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인터뷰하다
이동준 글.사진 / 웅진윙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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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의지박약자에겐 좀 더 강한것이 필요하다

 

 

 

훈련소 시절 우리 내무반엔 무척 재미난 친구가 있었다. 재미있는건 좋은데 이 친구가 소위 말하는 고문관이었다. 그 한사람 때문에 우린 매일 밤마다 단체 기합을 받으며 치를 떨어야 했던 기억이 난다. 어느날 훈련도중 그 친구랑 보다 깊게 얘기할 기회가 있었었다. 그때 들은 이야기다. 그 친구는 원래 해병대에 자원했었다고한다. 하지만 며칠 버티지 못하고 바로 사회로 반품 당했다고 한다. 그 이유를 듣고 무척이나 웃었었는데 단 네글자로 표현한 그 이유는 바로 '의지박약' 이었다.

 


만일 연애에도 사랑에도 의지박약자 또는 무능력자란게 존재한다면 그건 바로 요즘의 나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새로운 여자를 만나고 같이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영화를 보고 여행을 가고하는 이 모든것들이 도무지 귀찮게만 느껴지니 이것 참 스스로 생각해봐도 큰 문제가 아닐 수가 없는 노릇이다. 이런것이 늙어간다는 것인가하는 생각에 슬퍼지기조차 한다. 열정이 식고 마음이 늙어간다는게 몸이 쇠약해지고 기력이 떨어지는것 보다 몇배는 더 가슴아픈 일인듯 싶다.

 


치기어린 20대의 봄. 나의 화두는 '열정'이었다. 지방으로 가는 기차에서 스치듯 지나가는 낯선 여인의 향기를 쫓아.. 우리가 첫데이트를 했던 그 찻집을 찾아 태어나서 두번째로 가보는 어느 도시를 세시간 넘게 심장이 터져라 달리곤 했던 아름다운 기억들. 그런 전력에 비추어 보아 수화기 넘어 들려오는 안부를 물어보는 친구들에게 재미없다 내지는 바쁘다는 말로 삶을 이야기할때 그들이 건네는 '짜식 너도 이제 늙는구나.. 변했다..'는 말들에 난 분연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이 책을 펼쳐 들었다. 더이상 볕좋은 주말에 빨래가 잘 마르겠구나란 생각과 집구석에서 책을 읽고 있는 행동을 해서는 안되겠다는 위기감에 말이다.

 


이 책을 쓰고 사진을 찍은 정광호씨는 박사 따러 독일 갔다가 연애만 줄창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타고난 외모가 출중하거나 능력이 아주 뛰어난것 같진 않아보이는'타고난 바람둥이'는 아니다. 저자 스스로가 밝힌 이유는 원체 타고난 성격이 외로움을 잘 타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항상 누군가를 사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면에서 보면 난 타고난 성격부터 연애랑은 뭔가가 안 맞는 사람인가 보다. 왠만해서는 혼자 밥먹는것을 즐기고 항상 혼자 조조영화를 보러가고 혼자 쇼핑을 하는 나.. 불안감은 점점 증폭되어 갔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해법을 찾아 계속 책장을 넘겼다.

 


이 책의 구성은 우선 여자들에게 연애를 묻고 그 다음에 남자들에게 연애를 물어보며 진행된다. 남자와 여자는 기본적으로 다르다. 이 단순한 진리를 깨우치는데 난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듯 하다. 옛말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불패라 하지 않았던가. 이 책 첫번째 챕터인 '그녀에게, 연애를 묻다'에서는 이러한 여성들의 연애심리 상태를 보다 쉽게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고있다. 들여다봐도 들여다봐도 여전히 복잡함의 결정체이다. 그런 복잡함과 섬세함을 파악하고 진행해야 할터인데그저 술 한잔 먹는걸로 다 풀어버리는 우리 남정네들의 단순한 감정정리법 차원에서는 상당히 갈 길이 멀어보이는 바로 그것. 그녀를 제대로 알아가기가 되겠다.

 


두번째 챕터인 '그에게, 연애를 묻다'에서는 가슴이 뜨끔한 기분을 느끼게 되었다. 사례로 제시된 그들의 이야기가 상당부분 필자의 사고와 행동에 일치했기 때문이다. 장가를 못가는건 다 이유가 있었구나란 생각이듬과 동시에 그들에게 묘한 동지의식 까지도 생겼다. 우리가 여자편을 보고 그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공부해야 하듯여성들 또한 남자들의 사고와 특성을 조금만 이라도 이해를 해줬으면 좋겠다 싶었다. 참으로 공감이 많이 가는 이야기들이었다.

 


마지막 챕터인 '연애물어' 에서는 흔히들 하게되는 연애에 관한 오해들의 이야기이다. 요리 잘하는 남자는 다 로맨티스트인가? 웃긴 여자는 정말 연애를 못할까?
등등.. 대충 살펴본 구성은 위와 같다. 자 이제 이 책을 다 읽었다. 그럼 무엇을 해야하나? 흔히 재테크 관련서적이나 자기계발서들은 책을 읽고 난 후 동기부여가되어 금싸라기 같은 그 말들을 실천에 옮겨야 그 의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책들보다 더욱 더 실천이 중요시되는 책이 바로 이와 같은 연애관련 서적이 아닐까싶다.

 


하지만 난 또 다시 책장을 덮고 다른 책을 펴들었다. 먼저 전화 한통하는게 뭐 그리 어렵다고. 그냥 보고싶으면 바로 보고싶다 말하던 그 시절이 그리웠다. 어느새 온갖 잣대로 결혼을 전제로 한 머나먼 미래의 상황에 대해 이것저것 따져보고 있는 내 모습이 무척이나 쓸쓸해 보였던 날이었다. 더 이상 정주지마 더 이상 틈을 주지마 더 이상 그녀들을 사랑하지마라고.. 그리고는 단지 몸이 피곤했을 뿐이라고 스스로에게 비겁한 변명을 할 뿐이었다.

 


전반적으로 연애 의지박약자에겐 다소 약해보이던 책이었지만 이제 봄이 오지 않았는가..

 

항상 책에만 고정시킨 시선을 거두고 이젠 출퇴근길 그녀들을 흘끔거려 봐야겠다.

 

 

'그들이 원하는 건 자신의 재산을 펑펑 써버릴 여자가 아니라 함께 지키고 더 늘려줄 수 있는 여자다.'

(P.143)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까지도 지극히 현실적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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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 빠진 수법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6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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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묘한 이야기 깜찍한 반전

 


기억들 하실런지 모르겠다. 예전에 '환상특급'이란 외국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야말로 기묘한 이야기들의 집합체였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의 미스테리한 이야기와 상상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과학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먼 훗날의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었다. 실제로 미래에 그러한 일들이 가능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뚫어져라 텔레비젼 화면을 응시하며 그런 초자연적인 현상에 관한 경외심을 넘어 섬뜩하기 조차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그런 '환상특급'을 다시 보는듯한 느낌이 드는 기묘한 이야기를 모아둔 일종의 SF 소설이다. 저자인 호시 신이치는 이런 이야기를 천편이나 썼다고 한다.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상상력의 보고이다. 그리고 '플라시보 시리즈'로 불리우는 이 이야기들을 엮은 시리즈는 전 세계적으로 3천만부 이상이 팔렸다고 전해진다.
흔히 약효가 전혀없는 약을 진짜 약으로 속여 환자에게 투여했을때 환자의 병세가 호전되는 효과. 즉 위약효과를 일컫는 '플라시보 효과'의 그 플라시보란 라틴어의 의미 중 '즐겁게 한다'는 의미를 차용한 명명이다.


특이한 점은 각각의 이야기들이 무척이나 짧다는 사실이다. 단편이라고 부를 정도의 분량도 안될만큼.. 호시 신이치는 이를 '쇼트 쇼트 스토리'(초단편 소설)란 장르로 명명하며 독자적인 장르를 개척하였다. 그 짧은 이야기 속에 왠만한 단편에 버금가는 내용과 치밀한 구성등등이 녹아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리하여 굳이 자세를 잡지 않고 출퇴근 길이나 틈나는대로 한 꼭지 한 꼭지씩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니는듯 해 보였다.


그 의미가 결국엔 모호해져 버리는 이야기들도 적지 않으나 대부분의 기묘한 이야기들은 말미에 그야말로 '깜찍한' 반전들을 선보인다. 이게 참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감탄하곤 했다. 3천만부란 경이적인 판매부수를 기록한 사실과 이 책을 접하기전에 제일 처음 들었던 생각인 다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의 나열같은데 뭔 시리즈가 이렇게나 많이 나와있을까란 의구심을 어느정도 해소되게끔 만들었을 정도였다.


역사적 사실이나 전해져 내려오는 옛이야기들을 다른 시각에서 풀어나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나 해저로 가라앉은 아틀란티스의 레랑왕등의 이야기들은 무척 이채롭다.
또한 유령을 이용해 마을을 부흥시켰던 면장 이야기와 같은 소망을 두사람이 열렬하게 품게되면 소원이 이루어지던 이야기, 공포스러운 얼굴로 사람의 미치게 만들던 이야기들의 반전은 특히 흥미롭고도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던 이야기 들이었다.


참으로 인간의 상상력은 무궁무진한것 같다. 순간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을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수시로 메모해 두고 그 아이디어들을 토대로 이야기의 살을 붙여 나가며 창작에 임한다는 호시 신이치의 꼼꼼함과 성실함 그리고 타고난 재치등이 잘 어우러져 플라시보 시리즈란 제목 그대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것 같다.


개인적으로 조금은 더 즐거운 출퇴근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 호시 신이치의 다른 작품들도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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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 비즈니스
샌디 와이트 외 지음, 김근주 옮김 / 북카라반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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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오늘도 새싹갈비덮밥을 먹었다

 

 


글에 앞서 필자의 경험담을 하나 얘기하고자 한다.
아마도 이 책이 전해주려는 메세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란 생각이 든다.

 


퇴근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식당이 두군데 있다. 편의상 A와 B라 칭하자. A는 전형적인 분식점이다. 별다른 인테리어도 없고 음악조차 흐르지 않는다. YTN 뉴스가 항상 틀어져 있고 기본반찬으로는 김치와 단무지가 제공된다. 필자가 그곳에서 즐겨먹는 메뉴는 4500원짜리 오불덮밥 이었다. A의 장점은 바로 싼 가격과 음식이 나오는 빠른 속도에 있었다.

 

B는 퓨전스타일의 와인고깃집이다. 적절하게 무드있는 인테리어에 항상 재즈풍의 음악이 홀 전체에 흐르곤 한다. 기본반찬으로는 김치 또는 깍두기 기본에 각종 나물을 비롯한 채소류와 멸치,새우,어묵볶음 등의 철분과 무기질이 풍부한 마른반찬류가 세가지 더 제공된다. 당시에 필자가 즐겨먹던 메뉴는 6천원짜리 갈비탕이었다. B의 단점은 A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과 주 고객층이 술과 고기를 먹으러 온 가족 및 친구단위의 손님들이라 저녁시간때면 그 손님들을 신경쓰느라 약간은 음식이 늦게 나온다는 점이었다.

 


그리하여 필자는 주로 A를 이용하는 편이었는데 한달전부터 4500원짜리 메뉴들이 5천원으로 인상이 되었더랬다. 음식의 양도 그대로고 (아니 오히려 더 줄어든듯) 특히 항상 불만이던 김치와 단무지뿐인 반찬도 그대로였는데 500원 인상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해가 거듭 될 수록 크기는 작아지고 가격은 올라가서 더이상 정(情)을 느낄 수 없었던 초코파이에게서 받았던 그 섭섭함을 또 느껴야 한다니.. 그날 이후로 난 B를 다시 찾게 되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숨겨진 5천원짜리 메뉴인 새싹갈비덮밥을 발견하게 되었다. 자 이제는 가격면에서 우위를 점하던 A의 메리트는 없어진 셈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이 고객의 발길을 이끌 요소가 되겠는가.

 


그 해답을 필자는 바로 B식당의 사장님 동생에게서 발견하였더랬다. 형의 가게일을 도와주는듯 보였는데 그 친구가 처음으로 나의 계산을 해주던날 필자의 신용카드를보고 무척이나 기뻐하던 일이 있었다. 아니 이게 무슨 황당한 경우냐고? 그 카드는 바로 S은행에서 나온 우리의 박지성 선수가 활약하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카드였던 것이다. 자기가 축구광이라고 계산을 하는데 축구 이야기만 한 5분을 늘어놓았다. 그 후로 그 친구는 나를 기억하게 되었다.

 

원래는 책을 볼때 누가 말을 걸면 짜증을 내곤 하는데 항상 생글생글 웃으며 친한척 하는 그 친구는 내가 무성의하게 대꾸를 해도 그런 태도를 항상 유지하였다. 그러다보니 농담도 받아주게 되고 그가 날씨에 상관없이 주말엔 빠지지않고 조기축구에 참가한다는 사실과 사장님과의 관계, 좋아하는 팀, 선수 등의 정보들을 난 알게되었고 그 친구는 내 고향이 어디이고 어디에서 무슨일을 하며 왜 매일 책을 손에 들고 다니며 밥을 기다리며 읽는것인지 주말이면 왜 매 끼니를 자기네 식당에서 먹는것인지 등의 이유를 알게되었다.

 


내가 항상 밥을 3분의 1정도 남겨둔 시점에서 미리 커피를 뽑아두고 좀 식힌 다음 나가면서 바로 마신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언제부턴가 그 친구는 내 밥이 3분의 1이남은 시점에 정확히 커피를 가져다주는 센스를 발휘하였다. 그리고 오늘처럼 새싹갈비덮밥이 점심특선 메뉴로 제공되어 저녁에 물량이 딸릴 날이면 항상 내 몫의 마지막 1인분은 남겨두는 특별대접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난 이제 B식당밖에 가질 않는다. 고객이 감동하는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인테리어나 음악 따위는 혼자 저녁을 먹는 사람에게는 애당초 아무런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건 바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그런 '관계' 였던 것이다.

 

 

그래서 난 오늘도 새싹갈비덮밥을 먹었다.

 

 


이 책은 누구나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우화식으로 된 일종의 자기계발서이다. 우리가 부대끼고 살아가는 이 사회와 일하는 회사란 조직을 원숭이들이 살아가는 정글로 비유를 하고있다. 주인공인 '리더'란 원숭이는 그 회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직원' 이었다. 하지만 조직은 점차 타성과 무사안일주의에 빠져들게 되고 전혀 변화를 시도할 조짐조차 보이질 않자 리더는 그의 아내인 컨피던트와의 의논끝에 자신이 직접 '몽키 비즈니스'란 회사를 설립하기로 결심한다.


두려움보다는 열정에 맡겨보라는 컨피던트의 조언은 이러하였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확실한 것을 포기하고 독립을 하려면 두려움을 느끼게 되죠. 혹시 실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안절부절 못하게 되잖아요. 그렇다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당신을 불편하게 만들겠죠?'

 

(P.54)

 

 


그리하여 리더는 회사의 계명을 세워라, 모든 팀 사이의 연결고리들을 점검하라, 황금관계를 맺어라, 고객과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하라, 고객의 존재 가치를 높여라, 무한 책임 서비스를 보장하라, 열정적인 하루를 보내라는 이 일곱가지의 정글법칙을 모토로 몽키 비즈니스를 설립하였다.

 

 

그 후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특히 이 부분이 가장 많은것을 비유적으로 시사해준 대목이 아닌가 싶다. 동물의 사회도 인간 사회처럼 표범처럼 뺀질거리는 이나 사자처럼 허풍떠는 이나 하이에나처럼 남을 헐뜯는 이들은 대접을 받을 수 가 없었다. 대신 코끼리 처럼 자신에게 적합한 업무를 적절하게 찾아내고 그를 개발하는 성실함과 창의력이 있는 이와 그라젤처럼 투철한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한 이들이 대접받는 사실은 만고불변의 진리였다.

 

 

또한 리더가 면접시에 그 대상을 원숭이 뿐만 아닌 전 동물을 대상으로 했다는 사실은 경영자의 열린 사고와 차별없이 모두가 즐겁게 일할 권리를 가지는 세상을 만든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겠으며 학연이나 지연 또는 연령이나 성별, 종교 등등 그리고 장애인에 관한 처우등 모든것에 대해 현 우리사회가 직원채용시 부당하게 들이대는 잣대에 대한 일종의 비판으로 보여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해주었던 부분이라 특히나 기억에 오래남는 장면이었다.

 


리더의 회사라고 해서 항상 승승장구 할 수는 없었다.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그는 현명한 동료들을 선택하였다. 수리에 밝은 재무팀장과 여성특유의 친화력으로 유머있게 조직을 관리하는 마케팅 팀장 등이 그들이었다. 그리고 끝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인 필자가 앞서 구구절절하게 사례를 들어 언급하였던 바로 기업과 고객간의 그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가장 중점을 맞추고 그들의 열정을 전달하고 그로인해 고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서비스로 몽키 비즈니스는 대성공을 이루며 이 책은 끝을 맺는다.

 


그리고 마침내 깨달음을 얻은 리더는 컨피던트에게 이렇게 말한다.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관계야. 직원은 물론 고객들과 지속적이고 성실한 관계를 쌓아야 하는 거지.'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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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마지막 의식
이언 매큐언 지음, 박경희 엮음 / Media2.0(미디어 2.0)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느낌으로 읽는 책

 

 


이언 매큐언.

 

서머싯 몸 상, 부커 상, 휘트브레드 상, 영미 작가협회 상 등 영미 문학의 주요 문학상을 모두 석권한 작가. 최근에 개봉한 '어톤먼트'란 영화의 원작자.
그 명성은 익히 들었으나 그의 책을 본 것은 아마도 처음인것 같다. 근데 처음부터 너무 강한걸 만나버렸다. 난 단지 '첫사랑' 그 한 마디를 보고 선택한 것이었는데 말이다. 황순원의 '소나기' 처럼 그런 순수한 느낌부터 드는 단어 '첫사랑'

만일 단어에도 맛이란 것이 있다면 첫사랑이란 단어의 맛은 갓 찌어낸 백설기 처럼 한없이 깨끗하고 고소하고 달콤한 그것일꺼라고 난 생각했었다.

 


그 '강함'은 여덟편의 단편 중 제일 먼저 실린 '입체기하학'에서 부터 바로 시작되었다. 할아버지의 유산이 경매를 통해 산 포르말린 병에 담긴 어느 남자의 성기라니..
그걸 가보랍시고 신주단지 모시듯 떠받들고 매일 밤마다 할아버지의 일기만을 연구하는 그가 싫어서 아내는 그 유산을 깨어버린다. 그걸 뒷처리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생생하다.

 

책에도 향기가 있다면 그 포르말린 냄새가 풍겨 나오는듯한 바로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책에도 촉감이 있다면 그 거시기의 물컹함이 책장을 쥔 내 두손에 느껴졌던 바로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아내를 사라지게 만든다. 참으로 황당하게도 말이다. 이 단편소설은 영국 BBC 방송국에서 드라마로 제작하려 했다가 제작진이 무더기로 해고되는 사태를 불러 일으켰다고 전해진다.

 


두번째 작품인 '가정 처방'은 버스안에서 보았다. 나도 모르게 옆자리 아가씨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저 아저씨는 뭐 저런걸 버젓하게 펴놓고 보고있을까란 생각을 할까봐.
왜냐고? 총각딱지를 떼기 위해 엄마 아빠 놀이를 하자고 자기 여동생을 꼬드겨 강간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 충격이란..!! 그제서야 난 생각했다. 이 책은 이성적으로 지극히 상식을 가진 시선으로 내용을 따라 읽으면 안 되는 거구나라고. 잠시 도덕적 잣대는 놓아두고 그 느낌을 따라가며.. 인간이라면 누구나 말못하고 가슴속에 담아두고 있는 그 내재적 욕망들의 표현이라고..

 


그 후에 이어지는 이야기들도 어느 하나 평범한 것이 없다. 나체 쇼 리허설 도중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동네 똥개마냥 실제로 정사를 벌이는 남녀, 벽장속에서 마스터베이션만 하는 청년 등등..

 

 

그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게 보았던 작품은 '나비'이다. 나비를 찾아 평화롭게 소녀와 숲 길을 걸을때면 마치 한 폭의 수채화 내지는 수묵화가 연상되었다. 근데 그렇게 끝나면 이언 매큐언이 아닌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끝에가서는 바지 지퍼를 내린다. 그리고 어린 소녀에게 수음을 강요한다.
수채화가 바로 춘화도로 돌변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유아살해에 까지 이르다니.. 심하게 가치관이 혼란 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필자가 심하게 오해를 했던 그 아름다운 제목. 표제작인 '첫사랑, 마지막 의식'에서는 연인의 침실뒤에서 정체모를 소리를 내던 존재가 큰 쥐로 밝혀지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그 쥐를 잡아 죽인다. 벌어진 상처 사이로 새끼 쥐의 모습이 보인다. 새끼를 잉태하고 있던 엄마쥐였다. 순간 난 흠칫했다. 시셀이 저 큰쥐를 먹기라도 해버리는거 아냐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무좀이 번져 악취를 풍기던 시셀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근데 그게 첫사랑이랑은 무슨 연관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쥐를 잡자 쥐를 잡자 찍찍찍이나 내가 아주 어렸을적인 70년대에 매월 25일은
'쥐잡는 날'이라는 표어가 생각이 날 뿐..

 


여러모로 충격적이고 독특한 소설들이었다. 앞서 필자는 유난히 고상을 떨었지만 (아니 그게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겠지만) 우리 인간속에 내재된 그런 욕망들을 솔직하고 적나라 하게 풀어내는 솜씨는 단연 일품이다.

 

구식 안경을 걸친 이언 매큐언의 지적인 용모를 빗대 '학교 선생처럼 생긴 사람이 글은 악마처럼 쓴다'라고했던 '옵서버'지의 표현이 가장 절묘하게 들어 맞는다. 그리고 그의 소설 전반에 흐르는 몽환적인 느낌과 함께 그 거부하고 싶으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묘한 매력과 여운은 꽤나 오래갈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수많은 이언 매큐언의 팬들에게는 약간 미안하지만 별점은 일부러 하나를 뺐다. 이 책의 제목에 살짝 배신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첫사랑' 이란 단어가 주는 느낌은 황순원 선생님의 '소나기'가 한 수 위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니 양해해 주시길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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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가출 중
미츠바 쇼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상처를 감싸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붕대

 

 

 

이 책의 원제목은 '염세 플레이버'라고 한다. 염세의 향기쯤으로 직역될 수 있겠다. 그것이 무언지 이유는 다 다르겠지만 이 세상이 지긋지긋해질 정도로 상처를 저마다의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이들이 이 평범치 않은 가족의 구성원들이다.

 


치매기가 있는 생선매니아 73세의 할아버지, 매일밤 술에 취해 잠이드는 42세의 엄마, 직장을 그만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의 노릇을 해야하는 27세의 큰아들,
비행과 탈선에 이르는 길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17세의 딸, 달리기만이 전부인 14세의 막내 아들이 바로 그들이다.

 


보다시피 이 가족에는 가장인 '아빠'가 없다. 가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그런 가장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고 나서야 이 삐긋한 가족의 구성원들은
각자의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한다. 이리저리 흩어져있던 퍼즐조각이 제자리를 찾아가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듯이.

 


원래 아버지란 바람같은 사람이었다. 한때 세상을 등지고 살 뻔 했던 엄마를 사랑했으니 아버지에게도 사람으로서의 정은 있었나본데.. 결국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각각 다른 우리 3남매를 가족이란 이름으로 엮이게끔 한 걸 보면 그렇게 완벽했던 존재로서의 아버지 그 모습과는 거리가 상당히 있어보이는건 사실이다.

 


아버지의 부재와는 별반 상관없이 사춘기인 이 집안의 막내아들인 나는 지금 내 생에 큰 갈림길에 놓여있다. 학교를 계속 다닐것인가 말것인가로 육상을 계속 할것인가 말것인가로. 코치가 말하는 부스터 따위는 느껴보지 못했지만 언제나 나보다 한수 아래로 여겨지던 단치 녀석이 육상을 그만둔다는 내말에 기고만장해 하는 꼴이 보기가 싫어 당분간 육상은 계속 해야겠다. 독립을 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돈도 벌고 운동도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다보니 새벽에 신문배달을 하게됬다.
여전히 내겐 무관심한 형제들과 성가시게 구는 엄마,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할아버지 뿐인 집이지만. 난 '시끄러워' 한마디만 하면 된다.

 


주위의 예상과는 다르게 공부도 꽤 하는 나는 이 집안의 딸이다. 그냥 남들의 눈에 띄지 않을려고 막나가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집에는 일찍 들어가기가 싫다.
그래서 밤일을 한다. 밤일이라고 말하니 뭐 요상한것이 아니냐고? 훗. 날 뭘로보고 그런소리를 하는건데? 그냥 평범한 술집일 뿐이다. 그곳에서 손님들에게 술과 안주를 건네주는것이 전부다. 그런데 이제 그 아르바이트 조차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아버지란 사람이 가출이란걸 하고 나서 부터다. 사람들이 날 불쌍하게 본다.
돈도 걷어다 주고, 공짜돈이 싫은건 아니지만 그래도 참 기가 막힌다. 집에는 별로 일찍 들어가고 싶지는 않은데. 딱히 할일이 없게 되어버렸다. 그러던중 애완동물
가게에서 별로 상태가 안좋은 고양이를 보게되었다. 내가 알게된 나의 '몸값'인 5만엔을 지불하고 그 녀석을 사가지고 돌아왔다. 일전에 집을 나간 '부장'이라 이름붙인 고양이가 생각이나 '부장대리'라고 이름지었다. 그리고는 가족들에게 그 고양이를 키울꺼라고 선언하였다. 이젠 집에 일찍와도 할 일이 생긴것이다.

 


난 이 집안의 장남이다. 아마도 아버지란 사람의 가출로 인해 가장 크게 곤란을 겪고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닌가 싶다. 얼마전 직장을 그만둔 사실을 밝힐수도 없다.
아직 학생인 두 동생은 그렇다쳐도 나랑 열다섯살 차이밖에 안나는 새엄마란 사람조차도 치매에 걸리신 할아버지 곁에 붙어있어야할 상황이니 이 집안에서 돈을 벌
사람은 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세상은 생각만큼 녹록치가 않다. 너무 많이 배운것이 일을 하기에 불리해지는 세상인것이다. 그래도 알량한 자존심에 생활비는 내야
하고 난 오늘도 양복을 입고 공사장으로 출근을 한다. 그곳에서 만난 일본을 좋아한다던 인도네시아인 사부로. 그 사부로에게 이별선물로 라우더와 탑차의 운전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 후 뉴스를 통해 들었던 어느 절도 사건에 난 뒷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느낌과 더불어 통쾌하고 묘한 기분을 느꼈다. 여전히 난 고민이 많지만
그간 무관심했던 동생들의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라던지 친엄마를 통해 얼마간의 도움을 받은 일이라던지 뭔가는 좀 바뀌어가는 느낌이 들곤 한다.

 


여기까지가 각각 어머니와 아버지가 다르기도 하고 같기도 한 이 특이한 3남매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이다. 그외 엄마와 할아버지의 독백은 아버지에 관한 기억들과
삐걱거리기는 하지만 이 집안과 가족의 근간을 이룬 할아버지대의 이야기들이다. 장남인 류가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하듯 이 가족의 구성원들은 정도의 차이와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다들 '가장'의 부재로 인해 역설적으로 자기 '가족'에 관한 재고를 하고 나름대로의 재구성을 해가는 나름대로 흐뭇한 모습을 보인다.

 


막내 스토의 역전마라톤 대회날 이 가족은 한자리에 다 모이게 된다. 얼마나 대단한 성적을 거둘지 그러한것은 이제 중요한 것이 아니다.
김영하씨의 단편소설 '오빠가 돌아왔다'의 그 허접한 가족의 소풍날처럼. 이 세상 영원한 내 편인 '가족'이라는 사람들이 함께했다는 사실이 중요할뿐.

 


카나가 무네유키의 낡은 부츠를 신고다니듯. 기억도 안나지만 할아버지가 손자의 응원 도시락을 싸두라고 고함을 지르듯. 시부모와의 추억이 서려있는 화단을 바라보듯. 자존심을 접어두고 생활비를 건네듯 그렇게 이 가족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며 챙겨가고 있었다.

 


여전히 완벽하고 완전한건 없어 보이지만 저마다의 상처를 감싸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붕대로 치유하며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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