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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가르치는 기술
야스코치 테츠야 지음, 최대현 옮김 / 두리미디어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쉽게 가르치는 사람이라 책도 쉽게 쓰는구나
필자는 대학시절인 20대 초반에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경험하였다. 당시에는 돈 보다는 수많은 경험을 하는것이 먼 훗날 나에게 큰 자산이 되리라는 판단에서였다. 클라크의 산업분류법에 의거하여 살펴보면 패스트푸드점이나 호프집 같은 3차 서비스업은 기본에 섬유공장이나 공사현장같은 2차산업인 제조업, 건설업등은 많은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로 선택하는 것이기에 기본적으로 다 거쳤고 그 외 옷장사, 책장사, 약장사, 붕어엑기스 장사, 야구장, 결혼정보회사, 레크레이션 강사 등등 별 희한한 아르바이트를 다하며 싸돌아 다녔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대학생들이 가장 즐겨하는 아르바이트중 유일하게 못해본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과외선생님' 이다.
몇번의 기회는 있었으나 평소 행실로 보아 (필자의 당시 취미는 지금과 같은 독서와 사색이 아닌 바로 음주가무였었다.) 도무지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신뢰가 안간다는 이유로 번번히 거절당하였고 책상앞에 같이 앉는 순간이와도 농담 따먹기만 하다가 시간을 다 보내버리기 일쑤였다. 그때 난 느꼈다. 아 내가 참 가르치는데 소질이 없긴 없나보구나라고.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가르치는 기술'이 필요한 순간이 오게 마련이었다. 특히나 회사에서 후배들을 상대로 업무에 관한 가르침을 줄 때에 그런 '쉽게 가르치는 기술'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란 생각이 들곤 했었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었다. 뭔가 엄청난 비법이 있지나 않을까 기대를 가지며 책장을 펼쳐보았다.
이 책의 저자인 야스코치 테츠야씨는 일본의 유명한 스타강사라고 한다. 벌써 이름에 '코치'란 단어가 들어가있지 않은가.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하는 운명을 타고난 사람같다. 하지만 그는 대학 1학년때 학원강사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4학년때 본격적으로 제대로 된 학원으로 스카우트 되어 가는 바람에 교생실습도 못하고 교원 자격증도 따지 못한 스스로의 표현에 의하면 '교육계의 블랙잭'이라 한다. 그런 그가 20년이란 세월 동안 60여권의 책을 쓰고 3만명의 학생들을 가르쳤다니 쉽게 가르치는 기술에 관한한 내공이 상당히 쌓인 인물이긴한가 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은 참 쉽다. 쉽게 가르치는 사람이라 책도 쉽게 쓰는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간중간 그림도 있고 그래프와 같은 표도 보이고 적절한 예들이 적시적소에 잘 나타나 있는 편이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이 뭐랄까 너무 일반적
인 편이다. 즉 누구나 다 막연하게 한번쯤은 '어떻게 하면 좀 더 잘 가르칠까?' 하고 생각해 봤을법한 얘기들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우리가 학창시절 만났던 선생님들 대부분도 다 그렇게 하셨다는 생각이 새삼 들기도 했다. 그런면에서
이 책 표지의 '1%의 선생님만 알고 있는 티칭 테크닉'이란 문구는 다소 과장된 표현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중요한건 누구나다 막연하게 느끼는 그러한 쉽게 가르치는 방법을 이렇게 알기 쉽게 깔끔하게 정리해서 글로 표현했다는데 저자의 쉽게 가르치는 능력이 드러난것 같다. 이것도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가르침'일테니 말이다.
이 책에 소개된 수많은 방법중 필자가 초,중,고 12년 재수학원 1년 대학 4년 도합 17년동안 교육을 받으면서 어떤 선생님도 시도를 하는걸 못 보았던 방법은 딱 한가지다. 수업하면서 따로 복습시간 주는 방법. 수업 마치고 집에가서 복습하지 말고
수업시간에 따로 시간 줄테니 바로 바로 복습하자는 방법인데.. 그러면서 가르치는 사람도 리프레쉬하는 효과를 노리고 등등. 그냥 쉽게 하는말 같아도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럴싸한 방법 같기도 했다. 특히나 필자처럼 수업시간에 선생님과 따로 놀기를 좋아했던 말 안듣는 학생의 입장이라면 말이다. 집에 가봐야 안 할 복습 중간중간 해주면 진도 따라가기도 쉽고 기억도 오래 남고..
그 외 내용들은 우선 가르치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자세에 관한 이야기. 저자는 그걸 학자, 배우, 예언자, 엔터테이너, 의사라는 다섯 가지의 역할로 비유하였다. 딱보면 쉽게 느낌이 오지 않는가. 학자처럼 정확한 지식을 가지고 예언자처럼 학생들에게 잘 할 수 있다는 확신과 믿음을 주며 엔터테이너처럼 즐겁게. 그 다음장은 가르치는 기술에 관한 구체적인 기술로 이루어져 있다. 앞서 거론했듯이 많은 방법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한 줄로 요약하면 '쉽게 가르치는것이 잘 가르치는것'이다. 그 외 챕터들은 학생들로 하여금 먼저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법과 배우는 사람들의 유형에 따른 적절한 교수법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서 기술한바와 같이 전반적으로 지극히 일반적인 이야기들이라 보다 디테일한 언급은 이만 줄이기로 하고, 에필로그로 저자가 20년동안 가르치며 깨달은 사항들을 싣고있다. 저자 자신조차도 선생님이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고 한다. 말그대로 우연한 기회에 시급이 높은 아르바이트를 구하다 보니까 교육계로 흘러 들어온 셈이 되어버렸는데, 무엇보다도 가르치는것 그 자체가 너무 즐거운 일이라서 계속하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나 자신의 가르침을 받고 성적이 좋아졌다고 고맙다고 인사를 받고 그러는 순간에 느끼는 가르치는 사람으로서의 보람과 뿌듯함에 지금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전해진다.
정작 중요한 '쉽게 가르치는 기술'은 구구절절 수많은 방법에 있다기 보다는 가르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상호간의 신뢰감 그리고 그러한 과정으로 느끼게 되는 감동과 행복감에 있다고 저자는 힘주어 말하고 있는듯 하다.
이 책에 소개된 방법들을 통한 실질적인 가르침도 좋고 저자의 마음가짐과 같은 가르치는 사람으로서의 자세를 가지는것도 좋다. 좀 더 '쉽게 가르치는 선배'로 통하는 내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