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화 - 원형사관으로 본 한.중.일 갈등의 돌파구,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김용운 지음 / 맥스미디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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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여 페이지가 되는 책의 두께는 큰 부담이 되지는 않았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 내용의 방대함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책이었다. 일단 책의 제목부터 정리하자만 제목의 풍수화에서 '풍'은 우리나라를 상징하며, '수'는 중국, '화'는 일본을 상징한다. 동북아시아에서 인접해있지만 서로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부분이 많아 가까이하기에는 먼 이웃들이 바로 중국과 일본이 아닐까. 저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삼국의 갈등관계의 원인과 앞으로의 해결방안을 예측하는 방대한 작업의 결과를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책의 처음은 백강전투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백강전투란 663년 나당연합군에 맞저 백제와 왜의 연합군이 벌인 전투를 말한다. 이 백강전투를 이해하지 않고 현재의 한중일 삼국 구도를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단언한다. 책에 따르면 이 전투를 끝으로 멸망한 백제의 유민들이 일본 열도로 건너가 신생국 일본을 발전시키기 위해 하나로 뭉치자는 의도로 일본으로 융화되었으며 일부 고구려 유민도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한다(p.53).


백강전투 후 668년 고구려가 멸망한 뒤에 고구려 왕족이었던 대조영이 발해를 건국한 뒤에 발해와 일본이 연합하여 신라와 대립하게되는 역학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저자는 삼국시대를 종결한 신라의 통일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신라의 통일로 인해 한반도는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사이에 끼어 자주적인 국방의식과 해외진출 의욕을 퇴화시켰다(p.66)고 평가한다. 여기서 해양세력은 일본이고 대륙세력은 중국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한중일 삼국의 지정학적 틀이 확정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이 백강전투로부터 시작한 한중일 삼국간의 관계가 현재 한반도의 지정학과 한민족의 원형이 결정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에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하나 남아있다. 바로 북한 문제다. 저자가 생각하는 북한은 공산주의의 외피만 입었을 뿐 우리와 같은 조선적 원형을 지니고 있으며, 다만 주변국의 틈에서 게릴라식 전략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북한에 대한 평가는 이후 4장의 한중일의 근대화 부분에서 일본의 천황제와 주체사상을 비교(p.399)하는 것으로 정점을 찍고 있다. 사이비 종교화 되어 버린 북한의 김일성 주체사상과 일본의 천황주의가 비교된다는 것이 참 코미디스럽기까지 하다.


중국 문화가 한국과 일본에 끼친 영향은 압도적이었지만 여전히 한중일은 언어만큼 다른 고유의 문명 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유럽인이 하나의 알파벳과 기독교로 일체감을 느끼는 것과는 다르다.  - p.107


한중일은 한자를 쓰고 지정학적 위치도 근접해 있어 같은 문화권이라고도 하지만 사실 전혀 다른 문화적 원형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고대로부터 의식주나 생활양식이 전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저자가 주장하려는 원형사관에 대해 논의가 시작한다. 책에서 말하는 원형(原型)은 융이 말하는 원형(元型)과는 의미가 분명히 다르다(p.115)고 한다. 이와 함께 새뮤얼 헌팅턴, 루스 베네딕트(국화와 칼의 저자) 등의 말을 인용하면서 저자는 원형 및 원형사관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민족은 원형과 언어로 묶인 유기체로서 민족적 역사체험이 원형과 언어에 다시 반영된다. 원형사관은 개인에 관한 정신분석적 작업을 언어와 역사를 지닌 민족 차원으로 확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민족의 의식구조와 사유 방법은 인식하게 하고, '되풀이되는 역사'에서 패턴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원형사관은 국가와 민족의 미래 진로 결정에 개입하는 미래학과도 연관된다.  - p.118


한중일 삼국의 원형을 이해하기 위해 고대 언어에서부터 의식구조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다방면의 접근을 시도한다. 또한 한중일의 동북아 삼국의 원형을 이해하기 위해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 세계 인류 문명의 기원으로부터 시작하여 국제관계와 외교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지식을 압축하고 있다. 


끝으로 한중일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면서 각 국마다 오리엔탈리즘과 패궈주의가 결합한 형태의 자기문화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세계평화를 위해 무력을 개입시키지 않고 문화를 강조하는 사상을 바람직한 노선으로 제시한다. 바로 우리나라의 동방예의지국 사상이다. 마지막으로 외교관계에 있어서 독특한 주장을 하며 끝을 맺고 있다. 즉 '한반도 문제의 최종 해결'을 위해 반도시 필요한 세가지로 한반도 영세중립, 한반도 비핵화, 동북아 공동체를 주장하고 있다(p.514). 여기서 독특하게 느껴지는 것은 한반도 영세중립국 선언이다.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홍익인간, 동방예의지국 사상 등 한민족만의 고유의 철학으로 국격을 높이는 우리나라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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