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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가루 백년 식당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흔히 재미있는 소설의 특징이라고 하면 마지막까지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흥미진진함과 예상을 뒤엎는 반전이 떠오른다. 물론 읽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이 소설을 재미있게 만들기도 하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는 소설 역시 재미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쓰가루 백년식당≫이 바로 그런 소설이다.
1대 오모리 겐지로부터 시작하여 현재 3대째 식당을 하고 있으며 4대인 오모리 요이치가 가업을 물려받을지의 여부가 이 소설에서 결말이 가장 궁금한 부분이다. 일본은 가업을 잇는 경우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많다는 말은 예전부터 많이 들어 왔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는 일본은 그런 사람들이 많나보다 하는 정도로 별 감흥이 없었는데 오모리 요이치가 고민하는 과정을 지켜보니 가업을 잇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은 틀린 생각임을 알았다. 직업의 선택에 자유가 있는데 아버지가 했다는 이유로 자식이 그 아버지의 일을 물려받고 원하는 일을 포기해야 만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오모리 요이치 역시 그런 과정에서 갈등을 겪는다.
오모리 요이치는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기 위한 연습을 위해 중화요리집에서 일했지만 그만두게 되었고 도쿄에서 광고회사를 다니다가 지금은 피에로 분장을 하며 풍선을 만들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 피에로 이벤트를 하면서 만난 쓰쓰이 나나미라는 여자에게 마음이 끌리게 되었고 서로 영원을 약속하는 사이가 되기까지 우여곡절의 상황들이 펼쳐진다. 40대가 훌쩍 지나버린 지금 20대의 연애시절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도 했다.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오모리 데쓰오 역시 아버지로서 고민이 없지 않다. 아들이 정말 원하는 일이 가업을 잇는 것이 아니라면 아들의 희망사항을 들어주고자 생각하는 속깊은 아버지다. 결국 가업을 잇겠다는 아들의 편지를 받고 "이 녀석, 제법 매력 있는 놈이네..."라고 중얼거리며 눈시울을 붉히는, 마음이 따뜻한 아버지다.
초대 오모리 겐지의 친구가 만들어 준 자개장은 3대째 이어지게 되고 그 소망이 그대로 4대째로 이어질 찰나에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며 소설을 끝맺는다. 오모리 요이치가 가업을 잇겠다는 결심을 아버지에게 보여준 것은 다름아닌 고등학교때 10년 후 희망사항을 적은 졸업문집이었다. 그곳에는 분명히 백년식당을 이어가겠다는 꿈을 적어놓았고 그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기대하게 만든다. 나의 10년 전 희망사항은 무엇이었나.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무엇을 이루어놓았나. 나의 할아버지, 또 그의 할아버지로부터 내려온 유산은 무엇이었고 나는 그 유산을 잘 전수하고 있는가. 소설을 덮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아버지에게도 아버지의 인생이 있다. 초대 증조 할아버지에게도 2대째인 우리 할아버지에게도 저마다의 인생이 있었다. 하지만 분명 100년이라는 세월동안 같은 마음으로 식당을 이어오지 않았을까? - p.281
앞서 말한대로 흥미진진함도 없고 반전도 없는, 밋밋한 구성이지만 마음의 온도는 분명 훨씬 따뜻해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100년이 된 시골의 허름한 식당의 모습, 그리고 그 주위를 둘러싼 벚꽃 풍경이 머리 속에 그려지며 그곳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아 가업을 이어가는 오모리 요이치와 쓰쓰이 나나미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 식당에서 흩어지는 벚꽃을 바라보며, 오래도록 이어져 4대까지 전수된 메밀국수 한사발을 음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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