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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 비즈니스
샌디 와이트 외 지음, 김근주 옮김 / 북카라반 / 2008년 2월
평점 :
난 오늘도 새싹갈비덮밥을 먹었다
글에 앞서 필자의 경험담을 하나 얘기하고자 한다.
아마도 이 책이 전해주려는 메세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란 생각이 든다.
퇴근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식당이 두군데 있다. 편의상 A와 B라 칭하자. A는 전형적인 분식점이다. 별다른 인테리어도 없고 음악조차 흐르지 않는다. YTN 뉴스가 항상 틀어져 있고 기본반찬으로는 김치와 단무지가 제공된다. 필자가 그곳에서 즐겨먹는 메뉴는 4500원짜리 오불덮밥 이었다. A의 장점은 바로 싼 가격과 음식이 나오는 빠른 속도에 있었다.
B는 퓨전스타일의 와인고깃집이다. 적절하게 무드있는 인테리어에 항상 재즈풍의 음악이 홀 전체에 흐르곤 한다. 기본반찬으로는 김치 또는 깍두기 기본에 각종 나물을 비롯한 채소류와 멸치,새우,어묵볶음 등의 철분과 무기질이 풍부한 마른반찬류가 세가지 더 제공된다. 당시에 필자가 즐겨먹던 메뉴는 6천원짜리 갈비탕이었다. B의 단점은 A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과 주 고객층이 술과 고기를 먹으러 온 가족 및 친구단위의 손님들이라 저녁시간때면 그 손님들을 신경쓰느라 약간은 음식이 늦게 나온다는 점이었다.
그리하여 필자는 주로 A를 이용하는 편이었는데 한달전부터 4500원짜리 메뉴들이 5천원으로 인상이 되었더랬다. 음식의 양도 그대로고 (아니 오히려 더 줄어든듯) 특히 항상 불만이던 김치와 단무지뿐인 반찬도 그대로였는데 500원 인상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해가 거듭 될 수록 크기는 작아지고 가격은 올라가서 더이상 정(情)을 느낄 수 없었던 초코파이에게서 받았던 그 섭섭함을 또 느껴야 한다니.. 그날 이후로 난 B를 다시 찾게 되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숨겨진 5천원짜리 메뉴인 새싹갈비덮밥을 발견하게 되었다. 자 이제는 가격면에서 우위를 점하던 A의 메리트는 없어진 셈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이 고객의 발길을 이끌 요소가 되겠는가.
그 해답을 필자는 바로 B식당의 사장님 동생에게서 발견하였더랬다. 형의 가게일을 도와주는듯 보였는데 그 친구가 처음으로 나의 계산을 해주던날 필자의 신용카드를보고 무척이나 기뻐하던 일이 있었다. 아니 이게 무슨 황당한 경우냐고? 그 카드는 바로 S은행에서 나온 우리의 박지성 선수가 활약하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카드였던 것이다. 자기가 축구광이라고 계산을 하는데 축구 이야기만 한 5분을 늘어놓았다. 그 후로 그 친구는 나를 기억하게 되었다.
원래는 책을 볼때 누가 말을 걸면 짜증을 내곤 하는데 항상 생글생글 웃으며 친한척 하는 그 친구는 내가 무성의하게 대꾸를 해도 그런 태도를 항상 유지하였다. 그러다보니 농담도 받아주게 되고 그가 날씨에 상관없이 주말엔 빠지지않고 조기축구에 참가한다는 사실과 사장님과의 관계, 좋아하는 팀, 선수 등의 정보들을 난 알게되었고 그 친구는 내 고향이 어디이고 어디에서 무슨일을 하며 왜 매일 책을 손에 들고 다니며 밥을 기다리며 읽는것인지 주말이면 왜 매 끼니를 자기네 식당에서 먹는것인지 등의 이유를 알게되었다.
내가 항상 밥을 3분의 1정도 남겨둔 시점에서 미리 커피를 뽑아두고 좀 식힌 다음 나가면서 바로 마신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언제부턴가 그 친구는 내 밥이 3분의 1이남은 시점에 정확히 커피를 가져다주는 센스를 발휘하였다. 그리고 오늘처럼 새싹갈비덮밥이 점심특선 메뉴로 제공되어 저녁에 물량이 딸릴 날이면 항상 내 몫의 마지막 1인분은 남겨두는 특별대접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난 이제 B식당밖에 가질 않는다. 고객이 감동하는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인테리어나 음악 따위는 혼자 저녁을 먹는 사람에게는 애당초 아무런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건 바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그런 '관계' 였던 것이다.
그래서 난 오늘도 새싹갈비덮밥을 먹었다.
이 책은 누구나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우화식으로 된 일종의 자기계발서이다. 우리가 부대끼고 살아가는 이 사회와 일하는 회사란 조직을 원숭이들이 살아가는 정글로 비유를 하고있다. 주인공인 '리더'란 원숭이는 그 회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직원' 이었다. 하지만 조직은 점차 타성과 무사안일주의에 빠져들게 되고 전혀 변화를 시도할 조짐조차 보이질 않자 리더는 그의 아내인 컨피던트와의 의논끝에 자신이 직접 '몽키 비즈니스'란 회사를 설립하기로 결심한다.
두려움보다는 열정에 맡겨보라는 컨피던트의 조언은 이러하였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확실한 것을 포기하고 독립을 하려면 두려움을 느끼게 되죠. 혹시 실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안절부절 못하게 되잖아요. 그렇다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당신을 불편하게 만들겠죠?'
(P.54)
그리하여 리더는 회사의 계명을 세워라, 모든 팀 사이의 연결고리들을 점검하라, 황금관계를 맺어라, 고객과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하라, 고객의 존재 가치를 높여라, 무한 책임 서비스를 보장하라, 열정적인 하루를 보내라는 이 일곱가지의 정글법칙을 모토로 몽키 비즈니스를 설립하였다.
그 후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특히 이 부분이 가장 많은것을 비유적으로 시사해준 대목이 아닌가 싶다. 동물의 사회도 인간 사회처럼 표범처럼 뺀질거리는 이나 사자처럼 허풍떠는 이나 하이에나처럼 남을 헐뜯는 이들은 대접을 받을 수 가 없었다. 대신 코끼리 처럼 자신에게 적합한 업무를 적절하게 찾아내고 그를 개발하는 성실함과 창의력이 있는 이와 그라젤처럼 투철한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한 이들이 대접받는 사실은 만고불변의 진리였다.
또한 리더가 면접시에 그 대상을 원숭이 뿐만 아닌 전 동물을 대상으로 했다는 사실은 경영자의 열린 사고와 차별없이 모두가 즐겁게 일할 권리를 가지는 세상을 만든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겠으며 학연이나 지연 또는 연령이나 성별, 종교 등등 그리고 장애인에 관한 처우등 모든것에 대해 현 우리사회가 직원채용시 부당하게 들이대는 잣대에 대한 일종의 비판으로 보여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해주었던 부분이라 특히나 기억에 오래남는 장면이었다.
리더의 회사라고 해서 항상 승승장구 할 수는 없었다.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그는 현명한 동료들을 선택하였다. 수리에 밝은 재무팀장과 여성특유의 친화력으로 유머있게 조직을 관리하는 마케팅 팀장 등이 그들이었다. 그리고 끝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인 필자가 앞서 구구절절하게 사례를 들어 언급하였던 바로 기업과 고객간의 그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가장 중점을 맞추고 그들의 열정을 전달하고 그로인해 고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서비스로 몽키 비즈니스는 대성공을 이루며 이 책은 끝을 맺는다.
그리고 마침내 깨달음을 얻은 리더는 컨피던트에게 이렇게 말한다.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관계야. 직원은 물론 고객들과 지속적이고 성실한 관계를 쌓아야 하는 거지.'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