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인터뷰하다
이동준 글.사진 / 웅진윙스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연애 의지박약자에겐 좀 더 강한것이 필요하다

 

 

 

훈련소 시절 우리 내무반엔 무척 재미난 친구가 있었다. 재미있는건 좋은데 이 친구가 소위 말하는 고문관이었다. 그 한사람 때문에 우린 매일 밤마다 단체 기합을 받으며 치를 떨어야 했던 기억이 난다. 어느날 훈련도중 그 친구랑 보다 깊게 얘기할 기회가 있었었다. 그때 들은 이야기다. 그 친구는 원래 해병대에 자원했었다고한다. 하지만 며칠 버티지 못하고 바로 사회로 반품 당했다고 한다. 그 이유를 듣고 무척이나 웃었었는데 단 네글자로 표현한 그 이유는 바로 '의지박약' 이었다.

 


만일 연애에도 사랑에도 의지박약자 또는 무능력자란게 존재한다면 그건 바로 요즘의 나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새로운 여자를 만나고 같이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영화를 보고 여행을 가고하는 이 모든것들이 도무지 귀찮게만 느껴지니 이것 참 스스로 생각해봐도 큰 문제가 아닐 수가 없는 노릇이다. 이런것이 늙어간다는 것인가하는 생각에 슬퍼지기조차 한다. 열정이 식고 마음이 늙어간다는게 몸이 쇠약해지고 기력이 떨어지는것 보다 몇배는 더 가슴아픈 일인듯 싶다.

 


치기어린 20대의 봄. 나의 화두는 '열정'이었다. 지방으로 가는 기차에서 스치듯 지나가는 낯선 여인의 향기를 쫓아.. 우리가 첫데이트를 했던 그 찻집을 찾아 태어나서 두번째로 가보는 어느 도시를 세시간 넘게 심장이 터져라 달리곤 했던 아름다운 기억들. 그런 전력에 비추어 보아 수화기 넘어 들려오는 안부를 물어보는 친구들에게 재미없다 내지는 바쁘다는 말로 삶을 이야기할때 그들이 건네는 '짜식 너도 이제 늙는구나.. 변했다..'는 말들에 난 분연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이 책을 펼쳐 들었다. 더이상 볕좋은 주말에 빨래가 잘 마르겠구나란 생각과 집구석에서 책을 읽고 있는 행동을 해서는 안되겠다는 위기감에 말이다.

 


이 책을 쓰고 사진을 찍은 정광호씨는 박사 따러 독일 갔다가 연애만 줄창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타고난 외모가 출중하거나 능력이 아주 뛰어난것 같진 않아보이는'타고난 바람둥이'는 아니다. 저자 스스로가 밝힌 이유는 원체 타고난 성격이 외로움을 잘 타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항상 누군가를 사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면에서 보면 난 타고난 성격부터 연애랑은 뭔가가 안 맞는 사람인가 보다. 왠만해서는 혼자 밥먹는것을 즐기고 항상 혼자 조조영화를 보러가고 혼자 쇼핑을 하는 나.. 불안감은 점점 증폭되어 갔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해법을 찾아 계속 책장을 넘겼다.

 


이 책의 구성은 우선 여자들에게 연애를 묻고 그 다음에 남자들에게 연애를 물어보며 진행된다. 남자와 여자는 기본적으로 다르다. 이 단순한 진리를 깨우치는데 난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듯 하다. 옛말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불패라 하지 않았던가. 이 책 첫번째 챕터인 '그녀에게, 연애를 묻다'에서는 이러한 여성들의 연애심리 상태를 보다 쉽게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고있다. 들여다봐도 들여다봐도 여전히 복잡함의 결정체이다. 그런 복잡함과 섬세함을 파악하고 진행해야 할터인데그저 술 한잔 먹는걸로 다 풀어버리는 우리 남정네들의 단순한 감정정리법 차원에서는 상당히 갈 길이 멀어보이는 바로 그것. 그녀를 제대로 알아가기가 되겠다.

 


두번째 챕터인 '그에게, 연애를 묻다'에서는 가슴이 뜨끔한 기분을 느끼게 되었다. 사례로 제시된 그들의 이야기가 상당부분 필자의 사고와 행동에 일치했기 때문이다. 장가를 못가는건 다 이유가 있었구나란 생각이듬과 동시에 그들에게 묘한 동지의식 까지도 생겼다. 우리가 여자편을 보고 그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공부해야 하듯여성들 또한 남자들의 사고와 특성을 조금만 이라도 이해를 해줬으면 좋겠다 싶었다. 참으로 공감이 많이 가는 이야기들이었다.

 


마지막 챕터인 '연애물어' 에서는 흔히들 하게되는 연애에 관한 오해들의 이야기이다. 요리 잘하는 남자는 다 로맨티스트인가? 웃긴 여자는 정말 연애를 못할까?
등등.. 대충 살펴본 구성은 위와 같다. 자 이제 이 책을 다 읽었다. 그럼 무엇을 해야하나? 흔히 재테크 관련서적이나 자기계발서들은 책을 읽고 난 후 동기부여가되어 금싸라기 같은 그 말들을 실천에 옮겨야 그 의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책들보다 더욱 더 실천이 중요시되는 책이 바로 이와 같은 연애관련 서적이 아닐까싶다.

 


하지만 난 또 다시 책장을 덮고 다른 책을 펴들었다. 먼저 전화 한통하는게 뭐 그리 어렵다고. 그냥 보고싶으면 바로 보고싶다 말하던 그 시절이 그리웠다. 어느새 온갖 잣대로 결혼을 전제로 한 머나먼 미래의 상황에 대해 이것저것 따져보고 있는 내 모습이 무척이나 쓸쓸해 보였던 날이었다. 더 이상 정주지마 더 이상 틈을 주지마 더 이상 그녀들을 사랑하지마라고.. 그리고는 단지 몸이 피곤했을 뿐이라고 스스로에게 비겁한 변명을 할 뿐이었다.

 


전반적으로 연애 의지박약자에겐 다소 약해보이던 책이었지만 이제 봄이 오지 않았는가..

 

항상 책에만 고정시킨 시선을 거두고 이젠 출퇴근길 그녀들을 흘끔거려 봐야겠다.

 

 

'그들이 원하는 건 자신의 재산을 펑펑 써버릴 여자가 아니라 함께 지키고 더 늘려줄 수 있는 여자다.'

(P.143)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까지도 지극히 현실적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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