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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 혁명 - 100년 후를 내다보는 자녀양육법
애나 캠벨 지음, 주정자 옮김 / 푸른지식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일반 자녀교육 관련 도서들이 지금 당장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에 치중해 있다면 이 책은 우리 자녀의 자녀 대에 이르기까지 먼 미래를 바라보며 그들에게 어떤 환경을 물려줘야 할지를 고민한 결과이다. '100년 후를 내다보는 자녀양육법'이라는 부제목처럼 우리가 사는 공동체 사회에서 어떤 구성원이 되어야 할지를 진지하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책 제목에 벌집이 들어간 이유는 저자가 직접 양봉을 하면서 지속가능한 삶에 대해서 꾸준히 실천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부분은 이 책의 인트로에 해당하고 두번째 부분이 책의 본문에 해당된다. 첫 부분에서 저자는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사회에 얼마나 위험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지적하고 있다. 인구 증가, 기후 변화, 식량 부족, 물 부족, 에너지 공급, 건강 문제, 세계화, 정보통신 및 일상의 위험에 이르기까지 우리 자녀들 주변을 도사리고 있는 여러가지 위험요소들을 나열한다. 특히 나 자신만을 강조하는 이기주의적인 세태와 기업의 지나친 광고 경쟁은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넓은 안목으로 현 상황을 보면 세상을 측은하게 바라보고 바꾸고자 하는 마음에 생겨난다. 일단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만 알면, 우리 가족은 물론이거니와 공동체와 미래 세대의 고통까지 덜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 p.34
우리는 여러가지 이유로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이들과의 시간은 양보다 질을 추구한다는 변명과 함께 우리는 성취감도 없는 직장에 다니면서 시간을 소비한다. 그러면서 우리의 식탁은 먼 거리에서 수송되어 온 화학물질 덩어리로 가득차게 되고, 우리의 자연환경을 파괴되어 가고, 기업은 점점 과도한 광고와 마케팅으로 자신의 제품을 꼭 사게끔 만든다. 한마디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먼 훗날 아이가 맞닥뜨릴 위협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p.13)
저자는 이런 고민끝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가족들과 함께 자연으로 돌아간다. 직접 채소를 기르며, 염소 젖을 짜고, 양봉을 하면서 아이들이 좀더 자연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만들었다. 물론 저자는 모두가 자연으로 돌아갈 필요는 없으며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조언한다. 자신이 처한 모든 환경에서 이 책의 제안들을 실천할 수 있다.
부모가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내닐면,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서루 귀 기울이며 주고받고 지지하고 지원받는 방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셈이 된다. - p.76
우리나라 같이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경우 사실 책의 내용처럼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저자는 호주 출신이며 호주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와는 자연환경이나 일상적인 사회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의문이 드는 구석도 종종 눈에 띈다. 하지만 저자가 이야기하는 장기적인 시야는 정말 공감이 간다.
우리는 의식적으로 덜 갖고 덜 누리며 사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즉 우리가 지구를 잠시 빌려 살고 있으므로 다음 세대에 지금보다 더 좋은 상태로 지구를 되돌려 주려면 지금 사는 지구를 제대로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자원 고갈, 기후 변화, 사회·경제적 불안이 가중되면, 어느 날 덜 갖는 삶은 선택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아이들 세대에 이르러서는 의무가 되고 만다. - p.135
아이들의 균형감을 키워주려면, 현재 우리 아이들이 누리는 특권을 계속 상기시켜야 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부모님과 음식, 물, 안락한 거처 같은 것 말이다. 그 밖에 다른 것도 대다수 사람들이 누리지 못하는 사치에 해당한다. p.271
당장 아이를 맡아서 키워야 하는 부모로서 실질적인 조언을 하기도 한다. 독서를 강조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독서는 우리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재능 가운데 하나이며 책을 통해 아이들은 경이로움과 심비로움, 승리, 눈물, 사실과 허구, 철학과 최후 등 모둔 주제에 대해서 배울 수 있다(p.91). 따라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넓은 시야를 갖도록 해주는 것이 부모로서의 의무라는 것이다. 또한 아이들의 정체성을 위해서 직업을 연관짓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에게 희망하는 직업을 묻는 방법도 제안하고 있다. 특히 어른들끼리의 만남에서도 "무슨 일을 하시나요?"라고 현재 지향적인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무슨 일에 관심이 있나요?"라거나 "무슨 일을 좋아하세요?"라고 미래 지향적인 질문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한다.
지금 우이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이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대화를 나눠보라 정확히 어떤 직업을 선택할지 바로 대답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정말로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재미를 추구하는 일인지, 다른 사람을 보살피는 일인지, 마음에서 우러나온 일인지, 용감한 일인지, 사랑받는 일인지, 유용한 일인지 물어봐야 한다. (중략) 예를 들어 "사람들을 구조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기업가가 되고 싶어요.","재택근무로 가족들 곁에서 일하고 싶어요." 같은 대답을 들을 수 있다. - p.190
더 나아가 아이들의 부모의 직업에 대해서 이해하고 아이들이 정말 존경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직업이 아니라면 이직을 고려해 보라는 공격적인 제안도 곁들인다.(p.191) 책을 읽으면서 우리 아이들이 자랄 미래의 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정보기술이 발달하면서 더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한편으로 대화가 부족한 가정으로 변화되지는 않았는지, 여러가지 의료공학과 유전공학이 발달하면서 여러가지 위험한 물질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주어지지는 않는지, 세계화를 비롯한 여러가지 경제 협상으로 인해 지구 정반대편에서 재배된 농산물들이 여러가지 화학첨가물을 뿌린 채 식탁에 올라오고 있지는 않은지, 정말 돈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돈벌이에만 치중하다보니 아이들의 내면의 변화에 관심이 적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본다. 우리가 잠시 맡아서 기르는 아이들이라면 그 아이들에게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대안을 제시해 주고 더 좋은 미래를 만들어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부모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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