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 페니
제니퍼 L.홀름 지음, 이광일 옮김 / 지양어린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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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한다는 것은 내 앞에 놓인 삶을 사랑하게 되는 것

 

 

 

페니는 그곳에 산다.


신혼여행지에서 보낸 편지에 '전 세상에서 제일 운 좋은 사나이입니다.' 라고 적었던 로맨틱한 아빠의 추억이 서려있는 곳.
나를 한없이 사랑해주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엄마가 있는 곳. 우수에 젖은 눈길로 항상 차안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내게 행운의 콩을 선물했던 도미닉 삼촌이 있는 곳. 보기만 해도 가슴이 울렁거리고 발음만 해도 혀가 꼬이는 잭 타이텔츠바이크
오빠가 있는 곳. 말썽꾸러기 친구 프레디가 있으며 먹기에 항상 거북살스런 음식을 해주시는 외할머니, 썰렁한 농담을 즐겨 하시는 외할아버지, 엄마를 쫓아다니는 대머리 멀리건 아저씨가 있는 곳.

 

그곳에 페니는 산다.

 


아버지는 없지만 페니는 행복하다. 브룩클린 다저스(현 LA 다저스의 전신)를 응원하며 야구를 하는것도, 동네 푸줏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것도, 수많은 삼촌들과 같이 지내는 것도 모든것이 행복하기만한 이유는 바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이유이기 때문이리라.

 


들판에 곡식이 여물듯 그렇게 페니는 자라고 있다. 때로는 사나운 개에 쫓기고 때로는 프레디와 함께 말썽을 부리고 때로는 스칼렛 오하라 (페니가 기르던 강아지)와의 이별에 슬퍼하기도 하며 그렇게..

 


그러던 중 페니는 세탁기에 팔이 딸려 들어가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자신을 구하러 왔던 도미닉 삼촌에게 엄마는 불같이 화를 내고 급기야는 따귀까지 때리게 된다. 그제서야 페니는 그간 엄마가 삼촌들에게 소원했던 이유를 알게 된다.
그건 바로 미국 역사속에 숨겨진 이탈리아계 미국인에 관한 차별이 그 원인이었다. 그로인해 도미닉이 삼촌이 자신의 남편을 잡혀가게 만든 원흉이 되었다는 오해.. 그날 이후로 페니는 도미닉 삼촌을 볼 수 없었다.

 


행여나 페니가 영영 팔을 못쓸까봐 많은 이들이 찾아와 위로를 해주었다. 하지만 엄마를 줄창 따라 다니던 멀리건 아저씨만은 페니의 팔이 어떤지 전혀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는 조용히 옆에 앉아 그저 페니가 좋아하는 브룩클린 다저스의 야구 기사를 읽어 주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이었다. 그렇게 페니는 아저씨의 따스한 정을 느끼며 그를 아빠로 맞이할 결심을 하게 된다.

 


어느날 페니는 병원 침대에 누워 도미닉 삼촌이 선물해준 행운의 콩을 쥐려다가 자신의 손가락이 다시 움직이는걸 알게된다. 기적적으로 완쾌가 된것이었다. 페니는 그 모든것이 바로 삼촌이 준 '행운의 콩'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엄마와 멀리건 아저씨의 결혼식날. 오랜만에 모든 가족이 모이게 된다. 삼촌들이랑 친할머니 그리고 플로리다로 갔다던 도미닉 삼촌까지도 말끔한 모습으로 찾아와서 축하를 전해주었다. 새끼양의 두 눈 선물로 엄마와 화해도 하게 된 삼촌.

 


단 하루였지만 외할머니는 닭요리를 망치지 않았고, 외할아버지는 썰렁한 농담을 하지 않았으며 엄마는 신경질을 부리지 않았고, 도미닉 삼촌은 차 안에 숨어 있지 않았으며 친할머니는 울지 않았던 모든것이 정상이던 완벽한 하루..

 


아직도 다저스는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하지 못했고 페니는 멀리건 아저씨를 아빠라고 부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페니는 깨닫게 된다. 난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소녀라고.
들판에 곡식이 여물듯 그렇게 페니는 자라고 있었다.

 


언젠가 도미닉 삼촌과 함께 에베츠 구장에서 다저스 경기를 본 적이 있었다.
그 날은 무척 따뜻한 날이었던것 같다.

 


그 시대 그 자리 만큼이나 따뜻했던 책이었다.

 


그리고 난 새삼 생각해 보았다.

 


성장한다는 것은 내 앞에 놓인 삶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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