는 교회에 가서 하나님께 기도를 올린다. 똥주 (담임인 동주선생님) 좀 죽여달라고 말이다.
그런 똥주의 옥탑방이랑 나란히 옆집에 살게 되면서 완득이의 인생은 꼬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정부 수급대상자 명단에 완득이를 올려놓고 수급품으로 나온 햇반을 삥뜯어 가는 선생님이라니.. 그래서 완득이는 그런 선생님을
존경할 마음도 그런 학교를 열심히 다닐 마음도 없다. 야간자율 학습을 매번 땡땡이 치는건 기본에 혁주같은 똘아이 친구들이 난쟁이 아버지를 흉보기라도 하면 곧바로 주먹부터 나가는 문제 학생으로 지내고 있다. 그야말로 쥐뿔도 없는 완득이에게 그런 싸움실력과 날쌘 운동신경은 가장 큰 재산이었다. 강한 자존심과 더불어 함께..
그런데 우리네 삶이란 참으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용수철 튀듯 살아지던게 아니었던가. 평생 그렇게 자신의 상처만 마음 깊은곳 숨기며 벽을 쌓아두고 살아갈것만 같던 완득이에게도 서서히 변화가 일어난다. 수상쩍은 그 교회의 핫산이란 동남아
인을 통해 우연히 킥복싱에 입문하게 된것이 그 시작이었다. 처음으로 완득이는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가장 재미있어하는 일을 발견한 것이었다. 똥주처럼 겉은 무뚝뚝 하지만 정이 많은 관장님과의 만남, 매번 1등만 하는 예쁜 모범생 정윤하가
자기에게 보이는 관심, 그리고 자기를 버리고 떠났던 어머니와의 해후..
아버지를 비롯한 주변 어른들을 보고 세상을 하루하루 보람차게 열심히 살아가는 법을 점차 배우게 되고, 윤하와 베트남인 엄마를 통해 사랑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되는 완득이. 그리고 항상 죽었으면 좋겠다던 그 똥주 선생님이 음으로 양으로 항상 완득이를 위해 신경을 써주고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점차 알아가면서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며 더불어 살아가는법 또한 깨우치며 한층 더 성숙해진다. 여전히 생활은 어렵고 혁주같은 똘아이랑 티격태격 해야하며 아직 정식 시합에서 한번도 이겨본 적은 없지만 이제 더 이상 완득이는 똥주를 죽여달라는 기도는 하지 않는다. 완득이의 기도는 이제 '희망'만을 이야기한다.
영화를 보면 주연보다 조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에 그 기억이 꽤 오래가는 영화들이 있다.
'완득이'속의 다양한 케릭터들은 그런 영화를 생각나게 했다. 미워할수 없는 막나가는 선생 똥주, 밤마다 똥주랑 쌍욕을 주고받던 앞집아쩌씨, 다빈치의 인체공학도를 생각나게 한다던 난닝구 민구 삼촌, 자매님 핫산, 똘아이 혁주 등등..
그들로 인해 읽는 재미가 무척이나 솔솔했던 유쾌한 청춘소설 완득이..
그리고 그 유쾌한 웃음뒤에 장애인, 이주노동자등 사회적 약자에 관한 인권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볼 기회를 준것도 이 소설의 큰 장점이란 생각도 들었다.
완득이가 성장해 나아가듯 독자들 또한 그런 문제에 대해 보다 성숙하고 배려하는 시각을 가지게 되는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의 하루란 소중한 선물을 가슴에 고이품고 유쾌하게 웃으며 개천길을 달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