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 - 행복은 타인으로부터 온다!
세실 앤드류스 지음, 강정임 옮김 / 한빛비즈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책 내용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를 고르라면 바로 '공동체'라고 할 것이다. 요즘 사회에서 공동체를 찾기란 정말 어렵다. 아파트 같은 층에 사는 사람들과 인사는 제대로 하며 지내는가를 생각하면 바로 답이 나올 것이다. 나만 해도 2006년 결혼과 함께
 신혼집으로 이사하면서 떡을 맞춰서 옆집 사람들에게 돌린 뒤로는 한동안 인사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 후로 옆집 사람들이 모두 이사간 뒤에는 아무도 인사를 하며 지내는 사람들이 없었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한 현실이다.



저자는 공동체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누가 만들어주는 공동체를 찾기만 할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만들어보라고 조언한다. 독서모임, 스터디 서클 등 다양한 형태의 모임에서 삶을 나누는 사회적 유대야 말로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공동체가 중요한 이유는 사회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출발선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하여 타인과의 대화를 피할 수 없는 장소를 만들라는 조언(p.74)은 인상적이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 사옥을 기획할 때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회사 건물 중앙에 커다란 홀을 만들고 모든 시설이 홀과 연결되어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지역사회나 국가차원에서도 이러한 노력들은 필요해 보인다. 광장, 공원, 노천카페 등 낯선 사람과 대화하여 그들은 배려하는 것은 공공선에 주목하는 문화를 창조하기 위한 근원이 된다(p.76).


저자가 이러한 공동체 운동을 시작하게 된 배경은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경쟁의식 때문이다.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유일한 생존방법이라고 가르치고 또 배우는 문화에 익숙한 우리들은 모든 상황에서 경쟁을 의식한다. 경쟁이 기반이 된 사회에서 상대방은 그저 나의 경쟁상대일 뿐이다. 하지만 경쟁이 아닌 협력이 기반이 된 사회에서 상대방은 동역자이가 동지가 된다. 나의 꿈과 비전을 나누고 함께 이루어갈 동반자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책의 표지에 적힌 부제목도 '행복은 타인으로부터 온다'라고 되어 있다.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지만 실천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책의 저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하나씩 실천하다보면 언젠가는 이루어질 사회모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당장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미친사람' 취급을 당할 것이다. 또는 잘난체 하지 말라는 조언을 듣거나 무시당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닫혀진 사회이며 자기 이익의 유무에 따라 사람과의 네트워크 방식이 달라지는 현실을 살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10여 년 전 일본을 여행하면서 그들의 질서의식과 배려정신에 놀란 적이 있다. 여러가지 경험들이 있었지만 몇가지만 이야기하자면, 먼저 회전문에서 경험한 사례이다. 회전문을 이용할 때 내가 가지고 있는 배려정신은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을 위하여 내가 갈만큼 보다 훨씬 더 회전문이 많이 움직이도록 세게 밀어서 뒷사람이 편리하게 이용하게끔 하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일본에서 많이 보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회전문을 통과할 때마다 힘차게 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느낀 것은 나혼자 밀고 있는 것처럼 상당히 힘들다는 것이었고 언젠가 회전문을 밀면서 뒤를 돌아보는 순간 뒤에 따라오는 사람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밀지도 않는 것이었다.


일반문도 마찬가지이다. 문을 열고 나서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하여 잠시 잡아주는 것이 예의이고, 일본에서는 열이면 열 모든 사람이 그런 배려의 행동을 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시도해 보았다. 그런데 만약 앞사람이 문을 잡아주는 상황이라면 같이 힘들여 잡는 척이라도 하면서 고맙다는 목례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것 아닌가 싶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 거의 대부분은 나가면서 문을 잡아주면 뒤에 따라오는 사람은 그 문틈 사이로 얌체같이 더 빠른 걸음으로 냉큼 통과해 버린다. 순간 앞에서 문 잡아주는 사람만 바보가 되는 것이다. 나는 몇번에 걸쳐 바보가 된 이후에 다시 하던 대로 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뒤에 사람이 다치던 말던 내가 나갈 수 있는 만큼만 열고 세게 닫아버린다. 우리나라에서 길에 걸어가거나 차창을 열어놓고 운전을 하면서 담배를 파우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이 담배연기를 마시건 담배재를 뒤집어쓰건 아랑곳하지 않는다. 책의 저자는 대체로 미국을 비판하고 있는 있다. 하지만 몇명 되지는 않지만 내가 경험한 미국의 중상류층 사람들은 최소한 이렇게 남에게 배려하는 정신은 몸에 배여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배려정신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공동체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멀고도 먼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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