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안녕하세요? - 글래디 골드 시리즈 탐정 글래디 골드 시리즈 4
리타 라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명랑할매 성공기

 

 

 

필자에게 있어 '할머니들'에 관한 기억은.. 지금은 두분 다 이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내가 아주 어렸을적 친할머니와 외할머니께서는 꽤 많은 시간을 우리 집에서 보냈던걸로 기억이 된다. 원체 우리나라 사회에서 '사돈'이란 관계가 어려워서 그랬던건지도 모르겠지만 두분께서는 항상 한복 비스무리한 옷을 입으시고 서로를 마주보고 앉아 거의 일상적인 대화도 없이 그저 묵묵히 '민화투'를 치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지금처럼 '맞고'라도 있었으면 옆에서 흥겹게 추임새라도 넣어 드렸을텐데..

 


그러다보니 이 책에 등장하는 수다스러운 할머니들의 모습은 쉽게 적응이 되질 않았다. 책을 읽다보면 마치 10대 소녀들이 서로 웃고 깔깔거리며 종달새처럼 재잘거리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 평균연령 76.5세의 미국
할머니들이 벌이는 왁자지껄 좌충우돌 추리극을 다룬 소설이다.

 


근데 이 추리 소설은 이제껏 보아왔던 그런 추리 소설과는 조금 다르다는것을 느꼈다. 한때 국내에서도 크게 히트를 쳤던 '제시카의 추리극장' 그러한것을 보는 느낌이랄까.. 이런게 바로 '코지 미스터리'란 장르란다. 이 책을 통해서 하나 배웠다.
선혈이 낭자하는 그런 수사물과는 다른 그저 우리 동네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루는 가벼운 추리물이며 주로 사건을 해결하는 이는 이 책의 주인공 글래디 할매와 같은 아마추어 탐정들이라고 한다. 그리고 주인공의 로맨스와 배꼽잡는 유머는 약방의 감초처럼 항상 등장해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이 책 또한 그런 전형적인 코지물의 요소를 두루두루 갖추고 있다. 하지만 확실하게 다른 한가지는 주인공이 바로 '할매'라는 사실이다. 그 동네 할매들은 앞서 언급했던 우리 할매들 처럼 방구석에서 정적으로 '민화투' 따위는 치지 않는다. 항상 멤버들 끼리 모여 운동을 하고 어디를 놀러가고 같이 밥을 먹고 수다를 떨고 참 재미나게도 사신다.

 


평생을 도서관 사서로 재직하고 추리소설을 즐겨읽는 이 책의 주인공 글래디 할머니, 지역 영화평론가로 활동중인 친동생 에비 할머니, 항상 불평투성이인 아이다 할머니, 귀가 잘 안들리시는 벨라 할머니, 옷색깔을 맞추어야만 외출을 하는 지각쟁이 소피 할머니, 글래디의 절친한 친구인 이쁜이 프랜시 할머니가 바로 그녀들이다.

 


그 외 동네 사람들도 하나같이 다들 개성이 넘친다. 그런 소소한 일상 속에서 때로는 즐겁게 어울리기도 하고 때로는 갈등을 겪으며 그렇게 지내던중 셀마란 할머니가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뒤이어 글래디의 절친한 친구인 프랜시 마저도.. 그제서야 글래디는 생각한다. 이건 단순한 심장마비가 아닌 타살일 것이라고. 그리고는 연달아 일어나는 죽음들. 모두가 생일전날 살해되었다는 기막힌 우연들. 이젠 시간이 없다. 더 이상의 희생을 막아야 하는데 아무도 글래디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그저 추리 소설을 너무나 좋아하다 보니 그런 생각을 하는거라고 그렇게 동네 할매의 잔소리 정도로만 여길 뿐이다. 과연 글래디와 그녀의 친구들 글래디에이터는 이 살인범의 거침없는 질주를 막아낼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녀들의 평화롭고 소소한 일상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앞서 언급한대로 아주 치밀하고도 정교한 그런 추리는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글래디 할매만 나름대로 열심히 머리를 쓰지만 나머지는 우당탕탕 좌충우돌하며 항상 사고를 치기에 바빠 보인다. 하지만 그래도 어떠랴. 결국엔 정의가 이기고 우리의
할매들은 여전히 즐겁게 엔돌핀 팍팍 샘솟는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니 말이다.

 

 

책 말미에 글래디 골드 시리즈 2부 예고편이 실려 있다.
욜란다(치매 노인 밀리를 돌보던 여인)와 대니 사이에 핑크빛 기류가 형성된다고 하니 사뭇 기대되는 바이다. 글래디 할머니는 이제 본격적으로 탐정 사무소를 차리고 사립탐정으로 새출발을 하게된다. 그리고 이 책에서 이어져 랭포드와의 애정도 깊어지는듯 하다. 사랑과 일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것이다.

 

 

의학은 발달하고 건강에 관한 관심들은 높아져 우리들의 평균수명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인생은 60부터라고 하지 않았던가. 끝으로 75세에 새출발을 하는 글래디 할머니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할머니 무병장수 만수무강 하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