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을 닮은 방 1 - 세미콜론 그림소설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김한민 지음 / 세미콜론 / 200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무나 독특해서 생소한

 

 


책이 참 예쁘다. 만화인가? 글자가 좀 많은 만화같은데.. 그림소설이라 사람들은 부른다.
저자인 김한민씨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어릴적 부터 스리랑카와 덴마크, 페루 등지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대구광역시 대신동이나 충남 보령이나 서초구 양재동 등지에서 살아왔던 우리랑은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었나보다.
책장을 펼치면 일단 감탄부터 나온다. 당연히 오와 열을 맞춰 각을 잡은 목차를 기대했던 독자들은 한폭의 그림으로 그려진 독특한 목차를 보게된다.

 


근데 이게 참 내용이 만만치가 않다. 만화라고 얕보다간 큰 코 다친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한없이 사유하며 봐야할 책이다.
줄거리를 요약하기도 참 난해하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면 대충 다음과 같다.

 


여기 '누나'라는 등장인물이 있다. 아무리 찾아봐도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그저 누나다. 참으로 편리한 작명이다. 죄민수가 말하듯 아무 이유 없이 누나다.
그 누나가 꿈을 꾼다. 근데 자신이 지금 처해있는 상황이 꿈 속의 상황이란걸 지각하는 루시드 꿈. 누나는 곧 면접을 봐야한다. 그런데 남들처럼 화려한 경력도 변변한 자격증 조차도 없어 이력서는 빈칸 투성이이다. 누나는 불안한 마음에 앞자리에 앉은 정체불명의 사나이를 대상으로 혼자서 면접연습을 한다. 아니 근데 이게 왠일인가. 그 혼잣말이 고스란히 주위 사람들에게 전달되었고 누나는 그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된다.

 


누나가 하게된 일은 황당했던 면접만큼이나 기상천외한 일이었다. 바로 무이란 소년을 따라다니며 그의 혼잣말을 듣고 녹음하는것. 그 소년은 바쁜 부모님 때문에
어려서부터 늘 혼자였던 소년이었다. 세상은 변하여 어머니가 하던일도 인터넷으로 대체되던 세상에서 유일하게 손편지를 썼던 아이 무이. 그런 무이를 엄마는 고용
하게되고 무이는 독립을 하기에 이른다. 여기가지 무이의 삶을 혼잣말을 통해 들은 누나는 '혜성을 닮은 방'을 타고 무이를 따라 에코도서관에 도착하여 본격적인
추적(?)에 들어가게 된다. 탈것 이름이 왜 혜성이냐고? 역시나 아무 이유 없다. 그냥 혜성이다.

 

 

도서관에는 혼잣말이 녹음된 책들이 비치되어 있다. 그리고 도서관을 찾는 이들은 그 책을 읽는것이 아니라 듣게된다. 그리고는 무이와 무이를 둘러싼 인물들의 지난
이야기들을 하나하나씩 알아가게 된다. 다분히 철학적인 이야기들의 연속이다.

 


그중 '우주선 이론'은 아마도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많은 부분 공감했을 만한 이야기였다.

 


'우주선이 이륙하고 나면
이륙을 위해 사용된 로켓들은 떨어져나가 바다에 버려진다.
이것은 책의 여정을 닮았다.
한 권의 책을 이루는 수많은 문장들 중에
결국 한 줄의 메세지만이 독자의 내면에 도달하고,
나머지는 망각의 바다 속으로 사라진다.
어느 문장이 최종적으로 독자의 가슴에 안착할까?
그 문장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우리는 책을 쓰지 않고 그 문장을 쓸 것이다.
오히려 모르기에 쓸 수 있는 것이다.'


(p.117)

 

 

그리고 삼보를 통해 만났던 무하마드 라타 교수가 들려주는 비움과 채움에 대한 개념, 즉 사람마다 부족과 만족의 감이 다르다는 문제 정도만 이 책의 우주선 이론이
말하는 최종적으로 독자의 가슴에 안착한 문장이었다. 개인적으로 말이다.
그 외 학창시절 노트 필기를 하듯 써놓은 M.C(매체 커리큘럼)나 소각로 이론등은 무슨말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리하여 망각의 바다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이렇게 보면 이말 같고 저렇게 보면 저말 같고.. 이 책은 전반적으로 그러한것들이 좀 많은 편이다.

 


이제 1권이고 2부, 3부 계속 나온다고 전해진다. 이야기가 진전 될 수록 너무나도 독특해서 생소했던 이론들이 어떤식으로 자리를 잡아나갈지 사뭇 궁금해지는 반면
그 애매모호한 개념들이 독자들에게.. 어느 누구나에게 얼마나 쉽게 전달되는지가 이 책이 가진 큰 숙제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필자만 어.렵.게 보았다면.. 난 아직도 한참 멀은 것일게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facejin 2008-03-25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어제 둘러보다가
리뷰를 읽으니 궁금증이 이는 책이네요. 제 보관함에 쏘옥~
잡식성 독서를 하심이 부럽삼^^
전 심한 편식이라....
자주 놀러 와도 되죠?

책을든남자 2008-03-25 21:28   좋아요 0 | URL
방문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드물게도 이렇게 글까지 남겨주시고..
복 받으실겁니다.
 
오늘도 안녕하세요? - 글래디 골드 시리즈 탐정 글래디 골드 시리즈 4
리타 라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명랑할매 성공기

 

 

 

필자에게 있어 '할머니들'에 관한 기억은.. 지금은 두분 다 이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내가 아주 어렸을적 친할머니와 외할머니께서는 꽤 많은 시간을 우리 집에서 보냈던걸로 기억이 된다. 원체 우리나라 사회에서 '사돈'이란 관계가 어려워서 그랬던건지도 모르겠지만 두분께서는 항상 한복 비스무리한 옷을 입으시고 서로를 마주보고 앉아 거의 일상적인 대화도 없이 그저 묵묵히 '민화투'를 치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지금처럼 '맞고'라도 있었으면 옆에서 흥겹게 추임새라도 넣어 드렸을텐데..

 


그러다보니 이 책에 등장하는 수다스러운 할머니들의 모습은 쉽게 적응이 되질 않았다. 책을 읽다보면 마치 10대 소녀들이 서로 웃고 깔깔거리며 종달새처럼 재잘거리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 평균연령 76.5세의 미국
할머니들이 벌이는 왁자지껄 좌충우돌 추리극을 다룬 소설이다.

 


근데 이 추리 소설은 이제껏 보아왔던 그런 추리 소설과는 조금 다르다는것을 느꼈다. 한때 국내에서도 크게 히트를 쳤던 '제시카의 추리극장' 그러한것을 보는 느낌이랄까.. 이런게 바로 '코지 미스터리'란 장르란다. 이 책을 통해서 하나 배웠다.
선혈이 낭자하는 그런 수사물과는 다른 그저 우리 동네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루는 가벼운 추리물이며 주로 사건을 해결하는 이는 이 책의 주인공 글래디 할매와 같은 아마추어 탐정들이라고 한다. 그리고 주인공의 로맨스와 배꼽잡는 유머는 약방의 감초처럼 항상 등장해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이 책 또한 그런 전형적인 코지물의 요소를 두루두루 갖추고 있다. 하지만 확실하게 다른 한가지는 주인공이 바로 '할매'라는 사실이다. 그 동네 할매들은 앞서 언급했던 우리 할매들 처럼 방구석에서 정적으로 '민화투' 따위는 치지 않는다. 항상 멤버들 끼리 모여 운동을 하고 어디를 놀러가고 같이 밥을 먹고 수다를 떨고 참 재미나게도 사신다.

 


평생을 도서관 사서로 재직하고 추리소설을 즐겨읽는 이 책의 주인공 글래디 할머니, 지역 영화평론가로 활동중인 친동생 에비 할머니, 항상 불평투성이인 아이다 할머니, 귀가 잘 안들리시는 벨라 할머니, 옷색깔을 맞추어야만 외출을 하는 지각쟁이 소피 할머니, 글래디의 절친한 친구인 이쁜이 프랜시 할머니가 바로 그녀들이다.

 


그 외 동네 사람들도 하나같이 다들 개성이 넘친다. 그런 소소한 일상 속에서 때로는 즐겁게 어울리기도 하고 때로는 갈등을 겪으며 그렇게 지내던중 셀마란 할머니가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뒤이어 글래디의 절친한 친구인 프랜시 마저도.. 그제서야 글래디는 생각한다. 이건 단순한 심장마비가 아닌 타살일 것이라고. 그리고는 연달아 일어나는 죽음들. 모두가 생일전날 살해되었다는 기막힌 우연들. 이젠 시간이 없다. 더 이상의 희생을 막아야 하는데 아무도 글래디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그저 추리 소설을 너무나 좋아하다 보니 그런 생각을 하는거라고 그렇게 동네 할매의 잔소리 정도로만 여길 뿐이다. 과연 글래디와 그녀의 친구들 글래디에이터는 이 살인범의 거침없는 질주를 막아낼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녀들의 평화롭고 소소한 일상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앞서 언급한대로 아주 치밀하고도 정교한 그런 추리는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글래디 할매만 나름대로 열심히 머리를 쓰지만 나머지는 우당탕탕 좌충우돌하며 항상 사고를 치기에 바빠 보인다. 하지만 그래도 어떠랴. 결국엔 정의가 이기고 우리의
할매들은 여전히 즐겁게 엔돌핀 팍팍 샘솟는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니 말이다.

 

 

책 말미에 글래디 골드 시리즈 2부 예고편이 실려 있다.
욜란다(치매 노인 밀리를 돌보던 여인)와 대니 사이에 핑크빛 기류가 형성된다고 하니 사뭇 기대되는 바이다. 글래디 할머니는 이제 본격적으로 탐정 사무소를 차리고 사립탐정으로 새출발을 하게된다. 그리고 이 책에서 이어져 랭포드와의 애정도 깊어지는듯 하다. 사랑과 일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것이다.

 

 

의학은 발달하고 건강에 관한 관심들은 높아져 우리들의 평균수명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인생은 60부터라고 하지 않았던가. 끝으로 75세에 새출발을 하는 글래디 할머니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할머니 무병장수 만수무강 하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사랑 페니
제니퍼 L.홀름 지음, 이광일 옮김 / 지양어린이 / 200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성장한다는 것은 내 앞에 놓인 삶을 사랑하게 되는 것

 

 

 

페니는 그곳에 산다.


신혼여행지에서 보낸 편지에 '전 세상에서 제일 운 좋은 사나이입니다.' 라고 적었던 로맨틱한 아빠의 추억이 서려있는 곳.
나를 한없이 사랑해주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엄마가 있는 곳. 우수에 젖은 눈길로 항상 차안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내게 행운의 콩을 선물했던 도미닉 삼촌이 있는 곳. 보기만 해도 가슴이 울렁거리고 발음만 해도 혀가 꼬이는 잭 타이텔츠바이크
오빠가 있는 곳. 말썽꾸러기 친구 프레디가 있으며 먹기에 항상 거북살스런 음식을 해주시는 외할머니, 썰렁한 농담을 즐겨 하시는 외할아버지, 엄마를 쫓아다니는 대머리 멀리건 아저씨가 있는 곳.

 

그곳에 페니는 산다.

 


아버지는 없지만 페니는 행복하다. 브룩클린 다저스(현 LA 다저스의 전신)를 응원하며 야구를 하는것도, 동네 푸줏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것도, 수많은 삼촌들과 같이 지내는 것도 모든것이 행복하기만한 이유는 바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이유이기 때문이리라.

 


들판에 곡식이 여물듯 그렇게 페니는 자라고 있다. 때로는 사나운 개에 쫓기고 때로는 프레디와 함께 말썽을 부리고 때로는 스칼렛 오하라 (페니가 기르던 강아지)와의 이별에 슬퍼하기도 하며 그렇게..

 


그러던 중 페니는 세탁기에 팔이 딸려 들어가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자신을 구하러 왔던 도미닉 삼촌에게 엄마는 불같이 화를 내고 급기야는 따귀까지 때리게 된다. 그제서야 페니는 그간 엄마가 삼촌들에게 소원했던 이유를 알게 된다.
그건 바로 미국 역사속에 숨겨진 이탈리아계 미국인에 관한 차별이 그 원인이었다. 그로인해 도미닉이 삼촌이 자신의 남편을 잡혀가게 만든 원흉이 되었다는 오해.. 그날 이후로 페니는 도미닉 삼촌을 볼 수 없었다.

 


행여나 페니가 영영 팔을 못쓸까봐 많은 이들이 찾아와 위로를 해주었다. 하지만 엄마를 줄창 따라 다니던 멀리건 아저씨만은 페니의 팔이 어떤지 전혀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는 조용히 옆에 앉아 그저 페니가 좋아하는 브룩클린 다저스의 야구 기사를 읽어 주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이었다. 그렇게 페니는 아저씨의 따스한 정을 느끼며 그를 아빠로 맞이할 결심을 하게 된다.

 


어느날 페니는 병원 침대에 누워 도미닉 삼촌이 선물해준 행운의 콩을 쥐려다가 자신의 손가락이 다시 움직이는걸 알게된다. 기적적으로 완쾌가 된것이었다. 페니는 그 모든것이 바로 삼촌이 준 '행운의 콩'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엄마와 멀리건 아저씨의 결혼식날. 오랜만에 모든 가족이 모이게 된다. 삼촌들이랑 친할머니 그리고 플로리다로 갔다던 도미닉 삼촌까지도 말끔한 모습으로 찾아와서 축하를 전해주었다. 새끼양의 두 눈 선물로 엄마와 화해도 하게 된 삼촌.

 


단 하루였지만 외할머니는 닭요리를 망치지 않았고, 외할아버지는 썰렁한 농담을 하지 않았으며 엄마는 신경질을 부리지 않았고, 도미닉 삼촌은 차 안에 숨어 있지 않았으며 친할머니는 울지 않았던 모든것이 정상이던 완벽한 하루..

 


아직도 다저스는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하지 못했고 페니는 멀리건 아저씨를 아빠라고 부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페니는 깨닫게 된다. 난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소녀라고.
들판에 곡식이 여물듯 그렇게 페니는 자라고 있었다.

 


언젠가 도미닉 삼촌과 함께 에베츠 구장에서 다저스 경기를 본 적이 있었다.
그 날은 무척 따뜻한 날이었던것 같다.

 


그 시대 그 자리 만큼이나 따뜻했던 책이었다.

 


그리고 난 새삼 생각해 보았다.

 


성장한다는 것은 내 앞에 놓인 삶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이고로야, 고마워
오타니 준코 지음, 오타니 에이지 사진, 양윤옥 옮김 / 작은씨앗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당신은 동물을 가족이라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동물친구의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난 또 가슴이 아파져야 한다. 왠만한 슬픈영화를 보고도 항상 무덤덤하며 눈물이랑은 전혀 어울릴것 같지않는 경상도 출신의 대한민국 30대 중반 남자인 필자조차도 눈시울을 붉혔던 영화가 있다. 바로 근년에 보았던 '우리개 이야기'란 일본 영화였다. 그때 썼던 영화감상문이랑 중복이 될 듯하니 최대한 짧게 우리개 '보리' 이야기를 언급하고 시작해야겠다.

 


난 우리개 '보리'를 만나기전 까진 강아지를 비롯한 동물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싫어했다고 해야 바른 표현일것 같다. 근데 참 이상한것이 막상 갓 태어난 그 강아지를 처음 봤던날 그 새하얀 솜뭉치같은 모습을 보고 십수년간
이어져온 동물에 대한 거부감이 일순간에 사라지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되었다. 그리고 보리와의 수많은 추억을 만들어가며 몇년간을 보내게 되었다.

 


우리 형제들은 다들 공부 욕심이 많아서 남들보다 사회생활을 늦게 시작한 편이었고 그러다보니 결혼도 늦어지고 출산도 다른집 형제들 보다는 한참이나 늦어지게 되었다. 본인의 누나는 서른아홉이 다 되어갈 무렵에 엄마가 되었고 난 언제 아빠가 될 지 아직도 기약이 없다. 그런 연유로 손자를 늦게 보게되신 필자의 부모님께 우리집 '보리'는 단순한 애완동물 이상의 '손자'의 역할을 톡톡히 했던듯하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우리 집안의 막둥이 같았던 보리가 여동생의 출산을 계기로 개털은 신생아에게 해로울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머나먼 곳으로 보내지게 되었다.

 


그 소식을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을때 들었던지라 그 아쉬움이 남달랐던 기억이 난다. 지난 명절때 고향인 대구에 가서 봤던것이 마지막이 될 줄이야.. 항상 다른 가족들처럼 별다른 애정표현도 못해주고 무뚝뚝하게만 대했었는데
그래도 내가 좋다고 나를 제일 따르던 녀석이었는데. 그게 못내 아쉬웠었다. 마치 부모님을 임종을 못 지켜봐 평생의 한이 되었다던 효자들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남들에겐 허접한 똥개의 개털이었지만 내겐 실크보다도 더 부드러웠고 남들에겐
참기힘든 개비린내였지만 내겐 세상 무슨 향수보다 향긋했던 그 개비린내가 못내 그리워져 난 그렇게 가슴이 아팠었다.

 

 

이 책의 사진을 찍은 오타니 에이지씨는 사람들이 주는 먹이로 인해 기형으로 태어난 원숭이들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그를 주제로한 사진들을 찍으러 다니던 중 이 책의 주인공인 다이고로를 만나게 된다. 앞다리는 반쯤만 자라있고 뒷다리는
그 흔적조차 없는 기형 원숭이였다. 2~3일정도 못살거란 얘기에도 에이지는 그 원숭이를 집에서 기르려고 데려온다. 그건 사람들이 준 음식으로 기형으로 태어나게 된 원숭이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양심 때문이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 기형 원숭이와의 만남이 자신의 가족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고 얼마나 많은 깨우침을 주게 될거란걸.

 


예상과는 달리 다이고로를 처음으로 대면한 아이들의 반응은 여느 다른 애완동물을 대하는 반응과 똑같은 '이야 귀엽다'뿐이었다. 그렇다.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어린이들의 시선에는 남들과 다른 모습을 한 '장애'가 아무런 분제도 되질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5개월된 아들을 유산했던 이 책의 저자인 아내 준코씨는 그 날 이후로 눈물의 연속이었다. 저런 모습으로 태어나고서도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는 다이고로의 모습을 보고 그녀는 자신의 젖을 물리고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인간의
젖을 물고있는 새끼 원숭이의 모습.. 그 사진을 보면서 필자는 한참이나 가슴이 먹먹하였다.

 



 


질투심이 많은 원숭이의 특성상 가족들이랑 같이 생활하기엔 어려움이 많이 따랐다. 엄마의 관심을 덜 받게된 막내 마호는 눈물을 흘리며 혼자 울다 지쳐 잠든적이 많았다고 한다. 그것이 과연 바른길일까 수없이 고민했지만 준코는 계속 다이고로를 자식처럼 기를 결심을 굳혔다. 그 예상이 적중하여 돌이켜보면 다이고로와 함께한 2년 4개월의 시간은 준코네 아이들에게 세상 그 무엇보다 많은 인생의 가르침을 주었던 값진 시간들이었다.

 


같이 데리고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곱지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사람들의 편견으로 부터 준코의 아이들은 장애란 약간 불편할뿐이지 슬픈것이 아니라는 진실을 일찌감치 깨우쳤으며 또한 다이고로가 가족들에게 스스로 다가오기 위해 앞발꿈치가 짓무르고 결국엔 데굴데굴 구르기를 성공시켰던 그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고난을 스스로 극복하는 법과 세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니 그건 수백권의 책 수백만원의 과외도 가르쳐주지 못하는 그야말로 최고의 교육이 아니었겠는가.

 


그런 준코의 가족들이 다이고로와 함께 가족으로 생활하면서 배우게 된 인생의 다양한 교훈들 그리고 사랑과 추억..
행복했던 순간들의 다이고로와 함께 찍은 아름다운 사진들로 이 책은 구성되어져 있다.
그리고 인간들에게 엄중한 경고도 잊지 않는다. 그 원숭이들을 기형으로 태어나게 만든건 우리 인간들 탓이라고. 그런 의미에서 그런 해로운 간식거리들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미칠 영향을 생각하니 끔찍한 생각마저 들곤 한다.

 


이젠 다이고로는 이 세상에 없다. 우리집 똥개 보리도 이 세상에 없을듯 하다.
하지만 한번이라도 동물을 가족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 필자와 같은 사람이라면 그 동물친구들의 존재를 아마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들은 건전지가 다 되면 멈춰버리는 장난감 로봇이 아니기에..

 

그들은 우리와 같이 살아 숨쉬는 작은 심장을 가진 소중한 우리들의 친구였기에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완득이 따라 개천길 달리며 유쾌한 웃음속으로..

 

 

 

이 책을 보면 많이 웃게 된다. 웃음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완득이를 통한 웃음은 그것이 유쾌란 웃음이라 기분이 좋다.

 


완득이의 작가 김려령씨는 국내 유수의 문학상을 휩쓸며 등단한 주목받는 신인작가라고 한다. 필자의 누나뻘이니 등단이 꽤 늦은 편이다. 서른이 넘어 애기들도 어느 정도 자라고 그 아이들이 커서 어떤 사람이 될까하는 의문에서 이미 다 커버린
나는 지금 어떤 사람인가하는 생각에 이르자 그것이 바로 꾸준히 해 온 글을 읽고 쓰는것이라는걸 깨달았고 서른이 넘은 나이에 다시 문학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 김려령 작가의 마음가짐. 즉 '열정'만 있으면 누구나 '청춘'이란 그 생각이 '아줌마' 이면서 10대 남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청춘소설을 쓸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었고 또한 그런 그녀의 나이를 초월한 '열정'은 본인에게 무척 용기가 되는 말로
다가와서 특히나 좋았다.

 


완득이는 불행한 청소년이었다. 난쟁이인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를 따라 다니는 정신지체가 있는 말더듬이 난닝구 삼촌과 옥탑방에서 어렵게 살아간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담임선생님이란 사람은 그런 자신의 약점을 가지고 반친구들 앞에서 까발려 놀려먹기를 좋아하는 그런 인물이다. 그래서 종교도 없는 완득이는 교회에 가서 하나님께 기도를 올린다. 똥주 (담임인 동주선생님) 좀 죽여달라고 말이다.

 


그런 똥주의 옥탑방이랑 나란히 옆집에 살게 되면서 완득이의 인생은 꼬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정부 수급대상자 명단에 완득이를 올려놓고 수급품으로 나온 햇반을 삥뜯어 가는 선생님이라니.. 그래서 완득이는 그런 선생님을
존경할 마음도 그런 학교를 열심히 다닐 마음도 없다. 야간자율 학습을 매번 땡땡이 치는건 기본에 혁주같은 똘아이 친구들이 난쟁이 아버지를 흉보기라도 하면 곧바로 주먹부터 나가는 문제 학생으로 지내고 있다. 그야말로 쥐뿔도 없는 완득이에게 그런 싸움실력과 날쌘 운동신경은 가장 큰 재산이었다. 강한 자존심과 더불어 함께..

 


그런데 우리네 삶이란 참으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용수철 튀듯 살아지던게 아니었던가. 평생 그렇게 자신의 상처만 마음 깊은곳 숨기며 벽을 쌓아두고 살아갈것만 같던 완득이에게도 서서히 변화가 일어난다. 수상쩍은 그 교회의 핫산이란 동남아
인을 통해 우연히 킥복싱에 입문하게 된것이 그 시작이었다. 처음으로 완득이는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가장 재미있어하는 일을 발견한 것이었다. 똥주처럼 겉은 무뚝뚝 하지만 정이 많은 관장님과의 만남, 매번 1등만 하는 예쁜 모범생 정윤하가
자기에게 보이는 관심, 그리고 자기를 버리고 떠났던 어머니와의 해후..

 


아버지를 비롯한 주변 어른들을 보고 세상을 하루하루 보람차게 열심히 살아가는 법을 점차 배우게 되고, 윤하와 베트남인 엄마를 통해 사랑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되는 완득이. 그리고 항상 죽었으면 좋겠다던 그 똥주 선생님이 음으로 양으로 항상 완득이를 위해 신경을 써주고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점차 알아가면서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며 더불어 살아가는법 또한 깨우치며 한층 더 성숙해진다. 여전히 생활은 어렵고 혁주같은 똘아이랑 티격태격 해야하며 아직 정식 시합에서 한번도 이겨본 적은 없지만 이제 더 이상 완득이는 똥주를 죽여달라는 기도는 하지 않는다. 완득이의 기도는 이제 '희망'만을 이야기한다.

 


영화를 보면 주연보다 조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에 그 기억이 꽤 오래가는 영화들이 있다.
'완득이'속의 다양한 케릭터들은 그런 영화를 생각나게 했다. 미워할수 없는 막나가는 선생 똥주, 밤마다 똥주랑 쌍욕을 주고받던 앞집아쩌씨, 다빈치의 인체공학도를 생각나게 한다던 난닝구 민구 삼촌, 자매님 핫산, 똘아이 혁주 등등..

 


그들로 인해 읽는 재미가 무척이나 솔솔했던 유쾌한 청춘소설 완득이..
그리고 그 유쾌한 웃음뒤에 장애인, 이주노동자등 사회적 약자에 관한 인권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볼 기회를 준것도 이 소설의 큰 장점이란 생각도 들었다.

 


완득이가 성장해 나아가듯 독자들 또한 그런 문제에 대해 보다 성숙하고 배려하는 시각을 가지게 되는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의 하루란 소중한 선물을 가슴에 고이품고 유쾌하게 웃으며 개천길을 달려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